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부산까지…볼트 EV 무충전 주행기

충전없이 400km 이상 주행...장거리 전기차 시대 개막

카테크입력 :2017/04/18 09:07    수정: 2017/04/18 13:30

“How far can you go?(너는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니)”

한국GM이 최근 활용하고 있는 순수 전기차 ‘볼트(Bolt) EV' 마케팅 문구다. 한번 충전으로 최대 383km까지 주행할 수 있는 국내 최대 주행거리(2017년 4월 17일 기준) 전기차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한국GM은 지난 3월 제주국제전기차엑스포 개최당시 볼트 EV로 서울 양재동부터 제주 여미지식물원까지 무충전으로 주행하는 ‘전기차이용자포럼&페스티벌(EVuff, 이버프)’ 자체 행사를 후원했다.

이 행사에는 전기차 운전 노하우가 있는 영국인 케빈 펜톨씨와 노르웨이 유명 유튜브 자동차 크리에이터 비욘 뉠란드씨가 참여했다. 유럽 전기차 전문가들이 운전한 볼트 EV는 충전을 전혀 하지 않고 470km에 이르는 거리 주행에 성공했다. 당시 남은 주행거리는 31km로 최대 500km까지 갈 수 있다는 의미다.

볼트 EV는 무충전 주행으로 최소 380km ~ 최대 500km 이내까지 주행할 수 있을까?

지디넷코리아는 국내 미디어로는 최초로 충전 시도없이 서울역부터 경부고속도로 부산톨게이트(약 396km)까지 주행해봤다. 볼트 EV의 성능을 구체적으로 소개한 시승기는 ‘[시승기] 진화한 전기차 끝판왕 ’볼트 EV''(▶바로가기)를 참고하면 된다.

서울역부터 부산톨게이트까지 무충전 주행에 동원된 쉐보레 볼트 EV (사진=지디넷코리아)
충주휴게소에 주차중인 쉐보레 볼트 EV 뒷모습 (사진=지디넷코리아)

■서울역~충주휴게소(117km 거리), L모드 효과로 남은 주행거리 절약

17일 오전 서울역 대우재단 빌딩에서 차량을 인수받을 당시 담당자에게 “차량 완전 충전됐나요?”라고 물었다. 완전 충전이 안됐을 경우, 인근 완속 충전기에 가서 100% 완충을 진행할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차량 담당자는 “예”라고 대답했다. 이후 클러스터를 살펴보니, 클러스터 좌측 남은 주행거리 표기는 '367km'로 표기됐다. 공인 주행거리 383km보다 약 16km 적게 표기됐지만, 최대한 연비운전을 하며 첫 번째 중간 도착지인 충주휴게소 마산방향까지 주행해보기로 했다. 이번 주행은 경부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중부고속도로, 대구-부산 고속도로 등 다양한 고속도로를 이용해봤다.

충주휴게소 마산방향까지 약 116km를 주행해본 결과, 클러스터의 남은 주행거리 표기는 ‘309km'로 표기됐다. 약 절반가량 전기를 아끼며 주행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바로 볼트 EV 내 전자식 기어 시프트에서 조작할 수 있는 ’L'모드 덕분이었다.

서울역 출발 당시 볼트 EV 주행 가능 거리는 367km로 표기됐다. 효율적인 운전을 하면 최대 433km까지 갈 수 있다는 'Max'표기도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서울역부터 충주휴게소까지 117km 주행 결과, 볼트 EV의 남은 주행거리는 309km로 표기됐다. (사진=지디넷코리아)

‘L’모드는 ‘원페달 드라이빙(one pedal driving)’을 가능하게 만드는 주행모드로, 가속페달에서 주행중 발을 때면 차량의 급격한 감속 또는 회생제동을 지원해준다. 급격한 감속으로 인해 일반 운전자들이 익숙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하지만 ‘L’모드는 보다 많은 회생 제동 에너지를 제공하는데 도움을 줬다. 고속도로 진입 이전 시내 주행에는 굳이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됐고, 고속도로 주행시 속도 조절에도 용이해 발목의 피로가 덜했다. 회생제동으로 인한 ‘꿀렁거림’에 익숙치 않은 운전자들도 잘 활용을 하다 보면 금방 적응이 될 수 있다.

L모드는 또 스티어링 휠 좌측에 위치한 ‘리젠(Regen)' 버튼과 잘 어울린다. ’리젠‘ 버튼을 누르면 차량 감속시 나타나는 회생제동 에너지를 키워줌으로서 배터리의 조기 방전을 막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준다. 이 위치가 일반 내연기관 차의 패들시프트와 비슷한 자리에 위치했다는게 특징이다.

충주휴게소 마산방향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은 후, 다음 목적지는 경상북도 칠곡군 왜관읍에 자리잡은 칠곡휴게소 부산방향으로 정했다. 거리는 140km다.

