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에서 '짝퉁'으로 불리는 위조상품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수 검사가 어려운 오픈마켓의 약점을 파고든 짝퉁 판매자들이 계속 활동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모 오픈마켓에서 판매된 짝퉁 의류 때문에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발생했다.
지디넷코리아는 국내 대표 오픈마켓 사업자인 G마켓, 11번가, 옥션, 쿠팡에 질의서를 보내 짝퉁 피해에 대해 어떤 대비책과 보상 정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오픈마켓은 중개사업자들인 만큼 법적 책임은 지지 않지만 진품으로 알고 구매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경우 어떤 보상 정책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다.
조사 결과 기존 오픈마켓 3사는 여러 시행착오 끝에 비교적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해놓고 있었다. 다만 지난해 오픈마켓 사업자로 전환한 쿠팡은 "내부 중재절차는 있지만 외부에 공개하기 힘들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 오픈마켓업계, 대비-보상책 구비…쿠팡 "있지만 공개는 곤란"
각사 답변을 종합한 결과 장기간 사업을 운영해온 오픈마켓들은 위조상품 판매자에 대한 기본적인 대비책을 갖추고 있었다.
SK플래닛 오픈마켓 11번가는 위조상품 판매자가 적발될 경우 판매자와 동일사업자 계정을 영구 정지시켜 활동을 즉각 차단한다. 또 회원 명의로 상품을 등록하는 등 적발된 판매자가 상품을 재판매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정책은 2008년 9월부터 상표권자와 협력해 진행하는 위조품 110% 보상제다. 상표권자나 관련 기관으로부터 구매한 상품이 감정 결과 위조상품인 것으로 판정되면 결제 대금을 전액 환불하고 결제금액의 10%를 포인트로 추가 지급한다.
G마켓 옥션 운영사인 이베이코리아도 적발된 위조상품은 즉시 판매 중단한다. 이와 함께 해당 판매자의 추가 판매 활동도 차단, 동일한 명의로 등록된 판매 계정을 퇴출시킨다.
또 소비자가 위조 상품 판매자를 제보하면, 판매자에게 즉시 확인 요청한 이후 2영업일 이내 진품이라는 증명을 제출하지 않는 경우 바로 상품 판매를 중단시킨다. 소비자에게는 상품에 대해 선환불 조치를 진행하고 판매자의 처리 결과를 안내한다.
그외 사이트 이용정책에 어긋나는 상품 판매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거래센터'와 소비자와 판매자 간 분쟁을 조율하는 '자율분쟁조정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인터파크도 위조상품 판매자 적발 이후 판매 중지와 정산 보류, 판매자 퇴출과 법적 고소·고발 조치를 진행한다. 또 위조상품 의혹과 진품이라는 소명이 반복되는 판매자도 별도 모니터링으로 관리 체계를 갖췄다.
아울러 위조상품 판매자를 신고한 경우 일정 포인트를 보상으로 지급한다. 위조상품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피해보상하는 과정도 중재한다.
기존 오픈마켓에 비해 쿠팡은 소비자가 위조상품을 구매한 경우 관련 구제 제도를 명확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위조상품 적발 이후 조치에 대해 "통신판매중개업이라는 특성상 판매자가 상품을 자유롭게 등록할 수 있으며, 쿠팡은 플랫폼을 제공할 뿐이기에 판매자에게 특정사항을 사전에 강제할 수 없는 측면이 존재한다"며 "상표권자가 위조상품을 신고한 경우 내부적으로 중재 절차를 갖췄고 단계별 방안이 존재하나 세부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기에는 어렵다"고 밝혔다.
■ 통신판매중개업자들, 진품 감정 법적 의무는 없어
흔히 소셜커머스를 뜻하는 통신판매업자와, 오픈마켓을 가리키는 통신판매중개업자의 가장 큰 차이는 판매상품에 대한 책임 유무다. 직매입한 상품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통신판매업자는 자사에서 판매한 상품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소비자 보상 책임이 있다.
반면 상품 거래를 위해 소비자와 판매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통신판매중개업자는 조금 다르다. 판매 상품에 대한 소비자 보상 책임은 중개사업자가 아닌 상품 판매자가 지게 된다.
쿠팡은 소셜커머스사업자일 때는 통신판매업체로 분류됐다. 이 때는 소비자가 구매한 물건이 진품인지 사전 검증할 의무를 지게 된다.
오픈마켓으로 전환한 쿠팡은 현재는 통신판매중개업자로 분류된다. 따라서 예전과 달리 판매 상품의 진품 여부를 가릴 사전 검증 의무는 없다. 결국 이 문제는 소비자 구제 정책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소비자 구제 조치에 대해 공개하지 않고 있어 구매한 제품이 위조상품으로 의심될 경우 어떤 절차를 통해 어떻게 문제 제기해야 할 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 구제조치에도 '짝퉁' 근절 안 되는 이유는?
오픈마켓들이 위조상품 관련 정책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짝퉁 판매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
특정 오픈마켓이 위조상품 판매자를 차단해도 다른 플랫폼으로 판매처를 바꾸면 재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판매자 계정을 등록할 때 사용한 명의만 바꿔도 영업을 재개하는 데 무리가 없다.
오픈마켓에서의 위조상품 판매 사례가 반복되는 또 다른 이유는 상표권자의 비협조적인 태도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 행위를 강제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위조상품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며 "사설 AS 센터 등에서 나온 발언은 법적 효력이 없어 해당 상품 판매자에 대해 제재를 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위조상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상표권자 측에서 진품 감정이 필수"라며 "그러나 상표권자 측에서는 오픈마켓 등 자사 판매처가 아닌 곳에서 거래된 상품에 대해 진품 감정을 해주다 보면 결과적으로 병행수입업자를 늘리게 되기 때문에 진품 감정 요청이 달가울 리 없다"고 덧붙였다.
특허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인지도가 높고 수요가 높은 상표의 경우 대부분 진품 감정을 요청하면 곧잘 해주는 편"이라며 "그러나 국내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거나, 해외 브랜드 업체인 경우 일부는 진품 감정 요청에 협조적이지 않을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 "아마존과 다르네"…국내 오픈마켓, 신선식품 전략은2017.04.24
- “굿바이 소셜커머스”2017.04.24
- 쿠팡, ‘소셜커머스’ 딱지 뗀다2017.04.24
- 소셜커머스-오픈마켓 경계 사라진다2017.04.24
이 같은 이유로 대형 오픈마켓 업체들이 위조상품 판매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판매 상품이 '짝퉁'일 가능성까지 완전히 없애긴 힘든 상황이다.
이에 소비자들이 오픈마켓에서 브랜드 상품을 구매하기 전, 관련 위험 요소를 충분히 파악하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최선이다. 불리한 경우 사업자들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사실도 명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