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달 19일 선보인 인공지능(AI) 기반 음성비서 '빅스비(Bixby) 보이스' 영어 버전의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비스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관련 업계와 협업을 통한 생태계 확산에도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국내외 대화형 음성 및 언어(영어) 인식 솔루션 업체들과 손을 잡고 협력 체제 구축에 나선다. 협업에는 국내 소프트웨어(SW) 개발사를 비롯해 인도, 영국, 미국 등 다양한 업체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초기 독자 행보를 보이던 삼성전자가 서비스 조기 안정을 위해 협력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IT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영어 버전 서비스의 조기 안정화와 인식률 제고 등 기능 향상을 위해 관련 업체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며 "독자 방식 보다는 개발 생태계를 통한 협업 시스템을 통해 향후 '빅스비' 서비스와 경쟁력을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영어 버전 서비스 구현이 한국어보다 쉽지 않은 이유도 작용한 것 같다"며 "'빅스비' 서버 안에 쌓인 데이터(DB)가 부족하다 보니 데이터 확보를 위해 다양한 언어 솔루션 업체들과 협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했다.
■"'빅스비' 영어 서비스, 명령어 구동은 잘하는데..."
공식 서비스를 시작한지 20일이 채 되지 않은 '빅스비'에 대한 미국 현지 반응은 아직 완성 단계에 있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당초 삼성전자는 5월 중 '빅스비' 영어 버전을 내놓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영어를 안정적으로 인식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개발 일정이 늦춰지게 됐다.
미국 지디넷은 "서비스가 아직 미숙하다. 삼성전자가 포인트 시스템을 통해 피드백을 받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은 데이터 부족으로 인해 회사의 '빅스비' (영어)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라며 "사용자들은 피드백을 제공하고 '빅스비 보이스' 서비스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IT전문매체 더버지는 '빅스비'를 삼성의 첫번째 음성인식 서비스인 'S보이스'와 비교하며 "삼성의 주장대로 '빅스비'가 계속 개선되는 중이라면 이는 너무 늦을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씨넷이 공식 출시 전 '빅스비' 초기 영어버전과 구글 '어시스턴트', 애플 '시리'(iOS10)를 함께 비교해 본 결과 '빅스비'는 복잡한 명령을 수행하는 능력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검색을 통한 응답 시간과 대화 인식에 있어서는 구글 '어시스턴트'가 가장 돋보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제조사이고, 구글은 SW 및 엔진 기술을 갖고 있는 검색 업체의 차이점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빅스비'가 기기를 불러내 명령어를 구동 시키는 쪽에는 강한 반면 검색을 통한 정보취합 능력은 떨어진다는 것이 대략적인 평가들이다.
국내 빅데이터 연구업계 관계자는 "'빅스비' 한국어 버전은 쓸 만한 수준까지 올라왔지만 영어 서비스가 안정화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기술적인 측면의 문제보다는 (빅스비 서버의)데이터(DB) 확보에 다른 경쟁사에 비해 물리적인 시간이 걸린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협력을 통해 파트너사가 보유한 데이터를 삼성이 쓰는 방향으로 추진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HW 무한 경쟁에서 탈피해 AI 등 SW 경쟁력 강화
삼성전자는 협력을 통해 '빅스비'의 영어 음성 인식율을 다양한 억양의 영어 사투리 등 네이티브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연계 앱 서비스 확대를 꾀한다는 목표이다.
'빅스비'가 영어 공부에 공을 들이는 또 다른 이유는 전 세계 AI 음성인식 시장에서 향후 어떤 위상을 차지하느냐는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는 구글의 검색 경쟁력이 영어 문서의 비중이 절대적인 웹(Web)에 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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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삼성전자가 이달 23일 공개하는 하반기 전략폰 갤럭시노트8의 9월 출시에 맞춰 '빅스비' 영어 버전 기능과 서비스를 극대화 시킨다는 전략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날이 갈수록 치열해 지는 스마트폰 하드웨어 스펙 경쟁에서 벗어나 AI, 보안 등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로 차별화를 꾀하려 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빅스비' 영어버전의 경우 더 안정적이고 더 많은 앱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파트너 협력사와 협업해야 할 부분도 있고 독자적으로 해 나가야 할 부분도 있다"며 "서비스가 공식적으로 시작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았다. 생태계도 더 확산해야 하고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