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해외 진출은 온전히 기업 몫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정부의 역할을 무시할 수도 없다. 각국간 통상 마찰이 빚어질 때 정부의 간여는 불가피하다. 또 자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각 나라마다 지원 조직을 갖추고 있다.
국내도 상황은 다를 바 없다. 다양한 지원 조직이 있다.
각 기관 사이에 소통과 전략이 빈약해보이고 보여주기식으로만 일한다는 비판도 많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다. 특히 새로 진출하는 나라에서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를 디딤돌 삼아 해외 진출에 물꼬를 튼 기업들도 하나 둘씩 나오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등 소규모 ICT 회사들이 해외 진출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대표 기관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이하 코트라),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독일NRW연방주 한국대표부 등이 있다. 이들이 그 동안 국내 ICT 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고, 또 지원 계획을 갖고 있는지 살펴봤다. 특히 미국, 중국 등 이미 글로벌 기업이 점령한 지역이 아닌 제3블록에서의 정부의 전략적 지원이 있는지 알아봤다.
■코트라 IT사절단, 밀어주고 당겨주고
코트라의 경우 IT사업단이 따로 있어 국내 ICT 기업들의 해외 마케팅을 지원하고 있다.
코트라는 실리콘밸리, 도쿄, 베이징 등에서 총 84개의 입주공간을 두고 해외IT지원센터 운영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곳에서 국내 ICT 기업들에게 입주공간과 사무인프라를 제공, 네트워킹 및 마케팅을 지원하고 있다. 또 법률, 세무회계 등에 도움을 준다.
또한 IT해외로드쇼와 전시회에 참가해 국내 ICT 기업들이 해외 바이어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아울러 전략 IT사절단을 꾸려 유럽과 중남미, 실리콘밸리, 베이징 등에서 국내 업체와 해외 바이어를 연결하고 있다.
나아가 국내에서는 ‘글로벌 모바일 비전’(GMV)이란 이름의 전시회에 해외 바이어들을 초청해 IT 유망분야 국내기업의 수출 및 투자유치를 지원한다. 올해는 10월 킨텍스에서 열릴 예정이다.
지난해부터는 미래부와 함께 IT수출컨소시엄 사업을 진행 중인데, 7개였던 프로젝트를 올해는 10개로 늘려 새로운 지역 진출을 도울 예정이다.
코트라는 또 IT수출상담센터를 따로 운영, IT 전문가들이 직접 상담업무도 한다. 유선과 이메일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 대면 상담까지 해준다. 전략 시장을 선정할 때, 또 시장 조사가 필요할 때 ICT 기업들은 코트라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코트라는 해외 진출을 위한 진단과 가이드까지 밀착된 도움을 주고 있다.
코트라는 올해 핀테크, 드론, 인공지능(AI) 등 10대 유망 분야를 중점으로 국내 ICT 기업들이 해외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전략적인 접근도 고민하고 있다. 또 미국, 중국, 일본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후진국들도 이제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가격 경쟁력이 있으면서도 기술 전수가 가능한 경우를 우선시하고 있다.
‘내 것을 판다’는 개념이 아닌, ‘선진 시스템을 전파해주겠다’는 식의 접근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코트라는 중동 시장도 타진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도움을 받아 무역사절단을 오만에 파견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KISA의 오만 무역관과 협력해 보안과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국내 기업들의 오만 진출을 도왔다.
아프리카의 경우 코트라는 식민지 국가의 입김이 센 지역인 만큼 정부 간 거래가 중요한 시장으로 파악하고 있다. 아프리카를 지배한 유럽의 영향으로 큰 인프라 사업을 따내기 어려운 만큼 정부 주도의 접근이 필수란 시각이다.
코트라 김명희 IT사업단 전문위원은 “중소기업들의 경우 뭘 어떻게 해야될 지 모른다. 심지어 코트라가 IT 기업을 지원해주는 걸 모르는 경우도 있다”며 “국내 상담회를 통해 해외 바이어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글로벌 전시회나 로드쇼를 통해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부, 韓 대표 타이틀 걸고 지원사격
미래부는 중소기업청 등과 함께 복잡한 창업지원사업을 수요자(창업자) 중심으로 효율화하고자 ‘K-스타트업'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에는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스마트시티와 정보보호 위주의 지원이 이뤄졌고, 이 중 SW와 솔루션 분야의 수출실적이 가장 컸다. 작년 11월에는 현지 밀착지원의 노력으로 4천만 달러 규모의 베트남 태양광 IoT 솔루션 계약도 체결했다.