서울부터 부산까지 무충전 주행 당일은 비가 많이 왔다. (사진=지디넷코리아)
남은 배터리 현황 등을 볼 수 있는 볼트 EV의 인스트루먼트 패널 (사진=지디넷코리아)

■‘남은 주행거리 157km' 처음 생긴 불안감

칠곡휴게소 부산방향까지 주행할 때는 정속주행보다는 추월가속을 많이 했고, 에어컨 공조장치도 몇 차례 사용했다. 과다 적재한 덤프 트럭들의 빗길 주행이 많아 주행 중 시야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칠곡휴게소 부산방향까지 주행한 후 볼트 EV의 남은 주행거리를 확인해보니 157km가 표기된 것을 볼 수 있었다. 딱 충주휴게소와 칠곡휴게소 사이의 거리와 맞게 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때는 약 3km 정도의 정체 구간이 있었지만, 그 이후에는 차량 통행 시간이 별로 없어 꾸준히 고속주행을 즐길 수 있었다.

칠곡휴게소 부산방향과 충주휴게소 마산방향은 무충전 주행 체험 도중 만일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정한 중간 도착지였다. 두 휴게소 다 환경부 전기차 공공급속충전기가 설치됐기 때문이다.

칠곡휴게소 부산방향에서 부산톨게이트까지의 거리는 134km. 볼트 EV의 남은 주행거리보다 약 23km 짧은 거리지만, 배터리를 잘 쓰지 못하면 중간에 배터리가 방전될 수 있을 확률도 어느 정도 있었다.

칠곡휴게소 도착 후 남은 주행거리가 157km까지 떨어진 볼트 EV (사진=지디넷코리아)

■무리하지 않고 주행하니 부산톨게이트 무사 통과

칠곡휴게소 부산방향 출발 후 약 1시간 40분 정도가 지나자 목표지점인 부산 톨게이트가 보였다. 통과 당시 볼트 EV 계기반 클러스터의 남은 주행거리는 44km를 표기했다. 볼트 EV는 또 주행거리란에 Min(최소)와 Max(최대)를 표기하는데, 이는 운전 습관에 따라서 갈 수 있는 주행거리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로써 볼트 EV는 서울역에서 출발한지 392km를 지날 시점에 부산 톨게이트를 아무 탈 없이 통과하게 됐다. 서울까지 돌아가기 위한 충전 장소를 찾느라 이후 8km 이상을 주행했고 누적 주행거리가 약 400km를 넘은 시점에 부산 온천장역 공영주차장에서 급속충전을 진행했다. 무충전 주행 체험 시작 이후 첫 충전이다.

볼트 EV의 무충전 주행 후 평균연비를 살펴보니 13.3kWh/100km로 표기됐다. 우리나라 표기법에 따르면 1kWh당 약 7.5km정도다. 60kWh 배터리가 탑재된 볼트 EV가 이 정도 평균연비를 유지하면 거뜬히 410km 이상은 갈 수 있다는 의미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부산 톨게이트 (사진=지디넷코리아)
부산톨게이트 통과 당시의 볼트 EV 계기반 클러스터. 남은 주행거리가 44km로 표기됐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주행거리 39km 정도를 남겨두고 부산 온천장역 공영주차장에서 급속충전을 진행하기로 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볼트 EV는 이렇게 무충전으로 주행이 가능할 정도의 끝판왕다운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과격한 성격의 운전자가 아니라면, 충분히 충전 걱정 없이 볼트 EV로 부산까지 주행할 수 있다. 만일 충전에 대한 걱정이 너무나 큰 운전자라면, 충주나 칠곡 인근에서 한 번 이상 급속 충전을 진행하는 것도 추천한다. 장거리 주행하면서 단 한 번 정도만 충전 가능한 것도 현재 출시된 전기차 모델들의 메리트 중 하나다.

하지만 무충전 주행하면서 볼트 EV에 대한 몇 가지 아쉬운 느낌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우선 볼트 EV는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처럼 차량 위치 인근에 자리잡은 충전소 검색 기능이 마련되지 않았다. 이 차는 쉐보레 마이링크 앱과 연동돼 내비게이션을 쓸 수 있지만, 시승을 하는 입장으로서 당장 이 앱을 다운로드 받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SK텔레콤 티맵을 활용해 가까운 전기차 충전소 위치 파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10.2인치 대형 디스플레이에 담을 수 있는 충전소 위치 검색 그래픽이 향후에 나오길 기대한다.

볼트 EV는 3월 사전계약 실시 이후 초도 물량이 완판됐다. 이 때문에 국내 고객들은 내년 이후 볼트 EV의 더 많은 물량을 기대할 수 밖에 없다. 아직까지는 이같은 장거리 전기차를 즐길 수 있는 고객이 한정적이라는 것이 안타까운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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