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개봉된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2’가 제작 당시 1년에 걸쳐 제작한 애니메이션 데이터를 소실하고도 이를 극복했던 흥미로운 뒷얘기가 주요 외신을 통해 자세히 소개돼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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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스토리2 제작 당시 데이터가 지워지는 사고가 벌어진 사실은 이미 오래전 알려진 내용이다.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데이터 백업의 중요성을 일깨울 때 토이스토리2가 대표 사고 사례로 언급되기도 한다.
당시 사고의 생생한 경험담은 픽사의 최고기술책임자였던 오렌 제이콥(Oren Jacob)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2012년 5월 테스티트(Tested)라는 정보 사이트에는 ‘토이스토리2의 데이터 소실’이라는 내용의 애니메이션 단편 영화가 공개됐다. 당시 토이스토리2 제작자인 제이콥은 픽사를 퇴사하고 토이토크(ToyTalk)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한 상태였다.
실명제로 운영되는 소셜네트워크 Q&A 사이트 ‘쿼라’(Quora)에는 당시 애니메이션 내용이 사실인지를 묻는 질문이 올라왔다. 이에 제이콥은 토이스토리2 데이터 소실은 정말 있었던 일이라고 답변을 남겼다.
제이콥 설명에 따르면 데이터가 삭제된 원인은 당시 직원의 누군가가 픽사에서 도입한 개발환경인 리눅스에서 ‘rm -r -f*’ 명령어를 실행했기 때문이다. 이 명령어는 참조하는 디렉토리 이하의 모든 파일을 삭제하는 것이다. 토이스토리2 직원 누군가가 프로젝트 루트 레벨에서 문제가 된 명령어를 실행하면서 사고가 터진 셈이다.
데이터가 삭제되는 그 시점, 제이콥은 동료들과 함께 우디의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 하는 중이었다. 한 동료가 우디의 디렉토리를 보고 있었는데 40개였던 파일이 갑자가 4개까지 줄어들었고, 다른 파일도 같이 제이콥 눈앞에서 차례차례 사라졌다.
패닉이 된 제이콥은 곧바로 메인 서버가 있는 기계실로 전화해 “즉시 전원을 내리라”라고 지시했지만 수백개의 클라이언트가 서버에 연결돼 있기 때문에 전원 끄기를 포기했다. 모든 작업을 중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상황에서 메인 컴퓨터는 몇 시간 후에 복구했지만 토이스토리2 전체 데이터의 90%가 사라진 상태였다.
제이콥은 곧바로 픽사의 임원들을 모아 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여기서 결정된 것은 범인 색출을 하지 않고 어떻게 작품을 완성시키는지 그 방법을 찾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었다. 데이터 손실이 일어난 지 약 48시간 후 백업을 통해 데이터를 복구하는 데 성공은 했지만, 백업된 내용은 2개월 전의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당시 사용한 백업 소프트웨어와 검증 소프트웨어에 오류로 제대로 된 데이터가 복구되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 때 다행스럽게도 직원 1명이 집에 있는 PC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있던 것이 밝혀졌다. 그 직원의 PC를 조사한 결과 데이터 손실로부터 2주 전 백업을 복구할 수 있었다. 여기에서부터 직원이 총출동해 토이스토리2 살리기 작업이 시작됐다.
2개월 전의 데이터, 2주 전의 데이터, 직원의 PC에 저장돼 있던 데이터에서 공통되는 데이터를 선별해 하나하나 육안으로 비교하고 확인하는 작업이 이뤄진 것이다. 약 3만개의 데이터를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직원이 교대하면서 실시됐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작팀은 완벽까지는 아니지만 상당수의 데이터를 복구하고 작품 완성을 눈앞에 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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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제작진의 비극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프로덕션 측 임원들이 거의 완성된 토이스토리2를 검토한 결과 ‘개작’의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제이콥에 따르면 결국 토이스토리2는 처음부터 다시 만들게 됐다. 그렇지만 이견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DVD나 블루레이를 통해 볼 수 있는 토이스토리2는 픽사가 다시 제작해 완성한 작품이다. 그러나 제작진이 열심히 복구한 데이터도 포함돼 있는데, 메인 캐릭터들과 건물 등 환경 디자인 등이 대부분 여기에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