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국영 통신사인 ‘조선중앙통신’(KCNA)에 보도된 기사 제목을 분석한 자료가 나와 주목된다.
3대 째 세습이 이뤄지고 있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에 이름이 기사 제목에 많이 언급된 반면, 미국이나 한국 등 적대국가와 인물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표현이 많이 쓰였다.
인터넷 시대에도 북한 내 정보는 외부에 잘 공개되지 않는다. 하지만 KCNA는 2010년 공식 웹 사이트를 오픈하고, 2011년에는 일본판도 개설해 북한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KCNA의 공식 사이트 코리안 뉴스(Korean News)는 한글로 쓰인 조선판 뿐만 아니라 영어 버전도 존재한다. 이 사이트는 한글판, 영문판 모두 사진 없이 기사의 헤드라인(제목)만 하이퍼텍스트로 표시되는 단방향의 웹 1.0 시대를 방불케 하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참고로 한국에서는 2015년 이후 코리안 뉴스에 접속할 수 없다.
웰링턴 빅토리아 대학교의 자비에르 마르크스 씨는 1997년 1월1일부터 2014년 9월25일까지 11만4천641개의 코리안 뉴스(영어 버전) 헤드라인을 분석해 각종 데이터를 그래프로 나타냈다.
헤드라인에 등장하는 사람 이름을 열거한 그래프를 보면 세로축이 회수, 가로축이 순위를 나타낸다. 여기에서 1만회 이상 등장하는 이름은 김정일이다. 이어 김일성이 4천344회, 김정은이 3천398회 나온다. 아울러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이름도 볼 수 있다.
‘글로벌 워드 벡터 임베딩스’(Global Word Vector Embeddings)라는 기술을 사용해 제목에 나타나는 인물과 관련된 낱말을 찾은 결과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은 ‘예찬’으로 나왔다. 반면 김대중, 이명박, 김영삼, 박근혜 등 역대 한국 대통령과 유사성이 높은 문구는 ‘매도’로 나타났다.
헤드라인 제목에 등장하는 인물에 대한 평가를 색으로 나눈 그래프에서는 파란색이 긍정적 감정, 빨간색이 감상을 포함 부정적 감정, 하얀색이 중립 감정임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김일성은 파란색과 흰색이 많이 나타나며, 김정일 역시 마찬가지지만 사망한 2011년 12월16일에는 강렬한 빨간색 막대그래프가 확인된다. 이 날은 하루 종일 북한이 슬픔에 빠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정은은 굵은 파란색으로 표시되며, 노동당 서열 2위의 정치가인 김영남은 한결같이 파란색 그래프다.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빨간색 그래프다.
또 자비에르 마르크스 씨는 김정일, 김일성, 김정은, 김영남, 이명박, 기타에 대해 부정적인 단어와 긍정적인 단어를 각각 빨간색과 파란색 글자로 표시(아래 이미지)했다.
헤드라인에 등장한 '국가'에 대해 긍정(파랑)부정(빨강)중립(흰색)을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북한의 동맹국의 중국은 기본적으로 파란색이며, 아직 휴전 상태인 한국은 빨간색이다. 일본은 파란색이 많은데, 이것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에 관한 기사가 많은 것이 원인이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빨간색이다.
또한 미국에 대한 ‘위험’(적색)은 주로 테러에 관한 내용이, 한국에서 '기쁨'(하늘색)은 사면에 관한 내용이었다. 아울러 한국에 대한 기사는 기본적으로 부정적인데, 가끔 한국의 단체가 북한을 찬양하는 사건 등 북한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내용은 긍정적으로 표시됐다.
특정 인물과 관련된 제목의 많고 적음은 날짜에 따라 크게 달랐다. 김정일의 경우 사망한 12월16일 전후에 기사가 급증했다. 이 밖에도 조선 노동당 기념일(10월10일)에도 많이 나타났다. 김일성의 경우는 탄생 기념일 (4월15일)이나 사망한 7월8일 전후로 증가했다.
그런데 김정은의 경우는 생일인 1월8일에 늘어나는 것보다, 김일성 탄생 기념일 전후나 공화국 창건 일 9월9일 전후에 더 많이 언급됐다.
자비에르 마르크스 씨는 KCNA가 김 일가를 예찬하는 선전에 일정한 주제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첫 번째는 김 씨 일가의 업적과 아이디어가 외국에서 칭찬을 받은 ‘김 씨 일가의 성과’ 패턴. 두 번째는 외국에서 김 씨 일가에 선물과 영예를 안긴 사실을 알리는 ‘칭찬과 명예’ 패턴. 세 번째는 경제에 관한 내용에서 ‘북한의 진보적인 개발 사업’을 알리는 패턴이다.
또 네 번째는 예술과 스포츠 공연 등의 이벤트에 대한 ‘국가의 문화 예술적 업적’, 다섯 번째는 외국 지도자와 정치인과의 회담 등 ‘외교 활동’, 여섯 번째는 ‘남북통일 격려’ 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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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미국은 적이라는 것을 조명하는 형태의 ‘국제 연대 강조’, 한국의 사회경제의 실태를 알리는 ‘한국 사회’, 일본이나 미국 등 ‘적대국에 관한 정치경제사고사건’ 화제기사가 많았다.
최근에는 외교에 관한 내용이 줄고 한국 비판과 김 일가의 업적에 관한 화제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