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똑똑해진 짠돌이 '올 뉴 모닝'

튀는 외모에 달리기도 만족...실연비 기대 이상

카테크입력 :2017/02/08 09:06    수정: 2017/02/08 09:17

정기수 기자

(경기 가평=정기수기자)경차 구매의 기준은 단연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 착한 가격에 도심 주행에 무리가 없을 정도의 성능을 갖췄다면 선택지로 손꼽힐 만 하다. 여기에 개성있는 디자인과 높은 연비, 경차 운전자들이 우려하는 안전성에 대한 우려까지 불식시켰다면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더할 나위 없다.

기아자동차가 국내 경차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목표로 출시한 '올 뉴 모닝'의 초반 기세가 거세다. 신형 모닝은 2011년 2세대 모델 출시 후 6년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3세대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이다. 지난달 4일 사전계약에 돌입한 이후 이달 6일까지 총 8천925대의 누적 계약대수를 기록했다. 출시 당시 내세운 월간 판매목표 7천대는 물론, 지난해 월평균 판매량(6천260대)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기아차 김창식 국내 영업본부장(부사장)은 "올 뉴 모닝이 지닌 경차 이상의 프리미엄 감성과 검증된 안전성 및 효율성, 다양한 첨단사양, 합리적 가격 책정 등을 고객들이 인정해 준 결과"라고 평가했다.

올 뉴 모닝 주행(사진=기아차)

올 뉴 모닝을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경기 가평 축령산 밑자락 일대를 왕복하는 110km 구간에서 직접 체험했다. 바뀐 외모는 호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귀여웠던 기존 모델과 달리 역동적인 느낌이 강하다.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에는 기아차의 '호랑이코' 패밀리룩이 적용됐고 이전보다 더 넓어졌다. 여기에 일체감을 더하기 위해 연결된 헤드램프가 차량의 직선감을 부각시킨 데다, 차량 앞뒤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해 한정된 국내 경차 규격 안에서 최대한 시각적으로 더 크고 넓게 보이게 만들었다. 네 개의 공기흡입구가 이채로운 범퍼와 매섭게 치켜튼 눈매, 안개등을 깔끔하게 감싼 크롬 마감 등 곳곳에 눈이 즐거운 요소가 가득하다. 이날 시승에 참가한 기자들 역시 대부분 신형 모닝의 디자인에 대해서는 호평을 내놨다.

남다른 디자인을 원한다면 아트컬렉션 패키지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물론 에어커튼을 C자형으로 감싸면서 측면부 하단으로 연결되는 가니쉬와 리어범퍼 디퓨저 등에 레드나 라임 등 포인트 컬러를 적용할 수 있다.

실내 공간은 3스포크 스티어링휠과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실버 색상의 장식바가 적용된 점이 눈에 띈다. 내비게이션도 이전과 달리 센터페시아 윗부분에 올라와 주행 중 시인성이 높다. 시트의 착좌감도 만족스러웠고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공간도 이전보다 여유가 있다. 앞 공간만 보자면 사견으로는 경형이 아닌, 소형과 준중형의 중간급 정도다.

다만 뒷좌석은 경차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 신형 모닝의 휠베이스(축거)는 기존 대비 15mm 늘어난 2천400mm로 경쟁 모델인 한국GM 스파크(2천385mm)보다 크다. 하지만 성인 남성이 장시간 타고 가기에는 버거울듯 싶다. 신장 177cm의 기자가 앉았을 때 헤드룸과 레그룸 모두 빠듯한 수준이었다.

올 뉴 모닝 실내(사진=지디넷코리아)

신형 모닝의 시승을 마치고 가장 가장 인상적인 점은 연비였다. 차량 통행이 뜸했던 관계로 도심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구간에서 100km/h 이상 달리며 차량을 거칠게 몰아붙였다. 서울춘천고속도로에서는 150km/h 이상의 고속주행이 한동안 계속됐다. 신형 모닝의 복합연비는 15.4km/ℓ다. 공인 연비는 공회전제한장치(ISG)를 적용한 스파크 에코 모델과는 동일한 수준이지만 일반 모델(14.3 km/ℓ)보다는 우수하다.

