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가 '스마트팩토리' 구축의 기본 전제로 엣지 컴퓨팅(Edge computing) 아키텍처를 제시했다. 엣지 컴퓨팅이 효율적인 사물인터넷(IoT) 데이터 처리에 필수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한국HPE 염승명 이사는 29일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 ‘독일 인더스트리 4.0을 통해 본 한국형 4차산업혁명 모델’ 컨퍼런스에서 '엣지 컴퓨팅이 보여주는 컴퓨팅 환경의 변화와 기업 도입 사례'라는 주제 발표에서 이같이 밝혔다.
엣지 컴퓨팅은 모든 IoT 데이터를 중앙 데이터센터로 보내지 않고 데이터가 발생한 현장에서 곧바로 분석케 하자는 개념이다. HPE는 엣지 컴퓨팅을 포함한 IoT 데이터 처리 흐름을 4단계로 나눈다. 데이터가 발생하는 센서 영역이 1단계다. 이 데이터를 모아 수집하는 영역이 2단계다. 수집된 데이터를 넘겨받아 초기 분석하는 영역이 3단계다. 심층 분석을 수행하는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인프라 영역이 4단계다.
염 이사는 "뒷 단계로 갈수록 시스템이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늘어난다"며 "모든 데이터가 1~4단계를 다 거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엣지 컴퓨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그는 제조 기업이 IoT 데이터 처리 환경을 구축할 때 맞딱뜨리는 문제를 열거했다. 대규모로 발생하는 센서 데이터 처리의 효율성 부담이 핵심이었다. 엣지 컴퓨팅은 이를 극복하게 해 준다는 설명이었다.
"엣지컴퓨팅을 활용하면 데이터를 중앙 데이터센터까지 보내지 않아도 된다. 데이터를 분석한 뒤 대응이 필요한 최종 사용자 기기 영역으로 오가는 사이에 발생하는 서비스 지연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수집해 보내야 할 데이터 크기 자체도 줄여서 대역폭을 절감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에 보낸 데이터가 줄면 처리에 드는 네트워크 및 스토리지 자원 비용도 낮출 수 있다. 전송 단계를 덜 거치면 데이터의 보안 위협 노출도 감소한다. 중앙에서 더 적은 데이터를 쓸수록, 이를 클라우드와 함께 관리시 발생하는 중복 데이터나 스토리지 복잡성도 덜어 진다. 원거리에서 데이터를 모아 보내면서 최신화하는 과정에 데이터 오염이 발생할 여지도 줄어 든다. 데이터 이동관련 규제가 상이한 여러 지역간의 컴플라이언스 문제에도 대응할 수 있다."
HPE는 이런 엣지컴퓨팅 구축을 위한 데이터센터 및 엣지컴퓨팅 인프라 시스템 솔루션을 '엣지라인시스템즈'라는 브랜드로 보유하고 있다. 크게 2가지 제품군으로 나뉜다. EL4000과 EL1000이라는 모델은 수집된 데이터를 모아 초기 분석을 수행하는 3단계 영역에 대응하는 시스템이다. EL20과 EL10은 여기에 넘기기 전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수집하는 2단계 영역에 대응하는 시스템이다.
염 이사는 EL20 컴퓨터 시스템의 구조를 간단히 소개했다. 언뜻 AP를 닮은 외관에 유선랜, 마이크입출력 단자, USB인터페이스 등 PC에서 제공하는 연결 기능을 갖춘 형태다. PCIe 대신 미니PCIe 인터페이스로 확장 I/O 기능을 보탤 수 있다. SIM카드 모듈을 꽂아 블루투스, 무선랜, 3G, LTE, 지그비, 로라(LoRa) 등 네트워크도 지원한다. 센서 데이터를 모아 3단계 초기분석 단계로 넘길 때 온갖 유무선네트워크를 동원해 효율적인 전달을 지원할 수 있도록 설계된 모양새다.
