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AI+유럽' 동시공략 탄력 붙었다

XRCE 인수…자율주행 등 시너지 기대

인터넷입력 :2017/06/27 11:25    수정: 2017/06/28 08:46

손경호 기자

네이버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으로 진출하기 위한 두번째 행보는 인공지능(AI) 기술 확보였다.

네이버를 일궈온 이해진 창업자는 지난해 8월 라인이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 증시에 동시 상장되던 날 기술력을 가진 스타트업에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미국, 프랑스 등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가 여러 차례 진행됐다.

이후 네이버의 본격적인 유럽 행보는 지난 2015년 프랑수아 올랑드 前 프랑스 대통령이 배석한 가운데 프랑스 문화유산의 디지털화, 창업가 육성 등을 위해 협력하는 의향서(LOI)를 체결하면서부터다.

네이버가 유럽 내 기술 스타트업 생태계를 지원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에 스페이스 그린이라는 창업지원센터를 개설한데 이어 AI 기술 확보를 위해 제록스의 R&D 전문 연구소인 XRCE를 인수했다.

이어 지난해 플뢰르 펠르랭 전 프랑스 장관이 이끌고 있는 코렐리아 캐피탈에 네이버와 라인이 각각 5천만 유로씩, 총 1억 유로를 출자했으며 프랑스 하이엔드 음향기술 기업 드비알레에 투자하며 유럽 행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 네이버, 유럽 대표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될까

네이버의 글로벌 진출에서 상징적인 사건 중 하나는 지난 16일 네이버가 라인과 함께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글로벌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센터 스테이션F에 스타트업 창업지원 공간인 '스페이스 그린'을 마련한 것이다. 이곳에서 두 회사는 페이스북과 같은 80석 규모로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해 나갈 기회를 제공할 생각이다. 다른 글로벌 IT 기업들과 유럽 시장을 두고 경쟁에 나선 것이다.

특히 유럽 스타트업은 주로 AI,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와 같은 글로벌 IT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때문에 이곳에서 실력을 키워 온 스타트업, 프로그래머, 엔지니어 확보 경쟁도 거세다.

영국 벤처캐피털 아토미코(Atomico)는 "지난해 유럽 기술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는 136억 달러에 이를 것이며, 올해 유럽 하이테크 분야 M&A도 총 88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구나 전통적으로 反구글 정서가 강한 유럽은 아시아에서 성장한 네이버와 라인이 상대적으로 성장할 기회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프랑스 그르노블에 위치한 XRCE. 네이버는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AI 분야 기술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생각이다.

네이버는 "벤처로 시작해 국내 인터넷 검색 시장을 개척하고 라인, 스노우, 네이버웹툰, 브이 라이브와 같은 혁신적인 글로컬 서비스를 선보인 노하우가 기술력을 보유한 유럽 스타트업들에게 전파되면 유럽의 인터넷 생태계 확장에 힘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네이버의 유럽 행보 중심지가 된 프랑스에서는 이미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움직임이 여러 방면에서 이뤄지고 있다.

현재 정부의 주도 아래 대대적으로 스타트업 육성 지원 정책이 진행되고 있으며, 민간 차원에서의 투자 역시 활발해지고 있다.

글로벌 회계 법인 어니스트앤영(EY)은 최근 유럽 국가별 벤처캐피털 모금 규모에서 프랑스가 2위를 차지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현재 프랑스에서는 이커머스, 차량 공유 분야에서 등장한 현지 서비스들이 구글과 페이스북, 유튜브, 아마존과 같은 미국산 서비스들에 맞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추세다.

■ 인용 건수만 9천800여건…유럽 AI DNA, 네이버에 녹아들까

생태계 확보로 유럽에 기반을 둔 기업, 기관들과 스킨십에 나섰던 네이버는 두번째 행보로 유럽 내 최대 AI 기술 연구소인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XRCE)을 인수하며 핵심 기술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이곳에 속한 80여명의 연구원들은 XRCE가 사명을 바꾼 네이버랩스유럽에 소속되며 그동안 연구했던 성과들은 네이버랩스가 공을 들여왔던 AI, 자율주행, 로보틱스 분야에서 당장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록스의 AI 자회사인 XRCE는 1993년 설립됐다. 사무실은 프랑스 그르노블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이 연구소는 머신러닝, 컴퓨터 비전, 자연어 처리 등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했다. 80명으로 구성된 연구원들이 발표한 논문들은 2015년 이후 세계적인 컨퍼런스, 학술지, 학회 등에서 발표되면서 약 9천800여개 외부 논문에 인용될 정도로 학문적 수준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지난 2005년 WSJ테크놀로지 이노베이션 어워드에서 수상했으며, 2013년에는 MIT가 선정한 '가장 혁신적인 기업 50'에 이름을 올렸다.

치열한 인수경쟁이 벌어졌던 가운데 XRCE가 네이버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다수 글로벌 기업들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는데도 불구하고 XRCE가 네이버랩스와 함께 하기로 한 이유는 그동안 연구분야가 일치해 공동 기술연구 시너지가 높다는 점을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사 과정에서 자유롭고 가감 없는 기술적 질의와 대화를 통해 서로의 전문성을 확인하는 한편 오직 기술 향상을 위해 격의 없이 토론하는 네이버랩스의 기업문화를 경험했다는 점이 더욱 크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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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전을 성공적으로 이끈 송창현 네이버랩스 대표는 "그간 XRCE가 연구해 온 머신러닝, 인공지능 분야에서의 다양한 결과물들의 많은 부분에서 네이버랩스와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AI 연구도 공통된 문제의식과 주제를 가지고 있어 큰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네이버 관계자는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IT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력 확보가 관건"이라며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두루 갖춘 스타트업과의 지속적인 파트너십, 끊임없는 기술 연구를 통해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술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