시승을 끝낸 뒤 최종 측정한 연비는 15.8km/ℓ가 나왔다. 70~80km/h의 정속 주행을 할 경우 17~18km/ℓ의 연비도 가능할 듯 싶다. 이날 시승차로 제공된 프레스티지 트림에는 16인치 휠과 195mm 타이어가 장착돼 복합연비가 14.7km/ℓ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연비는 더 높은 수준이다.

주행성능도 경차인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만족스럽다. 신형 모닝에는 3기통 1.0ℓ 가솔린 엔진이 탑재돼 최고출력 76마력, 최대토크 9.7kg·m의 성능을 낸다. 고속 구간에서 가속 페달에 얹은 발에 힘을 주자 100km/h를 넘어 120km/h까지 치고 올라갔다. 즉각적인 반응은 아니지만 꾸준히 밀고 나간다. 이 차의 토크를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4단 자동변속기와의 궁합도 만족스럽다.

다만 150km/h에 다다르자 다소 힘에 부치는 느낌이다. 가속페달을 마지막까지 힘껏 밟아도 더는 버겁다. 100km/h까지는 정숙했던 실내에도 노면음이 크게 유입되기 시작한다. 3기통 엔진을 사용하는 태생적 한계다.

올 뉴 모닝 엔진룸(사진=지디넷코리아)

안정성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고속의 회전구간에서 일부러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려도 차체가 흔들리지 않는다. 신형 모닝에는 고속 선회로 진입시 안쪽 휠에는 제동력을 가하고 바깥쪽 휠에는 보다 많은 동력을 전달해 조향 능력을 향상시키는 '토크 벡터링 기능(TVBB)이 적용됐다.

신형 모닝에는 경차 차급에서 보기 힘든 첨단사양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경차 최초로 탑재된 '긴급제동 보조 시스템(AEB)'을 들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전방충돌 경보 시스템(FCWS)을 통해 앞 쪽의 장애물을 인식, 운전자에게 알린 후 자동으로 정지한다. FCWS와 AEB로 구성된 '드라이브 와이즈' 패키지를 옵션으로 선택한 계약 고객의 비중은 61%에 달한다. 이밖에 크루즈 컨트롤, 후방 주차보조 시스템, 선루프도 적용됐다. T맵 서비스와 애플 카플레이도 사용할 수 있다.

기아차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신형 모닝의 안전성이다. 신형 모닝은 초고장력 강판(AHSS, 인장강도 60㎏/㎟급 이상) 적용 비율을 기존 22%에서 44.3%로 2배 이상 높였다. 스파크(38.7%), 폭스바겐 업(25.0%)보다 높은 수치다. 구조용 접착제도 기존보다 8배 이상 확대 적용한 67m가 사용됐고, 차체 비틀림 강성도 32% 이상 향상시켰다. 천정 강도 역시 14% 이상 높인 4.9톤으로 스파크(4.2톤)를 웃돈다. 5톤 무게의 물체가 천장에 떨어져도 운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차체 강성을 지닌 셈이다.

적재 공간도 기존 200ℓ 대비 28% 증가한 255ℓ의 트렁크 용량을 확보했으며, 특히 2열 시트 풀플랫 기능을 이용해 2열 시트를 완전히 접을 경우 1천10ℓ까지 화물 적재가 가능하다.

올 뉴 모닝 트렁크(사진=지디넷코리아)

이날 시승차는 미디어 시승을 위해 최상위 트림인 프레스티지에 풀옵션이 적용됐다. 가격은 1천610만원에 달한다. 준중형세단 아반떼가 1천410만~2천415만원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경차 가격으로는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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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신에게 불필요한 사양을 제외한다면 적정 가격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신형 모닝의 가격은 1천75만원부터 시작해 트림별로 1천400만원까지 구성된다. 경쟁 모델인 스파크의 가격은 1천155만~1천562만원이다. 풀옵션 가격은 1천700만원에 근접한다.

꼭 필요한 옵션만을 골라 구입한다면 가성비 높은 맞춤형 경차 구매가 가능하다. 게다가 취등록세가 면제되고 통행료, 주차비, 세금 등이 저렴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엔트리카나 세컨드카로 이용하기에 손색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