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영주차장, 대학, 자동차 서비스센터 등에 설치된 전기차 완속충전기가 찬밥신세를 면치 못 하고 있다. 전국 430여곳에 약 5천400기 수준의 완속충전기가 설치됐지만, 제대로 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디넷코리아는 지난해 3월 27일 ‘[체험기] 전기차 타고 돌아본 서울 유람기’ 기사를 통해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완속충전기 관리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바로가기) 실질적인 운영이 되지 않은 채 기계 상단이 검은 먼지로 뒤덮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세대학교는 해당 기사가 나간 이후 약 1년여동안 충전기 사후조치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완속충전에 대한 수요 저하와 인식 부족도 ‘완속충전기 수난’을 초래했다.
서울시 나눔카 사업자 중 하나인 카셰어링 업체 ‘한카’의 경우 별도의 고객 안내사항 없이 서울 마포공영주차장에 설치된 자체 완속충전기 운영과 전기차 배치를 철회했다.
경기도 내에 위치한 한 현대차 블루핸즈 가맹 서비스센터에는 자체 완속충전기를 마련했지만, 충전기 주변에는 전기차 접근이 힘들 정도로 각종 정비도구 등과 연료통들이 자리했다.
■충전기 구입만 하고 서비스 진행 하지 않은 연세대
연세대학교는 지난 2015년 10월 ‘백양로 프로젝트’ 일환으로 건설한 지하주차장 일부에 PNE 솔루션 전기차 완속충전기 여러 대를 설치했다. 게다가 충전기 주변 주차공간에는 초록색 바탕에 전기차를 상징하는 로고까지 새겼다. 전기차가 이 자리에 주차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 충전기는 주차장 준공 후 약 1년 4개월 동안 단 한번도 정식 서비스 된 적이 없었다. 기자가 지난 11월 방문했을 당시 연세대학교 소유의 PNE 솔루션 완속충전기 상단은 먼지로 뒤덮인 상태였다.
연세대학교 홍보처 관계자는 13일 지디넷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전기차 완속충전기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은 이유는 지난해 3월 당시 밝혔던 것과 똑같다”라고 밝혔다.
연세대학교 시설팀 관계자는 지난해 3월 지디넷코리아를 통해 “해당 전기차 충전기는 환경영향평가 대응 차원에서 설치한 것”이라고 밝혔다. 새롭게 짓는 건물이나 시설물 등에 전기차 충전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설치한 후 연세대학교 교직원과 재학생들의 전기차 충전에 대한 수요를 전혀 찾아볼 수 없어 해당 전기차 충전기의 작동을 중단시켰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국내 전기차 충전기 메이커 PNE 솔루션은 연세대학교의 충전기 관리 상태에 대해 알고 있었을까?
PNE 솔루션 관계자는 “우선 우리는 충전기 자체를 파는 1차 셀러(seller, 판매자) 성격의 회사라고 보면 되기 때문에 이후 충전기 관리를 자체적으로 하지 않는다”며 “현재까지도 연세대가 어떻게 충전기를 관리하는지는 알지 못한다”라고 밝혔다.
■“전기차 수요 적어 완속충전기 폐쇄”
서울시설공단이 운영하는 마포공영주차장에는 1대의 급속충전기와 2대의 완속충전기가 자리잡았다. 원활한 충전을 돕기 위한 전기차 전용 주차공간도 마련됐다.
완속충전기 2대는 서울시 나눔카(카셰어링) 사업자 중 하나인 ‘한카’ 소유다. ‘한카’는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해 완속충전기 위쪽에 ‘공유정거장’ 로고를 부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완속충전기 2대는 정상 서비스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망가졌다. 충전기 곳곳에는 먼지와 녹이 슨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충전기 주변에 위치한 전력량계도 멈춘 상태였다.
한카는 홈페이지 고객 안내사항 등에 마포공영주차장 충전기 철거 사유 등을 밝히지 않았다. 한카 관계자는 충전기를 자체적으로 철수한 이유에 대해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적어서 마포공영주차장 내 전기차를 철수시켰고 충전기 구동도 중지했다”고 밝혔다.
경기도에 위치한 한 현대차 블루핸즈 가맹 서비스센터도 마찬가지다. 이 서비스센터는 현대차 고객만을 위한 자체 완속충전기 1대를 구축했지만, 현재 이 충전기는 고장 난 상태다. 이 때문에 이 충전기는 정식 서비스가 되지 않은 채 별도 보관되고 있는 상태였다.
이 서비스센터는 현재 국내에 출시된 모든 내비게이션과 전기차 충전 인프라에 ‘전기차 충전소’라고 표기됐다. 전기차 고객이 주행 중 주행거리가 떨어질 경우 잠시나마 충전이 가능하다는 점을 뜻한다.
하지만 해당 서비스센터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기 구동 상태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충전하려는 사람들이 너무 적다보니 해당 충전기의 작동이 멈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연세대 완속충전기 관리 실태에 서울시 당혹
서울시는 우선 완속충전기 관리가 부실한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에 대해 당혹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해당 지역은 서대문구청과 서울시청 등에 전기차 충전소 등록을 마치지 않은 상태”라며 “이는 민간 운영이기 때문에 서울시가 스스로 나서서 연세대에 개선을 촉구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기차 완속충전기의 경우 부실한 관리가 이어지면 별도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정부 주도로 설치된 공공 급속충전기의 경우 충전기 연결 선 피복이 벗겨지거나 땅에 놓여지는 등 안전사고 우려 가능성이 높게 제기됐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연세대학교 전기차 충전기 관리 실태를 듣고 나서 “이대로 놔두면 문제가 크게 발생될 수 있다”며 “중앙 정부와 상이해 연세대학교와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등을 파악해 문제점 등을 개선하겠다”라고 밝혔다.
수요 부족으로 철수된 한카의 전기차 충전기 자리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충전기는 개방형 충전기와 카셰어링을 위한 폐쇄형 충전기로 나눠진다”며 “폐쇄형 충전기의 경우 연세대처럼 민간이 스스로 관리하기 때문에 서울시가 어떻게 별도로 조치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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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완속충전기로 100% 완충할 시 최소 5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일반 자동차 오너 입장으로서는 답답할 수 있다”며 “하지만 완속충전기는 급속충전기와 달리 100% 완충이 가능하고 배터리 수명 저하를 초래할 수 없기 때문에 손쉽게 완속충전을 진행할 수 있는 인프라도 마련되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완속충전 인프라 확산을 위해 ‘몰링형(Malling)’ 또는 도심 집약형 충전소 확충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서울 용산역 달주차장에 설치된 11대의 완속충전기 등이 완속충전 부족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또 아파트 거주자 또는 직장인들을 위해 이동형 충전기 보급량도 늘리겠다는 계획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