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국내 스타트업들이 진출해 성공하는 비법이란 게 있을까.
이런 궁긍증 해소를 위해 실리콘밸리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들이 그간의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가 열렸다.
현지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은 교육 수준은 성공 척도가 아니라면서, 투자자에게 재정 상태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시제품 때부터 고객을 확보해야 하고, 실리콘밸리에 갔으면 완전히 실리콘밸리 회사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28일 네이버 그린팩토리 커넥트홀에서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2017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컨퍼런스의 오전 세션에서는 웹사이트 제작 도구를 제공하는 기업 위블리에서 국제 담당 부사장을 맡고 있는 트로이 말론, 스타트업 위주로 투자하는 글로벌 벤처캐피탈 500스타트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 폴 유, 실리콘밸리에서 하드웨어 스타트업으로 자리잡은 어웨어의 노범준 대표가 실리콘밸리 진출을 꿈꾸는 스타트업들에 조언하는 시간을 가졌다.
■“교육 수준은 성공의 척도가 아니다”
말론은 한국 문화에 친숙한 사람이다. 에버노트에서 아시아 담당 부사장을 역임했고, 강원도 원주에서 2년간 선교사로 활동했다.
이날 오전 세션의 첫 발표를 맡은 말론은 ‘실리콘밸리인이 바라본 한국 스타트업’이라는 주제를 갖고 한국인이 실리콘밸리에서 어떤 강점을 지니는지에 대해 말했다.
말론은 “한국은 깊은 역사와 언어, 문화를 지녔다”며 “한국인의 일에 대한 높은 자부심과 교육에 대한 깊은 관심은 한국이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국가로 성장하는데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 사람들은 성공을 갈망한다. 스스로에게 매우 큰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에 대해 말론은 “실리콘밸리는 ‘실리콘빨리’로 생각하는 게 좋다”며 “실리콘밸리는 매우 많은 기업이 섞여 있어 매우 역동적인 시장이다. 변화 흐름에 신속히 맞춰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말론은 실리콘밸리 진출을 꿈꾸는 한국 스타트업에게 “무엇이든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실리콘밸리에서는 고학력 인재가 넘치지만 수많은 기업들이 실패를 겪는다. 교육 수준은 성공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투자자에게 솔직한 타이밍 놓쳐선 안 된다"
폴 유가 CFO를 맡고 있는 500스타트업은 2015년 5월 ‘김치펀드’라는 이름의 150억원짜리 펀드를 조성해 자본금 1억~5억 수준인 한국 초기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매년 최대 15개까지 투자하고 있다.
폴 유는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이 바라본 한국 스타트업’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폴 유는 한국 시장의 강점으로 우수한 재능과 교육, 인프라와 충분한 투자 자금, 적극적·혁신적인 정부, 기업가 정신을 꼽았다.
실리콘밸리에 대해 폴 유는 “전체 스타트업 중 80%가 실패를 겪는다”며 "한국 스타트업이 실리콘밸리에서 실패를 피하기 위해서는 당장 이익을 구하기보다 매출 증대를 노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실리콘밸리에는 매우 똑똑한 인재가 많다. 마케팅, 투자, 영업, 채용 등 조언을 구하고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스타트업이 투자자에게 재정 상황을 투명하게 공유해야 한다는 것도 중요하게 봤다. 폴 유는 “투자자한테 솔직해야 한다. 적절한 타이밍을 놓쳐선 안된다”며 “재정 상황에 대해 항상 솔직하고 투명하게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시제품 출시 때부터 고객 확보해야"
노 대표는 이날 행사에서 ‘하드웨어 스타트업 실리콘밸리 성장기’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으로서 실리콘밸리에서 겪은 경험과 그로 인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어웨어에 대해 실내 공기 상태를 측정하는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라고 소개한 노 대표는 “처음에는 외부 환경에 대해 알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대부분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기 때문에 실내 환경을 지속적으로 체크하고자 하는 수요가 크다고 느꼈고, 빨리 움직였다”고 말했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고충과 특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노 대표는 “하드웨어는 자본이 예상치 못하게 필요한 시기가 잦다. 자본집약적인 사업”이라며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장기전이다. 시제품이 나오고 양산배송까지 최소 6개월이 걸린다”고 언급했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꿈꾸는 창업자들에게 노 대표는 “시제품 출시 때부터 영업해 팬층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2015년 2월 스타트업을 지원투자하는 테크스타에 들어가서 사람들에게 언제 시제품이 나오는지에 대해 알렸다. 출시 2시간 만에 완판했다”고 말했다.
노 대표는 제조업체를 한국 기업으로 정한 이유도 밝혔다. 노 대표는 “서로에게 중요한 고객이어야 한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다. 우선 순위에서 밀리면 제조 속도와 품질을 잡을 수 없다”며 “중국 제조업체는 너무나 많은 글로벌 업체를 상대하고 있어 좋은 해답은 아니라고 결론내렸다”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에 간 회사가 아닌, 실리콘밸리 회사 돼야"
발표 이후 이날 컨퍼런스를 주최한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과 함께 하는 패널토크가 이어졌다. 패널토론은 컨퍼런스 참석자들이 온라인 상으로 보낸 질문에 패널들이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한국 스타트업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노 대표는 “결국은 실리콘밸리에 왜 가야 하는지가 가장 첫 번째로 풀어야 할 문제 같다. 한국 시장에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는데 글로벌 시장에서도 똑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느낀다면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노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는 인재가 제일 중요하다. 창업자들이 과제에 부합하는 좋은 인재들을 모아 실리콘밸리에 간 한국 회사가 아닌, 실리콘밸리의 회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기 꿈꾸는 학생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질문에 말론은 “국제적인 경험을 쌓는 게 좋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기사식당에 갔었다. 지하철도 많이 타고 한국 사람들과 많이 어울렸다. 현지 문화를 접하고 시장이 어떤지 경험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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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말론은 학생들에게 “평생 일하는 직업은 이제 사라졌다. 어떤 직장에서 일할지보다 어떤 것에 스스로가 끌리는지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 대표는 학생들에게 “‘갑’ 말고 ‘을’, ‘병’의 역할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해보길 권장한다.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 타인이 할 수 있는 것을 공유하고 같이 일할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