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합병 압력' 홍완선 "靑 지시나 압박 못 느껴"

이재용 31차 공판서 증언…복지부 관계자와의 대화 내용 설명해

디지털경제입력 :2017/06/21 17:37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들에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라고 압박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영본부장이 당시 청와대가 이와 관련한 사항을 승인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홍 전 본부장은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제31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은 취지로 발언했다.

홍 씨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국민연금 투자위원회 위원들에게 합병에 찬성하라고 지시한 인물이다. 그는 8일 열린 1심 재판서 국민연금에 1천388억 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홍 전 본부장은 "2015년 삼성물산 합병 당시 이에 대해 청와대로부터 이를 승인받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보건복지부 관계자로부터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이를 지시나, 압박으로 느끼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는 전날(20일) 증인으로 출석한 최원영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의 증언과도 비교적 일치한다.

최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문제를 챙기라는 지시를 받은 것은 사실이나, 이는 업무를 챙기라는 말씀으로 알아들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내린 지시가 없다고 증언한 바 있다.

홍 전 본부장의 증언은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복지부가 국민연금에 합병을 찬성하도록 개입했다는 특검의 주장과도 배치된다.

특검은 홍 전 본부장의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세 차례의 검찰 및 특검 진술조서를 토대로 삼성물산 합병에 청와대가 복지부에 압박을 가했고, 복지부는 산하 국민연금에 이와 관련해 지시한 사실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날 홍 전 본부장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앞서 조남권 전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현 장애인정책국장)으로부터 전문위원회가 아닌 투자위원회에서 의결권을 처리해 줄 것을 당부 받았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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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증언에 따르면 조 전 국장은 홍 씨에게 '무조건 전문위에 가지말고, 투자위에서 (의결권을) 심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 전 본부장은 당시 조 전 국장과의 대화 내용을 떠올리면서 "평소 말하지 않던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됐기 때문에 좀 다른 느낌을 받았지만, 투자위에서 결정하라는 의미로 들었다"면서 "조 전 국장과의 대화가 복지부로부터 압력이나 지시라고 여기진 않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