단말기 완전 자급제가 시행되면 휴대폰 가격이 진짜 떨어질까.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에 이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단말기 완전 자급제 시행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이같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질문에 '꼭 그렇다'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또 아직까지 시장 컨센선스가 형성되어 있지 않고 오랫동안 이동통신사 헤게모니에 길들여진 단말기 시장이 어떻게 작동할 지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높다는 얘기다.
단말기 자급제가 실시되면 통신서비스는 통신사에서, 휴대폰 단말기는 제조사나 단말기 판매점에서 따로 따로 구매해야 한다. 박홍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완전 자급제 법안은 더 나아가 제조사 및 대기업과 그 특수 관계인이 운영하는 유통점에서도 휴대전화 판매를 금지시키고 있다.
완전 자급제 도입에 찬성하는 쪽은 기존 유통 시장 프레임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시장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또한 이통사-제조사-유통점이 얽혀 있는 복잡하고 불투명한 단말기 유통 구조가 더 투명하게 개선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전망은 경쟁 촉진에 따른 가격 인하다. 제조사는 단말기와 함께 통신사에 주던 보조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 그런 이유 때문에 제조사가 판촉 이벤트를 자주 열고 판매 경쟁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또한 삼성전자-LG전자-애플 등 대표적인 단말기 제조 3사 위주의 고가 휴대폰 시장이 중국, 일본산 등 다양한 제조사들의 시장 진입과 유통이 자유로워져 단말기 가격 하락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이 같은 정책적 기대 효과가 일어날 것이란 보장이 없으며 시장이 그런 쪽으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맞서고 있다.
이런 주장의 가장 큰 이유는 언락폰(공기계) 중심의 자급제 시장이 원래 단말기 가격을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책의 취지와 효과를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우리나라보다는 유럽이나 북미 등 해외에서 활성화된 자급제, 일명 언락폰(Unlocked market) 시장은 소비자가 휴대폰 구매에 있어 비용을 한번에 전액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용 효율적인 대안 시장으로 존재하는 것이지 단말기 가격을 의도적으로 내리기 위해 형성된 시장이 아니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그런 탓에 해외 자급제 시장은 주로 첨단 기술의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주로 이뤄어져 있다. 또 이들은 계획된 예산에서 선불요금제 이용률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시장 조사업체 NPD그룹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자급제로 공급되는 언락폰 시장은 전체 휴대폰 시장에서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약 12%에서 1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자급제 시장에서 팔리는 단말기 가격은 일반적으로 600달러(68만원) 이상으로 낮은 수준이 아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자급제가 활성화 된 것은 맞지만 완전 자급제를 시행하는 나라도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도 이통사 프로모션이 존재하는 반(半)자급제 시장으로 보는 게 맞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기존 공시 보조금과 선택할인약정 시장이 사실상 사라져 소비자 선택의 폭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시 말해, 지금도 자급제 시장이 엄연히 존재하는 데 이를 하나의 시장으로 통일해서 얻는 실익이 과연 얼마나 클 것이냐는 의견이다.
세 번째는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등 제조사가 글로벌 시장을 보고 단말기 가격을 정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만 제품을 싸게 팔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가격이 어느 정도 내려갈 수 있겠지만 기대처럼 가격하락이 크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박홍근 의원은 해외 저가 단말기나 중고 단말기 시장이 활성화되는 등 제조사들 간 경쟁이 촉진되면서 단말기 출고가격이 평균 20만원 정도 인하될 것으로 가정해 연간 4조원(이통 3사 연간 신규 기변 고객 2천만명 기준으로) 가량의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S사 관계자는 "제조사 입장에서는 전 세계 시장을 보고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에 어느 한 국가에서만 가격을 크게 내려 팔수 없는 구조"라며 "소비자 혜택이 지금보다 더 많아질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했다.
예를 들어, 출고가는 글로벌 일반형 모델을 기준으로 책정되고 각 국가별, 이통사별, 모델별 스펙, 세금에 따라 출고가 차이는 있지만 이통사에서 별도의 프로모션 가격이 아닌 이상 제조사 출고가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설사 제조사 간 판매 경쟁으로 단말기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그 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또 L사 관계자는 "완전 자급제에 따른 시장 변화를 면밀히 지켜보면서 그 파장에 대한 종합적인 논의를 하고 있지만 (우리도)어떻게 변화할 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오히려 단말기(공기계) 가격이 더 올라갈 것이란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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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부품 업계 관계자는 "시장 트렌드 상 최신 단말기 출고가의 절대값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대신 출시 시기가 어느 정도 지난 재고폰에 대한 가격 조정은 이뤄질 가능성은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완전 자급제를 하게 되면 비싼 가격을 일시불로 지불할 수 있는 소비자와 그럴 여유가 없는 소비자로 나눠져 단말기 시장의 양극화가 커질 공산이 크다"며 "법으로 가격을 통제하려 하기보다는 반(半)자급제 등 소비자들의 다양한 선택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을 찾는 게 더 올바른 선택일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