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첫 소형 SUV 코나가 쌍용차 티볼리, 르노삼성 QM3, 한국GM 트랙스와 전면전을 선포했다. 동급 차종보다 우수한 편의사양과 주행성능으로 소형 SUV 시장을 압도하겠다는 것이 현대차의 전략이다.
개인적으로 쌍용차는 티볼리를 2년 이상 주행해본 기자로서는 현대차의 포부에 의문점이 있었다. 코나가 티볼리, QM3, 트랙스보다 시장 진입이 늦었기 때문에, 과연 제 때 시장에 정착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도 들었다.
기자의 의구심과 달리, 코나의 초기 시작은 좋다.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코나 월드 프리미어 행사 이후 현재(11일 기준)까지 코나의 계약 대수는 7천대에 이른다. 컴바이너형 헤드업 디스플레이, 현대 스마트 센스 등 소형 SUV에서 볼 수 없었던 사양들이 젊은 고객들의 호응을 유도했다는 분석이다.
과연 코나가 티볼리 유저인 기자를 만족시킬 성능을 보였을까?
코나 미디어 시승회가 열린 11일 직접 서울 여의도 IFC 몰부터 경기도 파주 카페 소솜까지 왕복 108km을 주행하며 차량 특징을 살펴봤다.
■티볼리에 없는 헤드업 디스플레이, 코나의 주무기
티볼리 오너로서 코나가 가장 부러운 점은 바로 컴바이너형 헤드업 디스플레이다. 내비게이션을 보지 않고 정면을 주시하면서 주행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티볼리는 별도로 헤드업 디스플레이 사양이 없다. 티볼리 순정 내비게이션인 현대엠엔소프트 지니맵에서 제공하는 음성안내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별도 유리를 통해 투여되는 방식인 컴바이너형 디스플레이는 이용자 선택에 따라서 실행되거나, 종료시킬 수 있다. 만일 컴바이너형 헤드업 디스플레이 실행을 원치 않으면 운전자는 스티어링 휠 좌측 아래 버튼을 누르면 된다. 이 때 헤드업 디스플레이 구동을 위한 유리는 대시보드 안쪽으로 천천히 들어간다.
컴바이너형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일반형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동일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ADAS 패키지(차선유지보조시스템, 전방충돌경보시스템 등) 실행 여부, 속도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실행 여부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컴바이너형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사람의 앉은 키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 180cm가 넘는 성인이 운전석에 탈 경우, 헤드업 디스플레이 높이 설정을 6단계 정도로 낮춰야 모든 콘텐츠가 잘보인다. 이 때 컴바이너형 디스플레이 화면은 차량 앞쪽 후드와 겹친 형태로 보일 수 밖에 없다. 유리 자체의 각도를 조절하거나 높낮이를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은 없어 아쉽다.
콘텐츠 투여 각도는 아쉽지만, 티볼리 오너로서 본 컴바이너형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완소’ 아이템 중 하나였다. 센터페시아 8인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에 '멜론 for 현대‘ 또는 ’애플 카플레이‘ 콘텐츠를 띄워도, 헤드업 디스플레이에는 계속해서 주행 경로 그래픽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코나의 컴바이너형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티볼리의 기를 누를 수 있는 무기로써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상=코나 헤드업 디스플레이 자세히 알아보기
■티볼리보다 겸손한 ‘스티어링 휠’ 경고 안내
기자는 티볼리를 지난 2015년 8월 구입했다. 당시 ADAS 패키지가 적용되지 않은 모델이었다. 쌍용차는 이후 차선유지보조시스템, 긴급제동시스템 등이 탑재된 티볼리 상품성 개선 모델을 출시해 기자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현대차 코나는 티볼리와 직접적인 상대를 하기 위해 전방 충돌 경고(FCW), 전방 충돌 방지 보조(FCA), 차선유지보조(LKA), 차선이탈경보(LDA) 등을 탑재시켰다. 특히 코나는 티볼리에 없는 운전자 부주의 경고(DAW)이 적용됐다. 운전자의 졸음 운전 사고를 막게 해주는 기능이 탑재된 것이나 다름없다.
