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왜 소프트뱅크 펀드에 관심갖나

"아이폰 공장 美이전" 압박 고려했을 수도

애플은 왜 소프트뱅크 펀드에 투자하려는 걸까?

애플이 1천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소프트뱅크의 테크펀드에 투자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같은 사실을 최초 보도한 것은 월스트리트저널이었다.

이 신문은 12일(현지 시각) 애플이 내년 출범 예정인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Softbank Vision Fund) 참여 문제를 놓고 소프트뱅크 측과 협상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양측 협상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하지만 애플이 세계 최대 테크 펀드 투자를 고려한다는 점만으로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사진=씨넷)

■ 애플, 그 동안은 신생 기술기업에 소액 투자

손정의 회장이 주도하는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는 1천억 달러 기금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같은 차세대 기술을 집중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 펀드다.

그렇다면 애플은 왜 소프트뱅크 펀드에 관심을 갖는 걸까?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은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의 기본 목표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 펀드에 발을 걸쳐 놓을 경우 IoT, AI 처럼 새롭게 부상하는 기술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다.

이번 보도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또 있다. 그 동안 애플이 보여왔던 투자 전략과는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 동안 애플은 신생 기술 회사에 투자하는 쪽에 초점을 맞춰왔다. 올 초엔 중국 차량 공유 전문업체인 디디 추싱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디디 추싱은 우버 경쟁자로 유명한 업체다. 소프트뱅크 역시 디디에 투자를 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오른쪽)이 미국 스타트업과 신생기업들을 위해 내년 출범할 트럼프 정부에 500억달러 수준의 투자를 통해 5만여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사진=씨넷)

애플이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에 참여할 경우 그 동안 구사했던 이런 전략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게 된다.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 투자설이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건 이런 사정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일까? 애플의 이번 투자 시도는 도널드 트럼프 차기 대통령을 의식한 것이란 분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손정의 회장이 최근 트럼프 차기 대통령을 만나 미국 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약속한 부분을 고려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석을 내놓은 것은 IT 전문 매체인 리코드다.

■ "아이폰 생산 이전하는 것보단 훨씬 수월"

리코드는 애플이 소프트뱅크 펀드에 투자할 경우 아이폰 생산 기지 이전 압력을 더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 선거 운동 때부터 애플이 아이폰을 비롯한 핵심 제품을 중국에서 생산하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해 왔다. 특히 트럼프는 관세 정책 등을 통해 애플 같은 기업의 해외 생산 기지를 미국으로 옮기도록 압박하겠다는 의향까지 내비쳤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애플이 소프트뱅크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아이폰 생산 기지를 옮기는 것보다는 훨씬 싸게 먹힐 수도 있다고 리코드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