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전후로 각 정당과 후보들이 제시한 정책 공약에 많은 눈길이 쏠렸다. 그중에서도 각계 산업 성장 및 일자리 창출과 직결되는 경제 분야 정책이 차기 정부의 주요 아젠다로 연신 주목을 받았다.
게임업계 역시 새로운 시간, 혹은 기회에 대한 기대감으로 기분 좋은 긴장감을 느끼고 있다. 게임을 포함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육성이 중요한 정책 과제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산업은 각 국가들이 주목하는 미래 유망산업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산업의 전 과정에서 인간과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각종 첨단기술이 접목되는 까닭이다.
반면 우리나라 게임산업은 수출 효자 종목의 위상에도 불구하고 각종 불합리한 규제들로 성장 정체기를 겪고 있다. 게임강국의 위상은 빛바랬으며 업체와 종사자 수까지 감소세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이제라도 본격적인 글로벌 경쟁 환경에 대비해 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게임산업에 대한 정부의 전략적인 접근법이 중요한 이유다.
가장 먼저 게임산업을 국가 미래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육성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화두로 집중 조명을 받은 4차 산업혁명은 ICT 기술의 융·복합을 핵심으로 한다. 그리고 인공지능(AI), 로봇기술, VR 등 4차 산업혁명의 대부분 분야에서 활용되는 기술들은 이미 게임산업에 적용해 발전돼왔다.
게임산업은 이와 함께 현실적인 인프라 없이도 고부가가치 생산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이는 곧 제조업 등 전통 사업에 IT 시스템을 결합해 지능형 공장(smart factory)으로의 진화를 추구하는 독일 ‘인더스트리 4.0’ 정책의 핵심과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산업 육성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우리나라 전반의 경제 성장에 견인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전략과 로드맵이 필수로 요구된다.
게임산업에 대한 중장기 진흥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범부처 차원 위원회 또는 대통령 직속 ICT·게임 자문기구 설립도 고려해볼 만 하다.
선진국들은 이미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 실제 영국은 20여 년 전 ‘창조 영국’ 정책을 발표하며 게임 산업에 대한 지원을 이어오는 중이다. 미국 역시 백악관에서 게임 잼을 개최하는 등 전략적인 행보를 통해 게임산업 성장을 장려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지난 2012년 게임을 11대 중점산업에 포함하며 자국 게임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보호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2015년 기준 전년대비 3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국가 전략대로 텐센트라는 세계 1위 게임기업도 탄생시킨 바 있다.
특히 최근 사드, 한한령(限韓令) 등 요인에 따른 중국 내 불공정한 판호 발급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즉각적이고 일관된 제도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시행 중인 규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사회영향평가 제도를 도입하고 재검토를 추진해야 한다.
대부분 규제는 사업자에게 인력과 시간의 투입을 강제한다. 일례로 셧다운제나 결제한도의 경우 적게는 수 명에서 많게는 수십 명의 개발자가 개인별 연령에 상응하는 이용시간 체크, 계정별 트래픽 분석, 한도 체크 시스템 도입 등 수개월을 투자해야만 시행이 가능한 규제 장치로 통한다.
업계는 이 과정에서 최소 수억 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제들은 국내외 게임 시장으로 진입과 성장을 앞둔 스타트업과 게임 창작자들에게 일종의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 계량적인 데이터와 객관적으로 논의된 진단에 따라 규제 개선 여부를 판가름하는 민·관·학 공동의 규제영향평가 연구기관 설립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더불어 온라인게임 성인 이용자의 월 결제한도나 신용카드 결제한도와 같은 법에 명시되지 않은 불합리한 규제들도 재검토가 요구된다. 또한 신청서, 부가자료 등 필요 이상의 과도한 행정 절차 역시 간소화가 필요하다.
온라인게임 법제와 아케이드게임 법제의 분리도 시급한 과제다. 현행 게임 법제는 20년 전 아케이드게임의 규제 틀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여기서 발생하는 괴리는 사업자들에 상당한 혼란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 스타트업을 위한 실효성 있는 세제 지원, 콘텐츠 창작자에 대한 시정 기회 부여, 자율규제 지원 제도 법제화 등도 게임산업 재도약을 위한 정책 과제로 개선이 절실하다.
20년도 더 전에 ‘쥬라기 공원’이라는 영화가 전 세계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적이 있다. 당시 이 영화 한 편이 벌어들인 돈이 국내에서 생산되는 자동차 150만 대를 수출한 금액과 같다는 얘기가 유행처럼 오르내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은 게임이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최근 글로벌 누적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게임이 등장했으며, A게임의 경우 불과 한 달 만에 국내에서만 2천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게임은 이제 글로벌 환경에서 가장 잠재력 높은 문화 콘텐츠 산업으로 첫 손에 꼽히고 있다. 시장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게임산업 육성에 본격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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