자유로 부근을 주행하면서 코나의 차선유지보조 기능을 실행해봤다. 시속 60km 이상 작동되는 코나 차선유지보조 기능은 차선 중앙 유지보다는 차선 이탈 방지의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운전자가 겁을 내지 않아도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한다.
코나는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뗀 후 약 20초 정도가 지나면 ‘핸들을 잡으십시오’라는 안내 문구를 계기반에 띄우고 ‘띵’하는 경고음을 내보낸다.
이 경고음은 티볼리 경고음보다는 겸손한 편이다. 현재 판매중인 티볼리는 스티어링 휠을 잡으라는 경고 메시지와 함께 세 번 이상의 경고음을 내보낸다.
스티어링 휠 미소지로 인한 사고 방지를 위해서는 운전자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그래픽과 경고음이 필요하다. 하지만 코나의 경고음은 기아차 스팅어의 HDA(고속도로주행보조시스템) 실행음과 너무 비슷하다. 강력한 느낌의 경고음이 코나에게 필요하다.
*영상=코나 ‘핸들을 잡으십시오’ 경고 그래픽과 안내음, 어떻게 구동되나
■디젤 부럽지 않은 가속성능, 연비는 아쉬워
기자는 티볼리 디젤 LX 모델을 타고 있다. 티볼리 디젤 모델은 배기량 1천597cc, 최대 출력 115마력, 최대 토크 30.6kg.m이며 복합 공인 연비는 15.3km/l다.
시승 당일 준비된 코나는 1.6 가솔린 터보 4륜 구동 모델로 최대 출력 177마력(5천500rpm), 최대 토크는 27.0kgf.m(1천500rpm)다. 현대차가 밝힌 코나 시승차 공인 연비는 11.3km/l다. 이는 티볼리 가솔린 모델(2륜구동) 공인 연비 11.4km/l와 비슷한 수준이다.
서울 여의도와 경기도 파주를 오가며 코나 연비가 어떤지 체크해봤다. 기자가 직접 서울 여의도부터 경기도 파주까지 주행할 때는 클러스터 상 평균 연비가 9.2km/l로 나왔고, 타사 기자가 경기도 파주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탑승했을 때는 15.0km/l가 나왔다. 파주까지 주행했을 때는 에코, 컴포트, 스포츠 등 다양한 주행 모드를 설정해 주행했고, 여의도로 되돌아 왔을 때는 정속주행으로 달렸다.
코나는 분명 정속 주행 했을 때 연비가 높게 나오지만, 스포츠 모드로 설정했을 때 연비가 10.0km/l 이하로 떨어지는 것이 아쉽다. 일반 가솔린 모델이 아닌 터보 모델이라서 연비에 불리한 점은 있긴 하다. 연비 운전을 선호한다는 운전자라면 코나 가솔린 터보보다는 1.6 디젤 모델이 어울릴 수 있다. 하지만 디젤 모델을 선택하려면 195만원의 추가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부담감이 생긴다.
기자가 티볼리 디젤을 주행하면서 가장 크게 만족한 부분은 연비다. 정차 시 엔진의 시동을 잠시 멈추게 하는 ISG 기능이 없는 게 아쉽지만, 주유비가 적게 든다는 점은 티볼리 디젤이 가진 큰 매력이다.
하지만 디젤 엔진에 대한 불안 요소는 분명히 있다. 가장 큰 이유가 바로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사태와 연관됐다. 매연을 내뿜는 디젤 엔진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가솔린 터보를 주력으로 내세운 코나가 유리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두 차종의 판매량 승부를 예측할 수는 없다. 분명 쌍용차도 티볼리 판매 증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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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나 미디어 시승회에 참석한 이광국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장 부사장은 “지난해 소형 SUV의 국내 판매량은 10만7천대로, 사상 첫 10만대 판매량을 돌파했다”며 “지난 3년간 10배 넘는 성장을 보이고 있는 차종이 소형 SUV"라며 코나 판매량 증대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지금까지 7천대 이상 판매된 코나가 쌍용차 티볼리와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나와 티볼리는 당분간 일반 내연 기관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친 다음, 친환경차 시장에서도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경우 최대 주행거리 390km에 도달하는 코나 전기차 출시를 준비중이고, 쌍용차도 이에 견줄만한 티볼리 전기차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코나와 티볼리는 향후 5년동안 서로 피할 수 없는 진검승부를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