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애니의 새 길…오콘의 이유 있는 변신

김일호 대표 "브랜드 비지니스 플랫폼 되겠다"

인터넷입력 :2017/05/15 13:01    수정: 2017/05/15 13:56

“영화와 게임은 산업으로 성장했는데 애니메이션은 왜 아직도 '산업'이 아닐까요. 국내 애니메이션은 여전히 스튜디오 중심으로 제작될 뿐, 대형 투자 배급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0여년 간 국내외에서 성공과 실패를 경험한 오콘이 비즈니스 플랫폼을 갖춘 지적재산권(IP) 지주회사로 성공사례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품게 됐습니다.”

‘뽀롱뽀롱 뽀로로’와 ‘선물공룡 디보’를 만든 국내 1세대 애니메이션 창작 회사인 오콘이 상장을 추진, 애니메이션 전문 비즈니스 플랫폼 회사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오콘이 상장을 통해 활로를 찾게 된 계기는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이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여전히 ‘예측 가능성’과 ‘지속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력있는 제작 스튜디오는 많지만, 이들을 잘 키우고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는 투자·배급사가 부족하다 보니 더 큰 발전이 어렵다는 진단을 내린 것이다.

■큰 그림 그리는 김일호 오콘 대표

김일호 오콘 대표.

김일호 오콘 대표는 지난 2년 간 회사의 볼륨을 더 키워야겠다는 사업 전략을 새롭게 짰다.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넘어, 경쟁력 있는 작품들을 전문적으로 발굴 육성하고 이를 적재적소에 유통하는 플랫폼 회사로 성장하는 것만이 회사도 살고 산업도 사는 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방식은 총 세 가지다.

우선 ▲자체 제작 애니메이션을 늘려 IP를 확대하고 ▲뛰어난 스튜디오를 인수합병하며 ▲유능한 파트너와 더욱 긴밀히 협조하는 것 등의 전략을 세웠다.

자체 IP도 더 많이 만들고, 외부 스튜디오와 인수합병을 통해 제작 초기부터 수익화를 고려한 콘텐츠를 함께 고민하고 만든다는 계획이다. 또 얼마전 동양/한일합성과 뽀로로 이너웨어 브랜드 공동사업 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다양한 파트너들과도 손잡는다는 방침이다.

“현재 3개의 애니메이션 브랜드를 7개까지 늘려 더 많은 IP를 소유할 예정입니다. 또 경쟁력 있는 스튜디오에 마중물을 대주고 투자를 이끌어 부가가치를 낳을 수 있는 작품들을 확보할 생각입니다. 끝으로 우리가 부족한 영역들은 전문성과 확장 경험이 풍부한 파트너들과 더욱 긴밀한 관계를 통해 풀어갈 계획입니다.”

■“20년 창작 노하우…열 대기업 안 두렵다”

오콘 사무실 전경.

오콘이 애니메이션 비즈니스 플랫폼 기업으로서 갖는 경쟁력은 뽀로로와 디보 같은 성공을 거둔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경험이다.

창작 콘텐츠가 실패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는 창작자는 자기만의 철학으로 예술을 하려 하고, 회사는 상업성을 지나치게 추구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고상한 예술가와, 전문 장사꾼이 만나면 불협화음이 일 수밖에 없다.

양쪽을 모두 경험하고 20년 넘게 조율한 경험이 있는 오콘이 사업 확장에 있어 자신감을 갖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예술작품과 브랜드 사이의 충돌은 어느 정도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협의와 합의과정이 필요하죠. 다만 생산적인 갈등이어야 합니다. 창작 영역은 성공이 복사되지 않는다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공식이 없는 거죠. 그 특성을 존중했을 때, 성공이 가능한 곳입니다. 저희는 창작자들에게 어떤 옷이 맞는지, 이들의 특성을 존중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정부의 ‘비정상’ 지원 필요해

드림웍스 등 공동제작 관련 자료 사진.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 발전에 누구보다 기대가 큰 김일호 대표는 국가의 ‘비정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일반적인 기술 기업과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고, 지원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그는 애니메이션이야말로 성장 가능성이 풍부한 영역인 만큼 국가의 문화 예산을 더욱 늘리고, 상장을 위한 기업신용평가 기준도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정부가 애니메이션에 지원하는 문화 예산을 보면 상당히 초라한 수준입니다. 그 동안 가능성 있는 분야라 어느 정도 증명을 했는데도 말이죠.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해 애니메이션 회사들이 자본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정부가 민간이 할 수 없는 해결사 역할을 하고, M&A 활성화를 시켜줘야 커다란 성공 사례들이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이처럼 김일호 대표는 성공의 경험을 만드는 데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 목소리를 높였다. 시장에 흘러 들어오는 자본이 많아지게 되면 성공한 기업들이 생기고, 성공한 곳들이 또 다시 투자를 함으로써 선순환 되는 구조가 갖춰질 수 있다는 논리다.

■성공 경험으로 더 큰 성공 노린다

자체 제작 상품.

이런 성공의 첫 사례를 오콘이 만들겠다는 것이 김 대표의 구상이다. 10년 이상 IP를 활용한 키즈몰, 키즈카페 사업을 통해 어느 정도 정형화된 사업 모델도 찾았다.

이를 바탕으로 오콘은 패션, 완구, 가상현실, 화장품, 영양제 영역 등에 새로운 도전을 계획하고 있다. 상장 이전에도 신규 사업의 체계를 갖추고 추진을 하겠지만, 상장을 통해 추진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회사 재무구조상 상장의 어려움을 우려도 했지만, 회계상 건전화가 상당 부분 이뤄졌고 현재까지의 성장 곡선을 비춰봤을 때 큰 문제 없다는 것이 회사의 입장이다.

오콘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지분 10%를 갖고 있는 만큼 카카와의 시너지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대할 수 있다. 카카오가 가진 플랫폼과, IP를 활용한 애니메이션 제작과 유통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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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작인 '슈퍼잭'을 포함해. '토이캅', '토니&키키' 등 신작 TV시리즈도 내년부터 줄줄이 선보일 예정이다.

“오콘의 상장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비즈니스 플랫폼을 갖춘 IP 지주회사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게될 것입니다. 해외 시장은 유럽이나 북미가 아닌, 인구가 많아 콘텐츠 성공 확률이 높은 중국, 인도네시아, 인도, 남미 등을 뚫을 생각입니다. 제2, 제3의 뽀로로를 확보해 한 방송사의 편성까지 바꿀 수 있는, 산업을 대표하는 IP 회사로 거듭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