미래부는 중국의 저가 공세와 선진국들의 기술력과 인지도에 밀리는 국내 ICT 기업들이 해외에 잘 진출할 수 있도록 현지 시장 사전 수요조사를 바탕으로 타깃 국가를 선정하고 지원 전략을 짜고 있다.
지난해에는 아시아(47.4%)와 유럽CIS(26.3%) 중심의 지원이 많았는데, 올해는 한국의 ICT 정책 수요가 있고 우리 중소기업이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미얀마,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시장 등을 공략할 예정이다. 정부 간 협력이 필요한 경우 상대국이 필요로 하는 ICT 정책을 제공하고, 마스터플랜 수립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민간기업의 진출 확대를 위해 비즈니스 상담회와 신사업 발굴에도 나서기로 했다.
올해는 K글로벌 해외진출사업으로 미래부 등은 51.8억원의 예산을 들여 ICT융합분야 스타트업과 벤처 기업이 해외 시장으로 진출 및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컨설팅 지원과 교육, 사무공간, 투자유치 등 해외진출을 지원한다.
미래부 이항재 국제협력관 글로벌파트너스팀장은 “중국의 저가 공세와 선진국의 우수한 기술력과 인지도 틈바구니에서 국내 ICT 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까, 또 우리가 잘하는 건 뭘까가 고민”이라며 “결론은 개도국뿐 아니라 유럽 등도 한국의 ICT 정책들을 부러워하는 만큼, 정부가 중소기업들과 함께 협력해 진출하는 것이 좋은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또 “국내 기업들의 해외진출에 있어 금전적 지원을 일부 하는데, 이는 한국관 이름으로 해외 전시회에 나가길 원하는 기업들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며 “중소, 중견 기업만 돼도 개별 부스로 나가기를 원하는 만큼 정부는 국가 간 우호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역할을 유지하고,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미래부는 동남아시아 시장의 경우 우리나라와 지리적인 위치가 가까워 해외 진출이 용이한 반면, 아프리카나 중동, 유럽과 중남미 등은 중장기적으로 가야 하는 시장으로 바라보고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글로벌 성장 가능성은 있으나 자금 여력이 취약한 재도전 기업이 해외진출 진행 시 당면하는 제품 현지화, 해외판로 확보, 현지화 전략 등에 필요한 해외현지화 자금을 지원한다.
또 해외 현지 진출에 필요한 글로벌 창업 멘토링 제공으로 재도전 사업의 해외진출을 효과적으로 돕는다. 신청 자격은 법인설립 7년 미만의 ICT분야 재도전 기업으로, 해외진출 시제품 또는 베타서비스 버전을 보유해야 한다. 국내외 제품 또는 서비스가 출시된 해외진출 준비기업이 대상이다. NIPA는 과제당 5천만원 내외(10개 과제 내외)의 금액을 지원한다.
NIPA 장재경 수석은 “제일 중요한 건 해외 진출을 위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아이디어가 아닌 시제품이 있어야 한다”면서 “올해는 미국 일본, 중국 등을 넘어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 지원을 확대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개발도상국 전문가들을 멘토링에 포함시켜 진출 나라를 확대하고 세분화 해보려는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본투글로벌, 해외 진출 A부터 Z까지 코칭
미래부 산하 본투글로벌센터는 국내 스타트업들의 해외 진출을 체계적으로 돕고 있다.
2013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지원 기업 수는 1천957개사며, 해외에 설립된 법인 수는 47건, 투자유치 연계 성과는 1천998.9억원에 달한다.
현재 본투글로벌센터에 입주한 스타트업은 53개사다. 또 4개의 엑셀러레이터, 1개의 투자사 등이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스타트업 입주 경쟁률은 지난해 12월 기준 7대 1이다.
