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조형미를 넘어 경험까지 담아라"

[르포]삼성 우면동 디자인 연구소를 가다

홈&모바일입력 :2017/07/20 08:13    수정: 2017/07/20 08:53

“삼성전자 디자인에는 1996년 수립된 ‘사용자에서 출발해 내일을 담아낸다(inspired by humans, creating the future)’는 철학이 일관되게 담겨 있습니다. 일상에서 의미 있는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 내는 것이 삼성 디자이너들의 미션입니다.”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부센터장 이돈태 전무는 19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위치한 삼성 ‘서울 R&D 캠퍼스’ 디자인동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삼성전자 서울 R&D캠퍼스는 디자인, 소프트웨어센터, DMC(Digital Media & Communications)연구소, IP센터 등이 들어 있으며 사실상 삼성의 미래 사업역량을 좌우하는 곳이다.

특히 디자인경영센터와 각 사업부에 소속된 다양한 분야의 1천500 여명의 디자이너들이 모여있어 삼성 디자인의 심장부로도 꼽힌다. 무풍에어컨, 갤럭시S8, 블루스카이 등 최근 출시되는 제품들도 모두 이 디자인 철학에 기반해 탄생됐다.

디자인경영센터는 2001년 최고경영자(CEO) 직속조직으로 출범해 전사 디자인 전략 수립,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선행 디자인 기획, 사업부간 시너지 제고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971년 첫 디자인 직무를 신설, 2005년 밀라노 디자인 선언 이후 최대 디자인 조직을 구축하고 2015년 서울로 디자인 센터를 이동했다.

삼성전자는 서울 외 샌프란시스코·런던·베이징·델리·도쿄·상파울루 등 6개 해외 디자인 거점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래의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하고 유관부서와의 협력을 통해 사용자 중심의 총체적인 경험을 만들고 있다”며 “현지의 사회, 문화,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디자인 정보를 소싱해 글로벌 감각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서울 R&D 캠퍼스 전경(사진=삼성전자)

"사운드부터 UX까지 디자인"…다각도 R&D

최근 디자인은 단순히 제품의 외형을 만들어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전에는 기술에 중점을 뒀지만 이제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사용자 중심의 총체적인 경험을 만들고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진정한 디자인 혁신이라는 게 삼성전자 측의 설명이다.

이 같은 디자인의 혁신을 위해 서울 R&D센터에는 디자이너들의 도서관 격인 ‘디자인라운지’를 시작으로 제품별 음향을 제작하는 ‘사운드랩’,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연구하는 ‘Home Experience랩’ 등이 운영되고 있다.

디자인동 2층 사운드랩에서는 각 제품에 적합한 소리를 만들어 회사만의 아이덴티티를 녹여낸다. 디자이너들은 정밀한 개발을 위해 50데시벨(dB) 이하의 조용한 작업실에서 작업을 진행한다. 휴대폰의 문자, 카메라 촬영, 충전 등 기능의 사운드들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데 장시간의 연구개발이 소요된다.

예컨대 가전 제품에 적용된 ‘Beyond the Horizon’ 사운드는 무풍에어컨에서 전원을 끄고 켜거나 온도를 설정할 때 발생하는 음을 제품 컨셉에 맞춰 상쾌하고 시원한 느낌이 들도록 개발됐다. 무선 제품의 ‘Over the Horizon’도 이 곳에서 제작됐다.

Home Experience랩은 실제 가정 같은 공간에 다양한 제품을 설치해 디자이너들이 직접 사용자의 입장에서 제품을 체험하고 사용자 니즈를 바탕으로 새로운 경험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곳에는 경쟁사 제품을 포함한 30개 제품이 설치됐다. 연간 500명의 고객과 경험을 기반으로 토의해 제품에 반영한다.

삼성전자 서울 R&D센터 '사운드랩'.(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무풍에어컨도 이 같은 사용자 경험을 바탕으로 탄생됐다. 무풍에어컨은 직바람이 몸에 닿지 않아도 시원함을 유지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에서 탄생한 제품이다. 냉방 성능이 아닌 질에 초점을 두고 개발됐으며 연구 기간에만 5년이 소요됐다.

무풍에어컨은 실제 시원함과 시각적 시원함을 동시에 극대화하기 위해 메탈메시 소재를 적용해 냉기를 오래 머금고 있는 특성을 극대화했다. 차가운 냉기가 직경 1mm 수준의 13만 5천 개의 마이크로홀에서 흘러나와 초당 0.15m 이하의 느린 속도로 흐르기 때문에 동굴에 있는 것 같은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송현주 상무는 "3도 정도 기울어진 본체 디자인도 수직 디자인에서 오는 불안한 심리를 최소화하면서도 냉방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고민 끝에 구현됐다"며 "활을 쏠 때 각도에 따라 멀리 나가는 정도가 다른 것처럼 무풍에어컨은 냉기가 더 멀리 퍼져 나가 짧은 시간 내 공간을 시원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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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편안함을 위해 직선이 없는 유려한 조형미도 구현됐으며, 3개의 원형 바람문은 무풍에어컨을 상징하는 대표적 요소로 개기월식을 모티브로 해 제작했다. 실외기는 수리부엉이가 사냥할 때 먹이를 낚아채는 순간 소음 없이 날갯짓을 하는 데서 착안, 팬에 홈을 파 소음을 줄이고 전력효율을 30% 개선했다.

송 상무는 “디자인은 단순히 제품의 조형미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성능과 편리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앞으로도 무풍에어컨과 같이 소비자 중심의 혁신적인 제품을 계속 선보일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서울 R&D 센터 'Home Experience랩'.(사진=삼성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