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라던 LG 스마트폰 사업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영업적자가 크게 줄고 매출과 수익성이 함께 개선되면서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는 지난 1분기 매출액 3조122억원, 영업손실 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직전 분기 대비 4%,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했다. 영업 손실도 직전 분기 4천670억원에서 2억원으로 크게 줄면서 수익성 개선에도 성공했다.
매출과 수익성이 함께 개선되고 있다는 것은 좋은 징조다. 이대로 순항한다면 스마트폰 사업부문에서 연간 10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많은 돈은 벌지 못한다고 해도 조(兆) 단위의 적자구조에서 벗어나 그런대로 굴러갈 수 있는 구조다.
MC사업본부 내부에서도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사업구조와 인력 개편에 공을 들여온 MC사업본부는 올해 스마트폰 사업을 안정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의지가 그 어느 때 보다 강하다.
LG전자 관계자는 "올해 스마트폰 사업은 과거의 고질적인 악순환을 깨고 매출과 수익성을 담보한 성장 구조의 틀을 완성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자 목표"라며 "프리미엄을 비롯해 시장에서 수익성이 검증된 중저가 모델 중심으로 공략을 짜고 불필요한 라인업은 크게 줄여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장미빗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화웨이 등 중국 경쟁업체 대비 낮은 원가경쟁력,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된 마케팅 비용의 효율적 분산 등 과제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지난 4월 초 전략 스마트폰 G6의 글로벌 출시에 따른 마케팅 비용 상승이 또 다시 실적 개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2분기 삼성전자 갤럭시S8과 오포, 비보 등 중국 경쟁 업체들의 신제품이 쏟아지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을 안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올해엔 애플의 아이폰 조기 출시도 예정되어 있다. 총알이 많지 않은 LG 입장에서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연간 1조2천억원대의 영업 손실로 사업 지속성을 의심받던 LG 스마트폰 사업이 선택과 집중을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전환기 맞은 LG 스마트폰 다음 행보는...실속형 중저가폰
LG 스마트폰의 최대 고민은 애매한 포지셔닝(입지)이다. 시장 조사기관 SA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1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동기 대비 0.1% 포인트 오른 4.2%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6위에 위치해 있다. 1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1천480만대로 전분기 대비 5%, 전년 동기 대비 10% 성장했다.
앞에는 삼성(27.7%), 애플(14.4%), 화웨이(9.8%), 오포(7.8%), 비보(6.3%)가 있다. 뒤로는 샤오미(3.6%), 레노버-모토로라(3.3%), ZTE(2.3%) 등이 1%~2% 수준의 격차를 두고 추격 중이다. 순위 상으로 보면 LG는 중국 기업들 사이에 끼어 있다.
전체 시장에서 보면 LG전자는 북미 시장에서 벗어나 유럽이나 다른 신흥 시장을 개척해야 하고, 삼성이나 애플이 아니라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과 싸워야 하는 처지다.
따라서 올해 LG 스마트폰 사업 전략은 북미 등 특정 시장에 국한되어온 판로를 글로벌로 확대하고, 프리미엄폰에서 중저가폰 시장으로 힘을 안배해야 하는 게 핵심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장악하고 있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무리하게 힘을 소진하기 보다는 경쟁력 있는 중저가 라인업을 강화해 수익성을 담보하고 시장 점유율도 함께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이를 위해 북미 마케팅 조직 인력 일부를 유럽본부 쪽으로 이동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시장에서 LG 가전 브랜드의 충성도는 높지만 아직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미미하다. 화웨이를 제외하고 오포나 비보 등 중국 경쟁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 입지가 아직 공고하지 못하다는 측면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LG 스마트폰이)그동안 전략시장이던 미주 시장에서 유럽과 다른 신흥 시장으로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상반기 내 유럽 쪽에 새로운 PM 인력과 조직 세팅이 완료될 것"이라고 전했다. LG전자 유럽 본부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해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조직을 슬림화한 LG전자가 미들-티어 스마트폰 시장에서 입지를 굳건히 해 수익 기반을 강화하고 중국 업체와 비교해 우위에 있는 브랜드로 틈새를 비집고 들어간다면 좋은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LG전자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는 실속형 중저가 시장을 강화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프리미엄 시장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며 "양(매출)과 질(수익)을 모두 가져 간다는 게 기본 방침이며 국가별 라인업을 간소화하고 수익성이 검증된 중저가 모델 위주로 라인업을 강화한다는 게 내부 방침"이라고 전했다.
LG전자는 지난 4월 북미, 유럽, 러시아 CIS 지역 출시에 G6를 출시한데 이어 이달 중순까지 남미,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조 부회장의 1등 세탁기 이론, 스마트폰에도?
LG전자가 이처럼 중저가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북미 시장에서 대화면 스마트폰 V20과 중저가 보급형인 X시리즈와 K시리즈의 효과를 톡톡히 봤기 때문이다. 또한 포화단계에 놓인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비싼 프리미엄 제품보다 중저가 제품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는 점도 요인이다.
LG전자 스마트폰은 1분기 북미 스마트폰 시장 전체에서 19.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73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해 시장점유율 20.0%로 애플(34.5%), 삼성전자(24.6%)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4월 7일 미국에서 출시된 전략 스마트폰 G6의 성적이 반영되기 이전 수치다.
LG전자 관계자는 "1분기 북미 점유율은 G6 출시 전이기 때문에 지난해 하반기 출시된 V20과 중저가 제품이 꾸준히 견인차 역할을 한 셈"이라고 전했다.
LG전자는 또 내부적으로 원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부품 공용화를 확대하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과 보급형 제품 간 부품 공유를 통해 원자재 구매와 생산, 판매 단계까지 경쟁력을 갖춘다는 전략이다.
이는 올해 단독 대표이사에 취임한 조성진 부회장의 아이디어인 것으로 알려졌다.
LG 세탁기 세계 1등 신화를 만든 조 부회장은 세탁기에 적용된 제품 공정과 라인업을 스마트폰에도 적용해 원가 경쟁력과 제품 차별화를 이룰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실제 LG전자의 중저가폰은 카메라 기능 강화와 배터리 용량, 세컨드 스크린 등 편의성을 높이고 지문인식과 핑거터치 등 프리미엄 라인에 적용되는 기술을 탑재하면서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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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또 지난 2월 한번 충전으로 약 이틀 동안 쓸 수 있는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실속형 스마트폰 'X 파워2'를 공개한 데 이어 G6에 적용됐던 '풀비전(Fullvision)'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보급형 신제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소식통은 "세탁기는 모터와 일부 부품을 제외하고는 제품마다 통 크기 외에 다른 것이 없다"며 "원가경쟁력을 높이고 실속있는 제품을 내놓는다는 조 부회장의 세탁기 이론이 스마트폰에도 적용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