염 이사는 이어 HPE 솔루션 도입 여부와 무관하게 국내외 IoT 인프라 구축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비디오, 여행, 음원, 신문사와 잡지사가 이미 초기 IoT 인프라를 적용 했고, 이제 헬스케어, 에너지, 리테일, 제조, 교통 분야로 확산할 시점"이라며 "제조 기업들은 단순히 수율이나 장애 개선이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수단 형태로도 IoT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컴프레서제조사(KAESAR)는 IoT를 도입해 장애발생에 따른 비용을 확 줄였다. 장애발생 후 일일이 사람을 보내는 장애 발생 이전에 60% 비중에 선조치를 함으로써 엔지니어 파견 비용을 절감, 연간 1천만달러를 아꼈다. BMW 등과 거래하는 자동차부품업체(IAV)는 자사 부품을 쓰는 차량에 자율주행이나 주행보조시스템 기능을 지원해 시간당 사용량 과금 방식의 카셰어링 및 렌탈카 서비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염 이사는 IAV 사례를 소개하면서 "이 회사는 운전 중 유사상황 발생시 운전자를 보조하거나 자율 주행 기능을 지원하는 쪽으로 기술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며 "이런 차량에 네트워크가 끊어져 데이터를 보낼 수 없는 상황에서도 정상 주행을 할 수 있으려면 또한 엣지 컴퓨팅이 필수적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프랑스통신사의 로라 네트워크 구축 사례도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통신사는 수천~수만개 로라 네트워크를 모아 데이터를 보내는 기지국 설비를 만드는데 상당한 비용을 필요로 한다. 센서를 많이 둘수록 수집되는 데이터 트래픽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효율화하려면 로라 네트워크 구축과 병행해 엣지 영역에 데이터 처리 장비를 둠으로써 트래픽 비용 절감을 시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까진 기기간 통신 사례였다면 인간을 매개한 IoT 사례도 있다. 의료기기제조사(필립스)는 초음파와 CT 촬영 장비를 통한 의료영상정보를 수집, 데이터화해 클라우드에 올리고 분석하는 기술을 도입했다. 필립스는 이를 위해 자신들에게 맞는 분석툴과 하드웨어를 직접 만들어냈다. 좌석 7만개 규모의 실리콘밸리 미식축구장(리바이스스타디움)에선 관객을 상대로 GPS 기반 IoT 서비스를 제공한다. 관람중 화장실 다녀오는 새에 못 본 주요 장면을 다시 보게 해준다든지, 앉은 자리에서 간식 주문 및 배달을 하게 해준다든지, 관람 후 출구 방향을 안내하는 식이다.
국내 제조기업 사례도 있다. 한 금속코일 제조업체는 핵심인 압연공정의 품질개선을 통해 불량에 따른 손실비용을 5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이 회사는 비철 코일을 만들기 위해 원자재를 넣고 압연하는 설비를 IoT 적용 대상으로 삼았다. 압연으로 만든 호일을 감아 배송하는 공정까지 거치면 2주마다 229번씩 장애가 발생했다고 한다. IoT 적용으로 불량 패턴을 파악, 불량 예측시 생산을 중단하거나 대체 공정을 진행함으로써 22억 정도의 손실 규모를 4억 수준으로 줄였다.
염 이사는 "IoT를 통해 ROI 개선을 직접적으로 언급할 수 있는 사례는 흔치 않은데 이 회사는 제품당 단가가 높아 특정 장애를 개선함으로써 확실한 ROI 개선을 거둔 경우"라면서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기만 하고 분석해 보지 않는 곳이 많은데, 이 회사처럼 불량 패턴을 파악하기 위해 수집 데이터를 분석해 활용하려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평했다.
HPE가 참여한 사례도 소개됐다. 허니웰 자회사 트라이디엄은 HPE와 함께 한 프로젝트에서 스마트공장, 빌딩관리 시스템에 데이터를 제공하고 운영을 돕는 시스템을 패키지솔루션으로 도입했다. 플로서브라는 회사는 스마트펌프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여기엔 HPE, 내셔널인스트루먼트, PTC, 포그혼 등이 함께 참여했다. 펌프 설비를 모니터링해 유사시 선조치하는 방식이었다.
염 이사는 HPE가 엣지컴퓨팅용 하드웨어를 제공할뿐아니라 IoT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실시간 모니터링, 플랜트 전체를 관리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이 포함돼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플랫폼을 활용한 스마트팩토리를 구성하면 생산라인의 센서, 카메라 설치 후 데이터와 영상정보를 엣지라인 시스템으로 수집, 분석할 수 있다. 공장별 IoT 플랫폼에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거나 여러 공장의 데이터를 아마존웹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등 퍼블릭클라우드에 올려 한꺼번에 처리할 수도 있다. 클라우드에선 모니터링하면서 수집 데이터의 패턴에 따라 장애 등 시나리오에 대응하도록 학습시키는 머신러닝 분석 프레임워크 활용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염 이사는 제조 기업들이 이런 스마트팩토리로 가려면 기술뿐아니라 3가지 접근 방식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첫째는 개방성이다. HPE뿐아니라 다른 플랫폼 제조 회사와 함께 호환성을 갖는 솔루션과 플랫폼을 쓰도록 연합하는 접근이다. 특정 솔루션 벤더에 종속되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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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어떤 데이터를 수집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IoT와 빅데이터 활용 전략이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는 데이터를 무턱대고 많이 모으기만 했을 뿐 그걸로 뭘 해야 할 것인지 생각지 않아서라는 게 염 이사의 지적이다. 그는 목표를 확실히 세운 뒤 IoT 데이터를 수집하라고 당부했다.
셋째는 제조 환경의 조직간 협업이다. 제조 환경은 IT와 OT가 나뉘어 있는데, 스마트팩토리는 IT의 주도로 이뤄지지 않는다. OT를 통해 완성되는 그림이다. 센서 데이터가 OT를 통해 발생하면, 이걸 IT로 넘겨 분석을 하고, 그 결과를 OT에 다시 제공할 수 있는 형태로 협업이 필요하다. 염 이사는 "OT와 IT가 잘 융합해 스마트팩토리와 IoT를 적용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