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자산업계의 '큰 별' 강진구 전 삼성전자·삼성전기 회장이 19일 저녁 8시41분 별세했다. 향년 90세.
1927년 경북 영주 출생인 고인(故人)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TV와 생활가전 등의 사업에서 초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데 초석을 다진 인물이자 한국 전자산업의 산 증인으로 평가받는다.
국립대구사범학교와 서울대 공대 전자과를 졸업하고 63년 동양방송에 언론인으로 입사했다. 이후 동양방송 이사를 거쳐 73년 삼성전자 상무로 자리를 옮겨 초고속 승진 가도를 달린다. 74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88년 삼성반도체통신 대표이사 부회장, 90년 삼성전자 대표이사 회장, 98년 제12대 한국전자산업진흥회, 삼성전기 대표이사 회장 등 한국 전자산업의 주요 요직을 역임했다.
고인은 평소 "제조업이 국부의 원천"임을 강조하며 기술 한가지 제대로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기술 자립을 손수 진두 지휘한 전문가이기도 했다.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이 1973년 고인을 삼성전자 대표이사로 임명하자, 1969년 창립 이후 5년간 적자이던 회사를 단번에 흑자로 전환시켰을 정도로 경영자로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20일 "고인은 이건희 회장의 결단으로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면서 시작된 반도체 사업을 위해 허허벌판이었던 기흥의 반도체 단지를 장마철에는 장화를 신고 직접 돌아보고 현장 작업자를 격려했다"며 "밤을 지새우는 연구 기술진과 함께하며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세계 1위로 도약하는 초석을 다졌다"고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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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또 일찍이 글로벌 경영의 중요성을 미리 내다보고 해외 지역에 생산공장을 일구는 등 삼성전자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키는 토대를 마련하기도 했다. 특히 92년 한·중수교 시점에 중국과 합작으로 현지 생산법인을 설립했다. 이어 멕시코, 태국, 헝가리 등에 생산거점을 확보해 글로벌 경쟁에 효과적인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선구안을 갖은 인물이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병창(서강대 교수), 선미(서경대 교수), 선영, 사위 안성욱(사업), 유권하(중앙일보데일리 경영총괄)씨 등이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23일 오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