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인공지능(AI) 스피커 대결이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연이어 AI스피커를 내놓으면서 올 가을 국내 대표 포털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먼저 발을 들여놓은 것은 네이버다. 네이버는 지난 달 11일 국내 시장에서도 AI 스피커 '웨이브'를 선보였다.
카카오도 지난 5일 이달 중순 출시 예정인 AI스피커 '카카오미니'의 기능을 일부 소개하며 국내 소비자들의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카카오미니에서 가장 기대되는 것은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은 카카오톡과의 결합이다. 카카오가 공개한 영상에서는 음성으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전송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회사 측도 그간 강조해온 '연결'이라는 가치를 위한 플랫폼으로 카카오미니를 인식하고 있다. 카카오톡 계정이 모든 연결의 수단이다.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도 카카오미니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요인 중 하나다. 각종 생활과 밀접한 O2O 서비스가 음성인식과 AI를 만나 사용자 편의를 끌어올릴지 주목된다.
■'카톡'으로 검색 DB 앞세운 네이버 '웨이브' 이길 수 있을까?
카카오미니가 공개되면서 또 다른 포털 네이버의 AI스피커 웨이브와의 성능 대결이 추후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웨이브의 경우 네이버의 음성 인식·자연어 처리 기술이 발휘된 대화 맥락 인식, 자사 AI 기반 통번역 서비스 '파파고' 연계 서비스인 영어회화 등이 주로 부각됐다.
반면 카카오미니는 카카오톡·멜론 등 자사 서비스와의 연계가 핵심이다. 자사 카카오TV 채널을 통해 공개한 서비스 영상을 보면 "자주 듣는 노래 틀어줘", "~에게 사랑한다고 카톡 보내" 등의 질의어가 등장한다.
카카오미니가 웨이브에 맞서기 위한 가장 큰 무기는 '연결'이다.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뱅크 또한 계좌번호 없이 메신저에 등록된 이용자 간 거래를 가능케 한 점이 호평을 받았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라는 플랫폼 안에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점차 늘어나면서 AI스피커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능도 계속 많아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특히 생활과 밀접한 O2O 서비스를 다수 보유하고 이용률도 높은 만큼 AI스피커의 사용성에 기대가 높다"며 "그간 여러 인터넷 기반 서비스들이 등장, 활성화되면서 AI스피커의 등장을 불러왔다면 이젠 상호적으로 이용 증대를 촉진하는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각사 강점 살린 프로모션 눈길
AI스피커를 선판매하면서 국내 포털 양사가 택한 프로모션 전략도 눈에 띄었다.
네이버는 지난 7월 자사 메신저 서비스 '라인'이 지배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일본에서 웨이브 베타 버전의 예약 판매를 실시하는 등 첫 출시 소식을 알렸다. 예약 구매자에게는 반년간 이용할 수 있는 자사 음악 서비스 이용권도 함께 제공했다.
대화형 AI 서비스를 위해선 당연히 대화 데이터가 많을수록 유리하다. 네이버가 일본 시장을 우선 공략한 이유다.
카카오톡과 멜론이 메신저·음악 시장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차지하는 국내에선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이용자를 확보했다. 네이버는 지난달 11일 자사 음악 서비스 이용권 1년치를 구매하는 이용자에게 웨이브를 선착순 증정했다.
반면 카카오는 강점인 캐릭터를 내세웠다. 초기 구매자에 한해 스피커에 부착할 수 있는 자사 캐릭터 피규어를 스페셜 기프트로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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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관계자는 "예약 방법이나 가격대, 크기 등에 대해서는 추후 공개할 예정"이라며 "국외 출시는 현재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AI스피커는 인공지능이 반영된 만큼, 사용자 데이터의 증가에 따라 서비스도 고도화될 수 있다. 현재 국내 주요 IT 업체들이 AI스피커 경쟁에 뛰어든지 얼마 되지 않아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없는 상황에서 성공적인 초기 사용자 유치는 곧 유리한 데이터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