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들이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분기 성적표를 받았음에도 표정관리를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요금인하 압박을 받고있는 가운데, 마치 요금인하 여력이 있는 것처럼 내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통신비 인하 요구를 받는 무선 사업은 뒷걸음질을 치고 있고, IPTV나 별도 신사업의 성과가 호실적을 만들어낸 상황이어서 당황한 기색이다.
아울러 기업 가치와 수익의 증대를 기대하는 주주에게도 통신비 인하 논란을 헤쳐나갈 수 있는 답을 달라는 요구까지 삼중고를 느끼고 있다.
2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의 2분기 연결기준 잡정 영업이익 총액은 1조786억원이다.
당초 증권가는 이통 3사의 분기 영업이익 총액이 1조원을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IPTV 사업을 비롯한 각종 신사업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표를 받았고, 일부 자회사의 실적이 반등하면서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뒀다.
■ 이통 3사, 이동전화 수익은 안 주춤하고 있는데
통신사들의 전반적인 실적은 양호했지만 무선 사업은 상반된 분위기다.
SK텔레콤의 경우 SK브로드밴드와 SK플래닛의 연결 자회사 실적 개선, IoT와 같은 신규 사업 성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성장했지만, 무선 사업에서는 마케팅 비용의 증가와 주파수 감가상각비 증가로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
실적 개선을 이룬 자회사를 제외하고 별도 기준으로 보면 SK텔레콤은 6분기 만에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매출 역시 전년 대비 0.7% 수준으로 사실상 제자리 걸음이다.
KT는 이통 3사 가운데 2분기에 유일하게 무선 사업에서 역성장을 겪은 회사다. 무선 사업의 분기 매출은 1조7천8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 감소했다.
이는 올레폰안심플랜 회계 처리의 변경에 따른 것이지만, 기타 매출과 함께 서비스 매출도 모두 전년 대비 기준으로 감소했다.
서비스 매출의 감소는 선택약정할인 가입자가 급격히 늘어난 결과로 분석된다. 선택약정할인 가입자의 경우 마케팅 비용은 아낄 수 있지만, 직접적인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다만, LG유플러스는 앞선 두회사와 달리 LTE 사업 성장으로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이 회사의 LTE 가입자 비중은 90% 고지를 넘어섰다.
반면, LTE 가입자 비중이 타사보다 월등히 높다는 것은 그만큼 추가 성장 속도가 완만해질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동안 이통 3사는 LTE 전환 가입을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 증가를 위한 방안으로 내세웠다.
■ 정부의 선택약정할인 조기 시행 의지에 추가 압박
정부는 이날 선택약정할인 제도의 할인율 상향을 9월부터 시행하기 위한 행정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통신비 절감 대책의 후속조치인 이행 단계지만, 악화되는 2분기 성적표를 받아든 통신사로써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무선 매출의 증가폭을 살펴보면, 데이터 트래픽이 증가하면서 오르는 수익만큼 선택약정할인 가입자의 증가로 인한 매출 감소가 비슷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데이터 트래픽이 늘어나면 서비스 품질 유지를 위해 기지국 추가 설치 등 투자비도 증가하는 만큼 손실폭이 커진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선택약정할인 가입자가 증가하면 가입자당 기대 매출이 20% 감소하고, 마케팅 비용이 일부 줄어든다. 손익이 비슷한 구조지만 이통사는 매출 감소가 일어난다는 점에서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를 받는 기업 입장에서 영입익 감소는 추가적인 비용 효율화로 이겨낼 수 있는 문제지만, 직접적인 매출 감소는 회사의 시장가치를 떨어뜨려 투자를 받는 여력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0%의 할인율은 이미 현재 공시 지원금을 뛰어넘은 수준인데, 25%로 상향하게 되면 마케팅 비용 감소를 기대하는 부분보다 매출 감소분이 훨씬 높을 것이 자명하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주주를 비롯한 기관 투자자의 압박도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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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 3사는 실적 발표 이후 투자자 대상 전화회의(컨퍼런스콜)에서 증권사 등의 투자자로부터 정부 정책에 대한 강력한 대응책을 요구받았다. 주주 보호에 대한 경영 방침을 확실하게 세우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통사들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론적인 수준 이상의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규제산업 특성상 정부와 마찰을 최소한 줄여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