본투글로벌센터는 매년 100여개의 우수기업을 발굴해 글로벌 진출에 필요한 교육에서부터 전문 컨설팅, 데모데이, 로드쇼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본투글로벌센터가 다른 정부 기관과 다른 점은 각 멤버사들에게 현지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맞춤형 지원을 한다는 점이다. 보육공간을 제공함은 물론, 글로벌 진출 주기에 따른 일대일 컨설팅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법률, 특허, 회계, 마케팅, 국제노무, 비자, 홍보, 해외인증 등 해외 진출 기업들이 맞닥뜨리게 되는 여러 어려움과 문제들을 하나하나 코칭해준다.
본투글로벌은 우리 ICT 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지역으로 미국, 중국, 유럽보다는 동남아시장을 꼽고 있다. 해당 지역에서 매출을 만들어 이를 기반으로 미국이나 일본, 중국과 같은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본투글로벌센터는 국가마다 전략을 차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태국과 베트남의 경우 한류를 좋아하고, 굳이 최신 버전의 서비스가 아니어도 진출이 가능한 만큼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김종갑 본투글로벌센터장은 “코트라가 글로벌 준비 기업을 돕는다면, 본투글로벌센터는 글로벌 진출 기업을 돕는 역할을 한다”며 “해외 진출 기업들이 현지의 눈높이를 어떻게 하면 맞출 수 있는지, 또 그들이 어떤 단어를 사용하는지까지 컨설팅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해외 진출 시 시장 조사와 제품개발은 반드시 해야 하는데, 우리는 기술만 얘기하고 제품 얘긴 잘 안한다”면서 “투자자들이 직관적으로 보고 평가할 수 있는 제품을 반드시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독일NRW연방주 韓대표부 교두보 역할 톡톡
독일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NRW)연방주 경제개발공사 한국대표부도 한국 기업들의 독일 진출을 도와주고 있다. 간단한 신청서만 내면 독일 진출을 위한 자문과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독일NRW는 독일에서 최고의 투자 거점으로, 유럽의 최대시장이자 관문으로 손꼽힌다. 우수한 고급인력과 기업들이 이곳에 본사를 두고 유럽 시장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독일 NRW연방주 한국대표부에 따르면 독일 내 산업관련 서비스 매출의 27.5%가 NRW연방주에서 발생된다. 또 서비스 부분의 고용된 독일 인력의 26.5%가 여기에서 근무를 한다. 독일 50개 기업 중 16개 기업의 본사가 바로 NRW 연방주에 위치해 있다. 아울러 76만5천개의 중소기업도 자리하고 있다. 주요 글로벌 기업으로는 포드, 보다폰, 3M 등이 NRW 연방주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국내 기업은 LG, 두산 등 약 70개 이상이 활동 중이다.
김소연 독일NRW 연방주 한국대표부 대표에 따르면 독일에게 있어 한국은 일본보다 가격경쟁력이 우수하고 중국보다 기술력이 좋은 국가로 인식된다. 또 중국의 경우 시장은 크지만 여러 가지 불안 요소가 있는 반면, 한국은 안정적인 파트너이자 우수한 인적자원을 기반으로 중국과 일본을 공략할 수 있는 핵심 거점으로 평가받는다.
독일NRW연방주 한국대표부는 혁신콘텐츠지원 사업을 통해 국내 기업들이 독일에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10만 유로 규모로 매칭 펀드를 지원하되, 대신 기업이 최소 20%를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사업자는 본인이 낸 금액만큼 먼저 수익을 챙길 수 있으며, 수익이 나지 않을 경우 지원받은 금액을 갚지 않아도 된다. 만약 독일NRW연방주 한국대표부의 문을 두드릴 경우 입국부터 회사설립, 세금, 인재 채용 등 전반에 걸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김소연 대표는 “독일은 초기 진입장벽은 높지만 법률제도의 불안정성이 없고 공정함이 작동하는 시장”이라며 “독일 등 유럽에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영원히 못 들어간다. 독일 등 유럽을 보수적인 시장이라 꺼리지만, 지금 미리 문을 두드리고 높은 품질로 소비자들을 확보해 놓으면 결국 안정적인 시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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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②IT 기업 해외 진출 지원 조직 어떤 게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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