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은주기자의 IT세상] 박성진 중기벤처부 장관

기자수첩입력 :2017/08/25 08:46    수정: 2017/09/04 16:22

문재인 대통령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박성진 포스텍 교수를 지명, 마침내 ‘1기 내각 퍼즐’을 완성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06일만이다. 전임 정부와 비교하면 상당히 늦다. 이명박 정부는 18일, 박근혜 정부는 52일 걸렸다.

중소벤처부는 44년만에 청에서 부로 승격했다. 문재인 정부를 상징하는 부처다. 그만큼 기대가 크다. 박 후보자 지명은 의외였다. 그동안 언론에 한번도 거론되지 않았다. 이력으로만 보면 기대할 만 하다. 촉망받는 40대 공학자로 기업에서 10년 이상 일했다. 대기업과 벤처기업을 두루 거쳤다. 대학에서 기술지주회사 대표도 맡아 기술사업화에도 일가견이 있다. 벤처기업협회 등 중기 관련 단체들이 잇달아 긍정적 메시지를 내놓은 이유일 것이다.

박 후보자에게 놓여진 과제는 무겁다. 경제성장 패러다임이 변했다. 대기업 보다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에서 좋은 일자리가 많이 나와야 한다. 그러자면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줘야 한다. 국민경제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소상공인도 잘 돌봐야 한다. 당장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큰 영향을 미칠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문제를 올해 안에 풀어야 한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지원하고 육성해야 할 중소기업 범위도 명확히 했으면 한다. 흔히 중소기업을 일컫어 9988이라고 한다.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고용의 88%를 차지한다는 말이다. 이는 ‘정치인의 용어’다. 현실을 호도할 수 있다. 9988에는 소상공인도, 1인기업도 모두 들어가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중소기업과 거리가 있다. 5인 이상 제조 중소기업은 13만개 안팎이다. 이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문재인 1기 내각에는 유독 교수 출신이 많다. 18개 부 장관 중 교수 출신이 6명이다. 장관급인 공정거래위원장까지 합치면 7명이다. 장관 3명중 1명이 교수 출신이다. 소위 유시민(유명 대학 시민단체 민주당) 내각이다. 정권교체가 9년만에 이뤄지다 보니 인재풀에 한계가 있는 듯 하다. 사실 정부 부처나 산하기관 공무원들이 원하는 보스 1순위는 ‘힘있는 정치인’이다. 외풍을 막아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다음이 승진한 내부 출신이고, 마지막이 교수다. 교수는 조직 장악도 안되고 바람막이도 안돼 인기가 별로다. 역대 정권에서 교수 출신 장관이 실패가 많은 이유다. 이 부분은 박 후보자가 넘어야 할 또 하나의 벽이기도 하다.

포항공대에서 기계공학과 학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박 후보자는 수재로 알려졌다. 포스텍 첫 졸업생으로 졸업 성적이 4.3 만점에 4.03점을 기록, 전체수석을 차지했다고 한다. 그는 이제 새로운 길을 가야한다. 중기벤처부도 마찬가지다. 커진 몸집을 안고 44년만에 미증유의 길에 나선다. 지향점은 명확하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세계최고 중소기업 국가’다. 그러자면 조직이 혼연일체가 돼야 한다. 박 후보자는 밑의 차관보다 9살이 어리다. 자신보다 나이 많은 직업 공무원을 지휘해야 한다. 업무 특성상 다른 부처 장관들과도 수시로 정책을 조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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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이 요구되는 것이다. 국가나 대학이나 리더십의 본질은 같다.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다. 소위 하인득심(下人得心)이다. 자기를 낮추면 상대방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박 후보자가 뛰면 안된다. 조직이, 직원들이 뛰어야 한다. 전임 청장처럼 모든 것을 혼자하려는 '만기친람'형은 안된다.

박 후보자가 포스텍 후배들에게 해 준 말에 이런 말이 있다. “현재를 즐기고 미래를 생각하세요. 어떤 길을 가야 할 지는 오로지 자신의 몫입니다. 선택은 매우 고독한 과정입니다. 선택을 한 후에는 최선을 다해 그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후배들에게 한 말을 본인이 실제 보여 줘야 하는 무대에 이제 그는 주인공으로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