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윈도7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운영체제(OS)가 윈도10이 아닌 윈도8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내 데스크톱OS 시장을 윈도7과 윈도8이 양분하고 있다는 얘기다. 세계 시장에서 비인기 버전인 윈도8이 최신 버전인 윈도10을 앞서고 있다는 점은 의외로 비친다.
지난 11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2016년도 하반기 국내 인터넷 이용환경 현황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해 11월 1개월간 이용자가 많은 국내 쇼핑몰, 통신사, 금융IT업체, 교육기관 등 7곳의 웹사이트에 접속한 국내 이용자의 브라우저와 OS 정보에 기반했다.
많이 쓰는 데스크톱OS(점유율)를 순서대로 나열하면 윈도7(47.58%), 윈도8(34.29%), 윈도10(7.76%), 윈도8.1(2.91%), 맥OS X(2.28%), 윈도XP(4.03%), 리눅스(0.58%), 윈도비스타(0.41%), 윈도 기타(0.01%), 기타(0.15%) 순으로 나타났다.
윈도7과 윈도8 점유율을 더하면 81.87%에 달한다. 이 자료에 따르면 국내 데스크톱 기반 인터넷 이용자 대부분이 윈도7과 윈도8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윈도8이 2013년 윈도8.1과 윈도10 업그레이드를 지원하는 과도기적 OS라는 점을 고려하면 의외의 결과다.
윈도8은 2012년 10월, 윈도8.1은 2013년 10월, 윈도10은 2015년 8월 정식 출시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윈도10 출시전, 2015년 7월말부터 2016년 7월말까지 1년간 무료 업그레이드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최신 OS 확산을 독려했다.
KISA 분석에 따르면 윈도10 점유율 증가량은 무료 업그레이드 행사 초기 저조하다가 마감 직전 크게 늘었다. 정식 출시 기점으로 일부 윈도7과 윈도8.1 사용자가 윈도10 환경으로 전환한 결과로 추정됐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6차례 진행된 조사에서, 윈도7 점유율은 초기(2014년 상반기, 6월 기준) 55.09%를 기록해 2015년중 60%에 근접했다가 윈도10 보급이 본격화한 지난해 눈에 띄는 감소를 보였다.
반면 윈도8 점유율은 윈도10 출시와 무관하게 지속 증가하는 현상을 보였다. 초기 15% 가량에서 2015년 6월을 제외한 모든 기간 꾸준히 늘어, 최종적으로 시장 3분의 1을 차지할만큼 급증한 것이다.
이는 비슷한 유형의 글로벌 통계인 스탯카운터 한국 데이터와 판이한 양상이다. 스탯카운터 자료에서 한국의 윈도8 점유율은 2014년 이래로 어떤 시점에도 5%를 넘긴 적이 없었다. 2014년 하반기부터 무료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윈도8.1 점유율이 계속 더 높게 기록됐다.
글로벌 조사의 한국 지역 데이터와 KISA의 민간 사업자의 데이터를 취합한 통계가 이처럼 사뭇 다른 양상을 나타내는 배경에는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 관련 질의에 KISA 측은 뾰족한 답을 주지 못했다. 여러 요인을 검토해 봤지만 설득력있는 변수를 파악하지 못했단 입장이다.
한국MS 측에서도 "우리는 (시장분석에) 스탯카운터의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는데, 스탯카운터 자료에서는 그런 (윈도8 점유율의 독보적인 오름세와 같은) 경향을 보이진 않는 것 같다"며 KISA 측에서 발표한 자료의 특성에 대해 별다른 설명을 제시하지 않았다.
KISA의 데이터 자체에 문제가 없다면 몇 가지 추정을 해 볼 수는 있다. 2014년 4월부터 MS가 윈도XP 지원을 중단함에 따라 PC 교체 및 OS 업그레이드 수요가 발생했다. 그해 상당수 이용자가 윈도8과 윈도8.1을 쓰기 시작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2015년 하반기부터 윈도8.1 점유율 증가세는 꺾인다. 사용자들이 2015년 하반기 출시된 윈도10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이 시기부터 윈도7 점유율도 하락세에 접어드는데, 이게 윈도10과 윈도8 사용자 증가에 함께 기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전체 흐름은 데스크톱 사용자들이 윈도XP와 윈도비스타와 윈도7 및 윈도8.1 환경에서 윈도8과 윈도10 환경으로 전환하는 양상이다. 글로벌 시장 흐름이나 업계 통념과는 달리 국내 사용자 가운데 윈도10이 아닌 윈도8을 선택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게 특징이다.
남는 의문은 어째서 무료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윈도10이 아닌 윈도8을 선택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느냐는 점이다. 시작 메뉴가 사라져 많은 원성을 들었던 윈도8을 선호할 것이란 가정에는 무리가 있다. 어쩌면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한 사정이 있는 사람이 꽤 많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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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국내에 윈도10용 하드웨어 드라이버가 지원되지 않는 PC 사용자가 많을 가능성이 있다. 윈도8 탑재 PC가 여전히 공급되고 있을 수도 있다. 또는 윈도8 OS가 윈도10 무료 업그레이드보다 선호될만큼 손쉬운 불법복제 대상이 된 것일 수도 있다.
한국MS 측에서는 관련 문의에 "불법복제 방식을 통한 윈도 사용 현황을 모니터링하거나 그런 사용 규모에 관한 지표를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