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전자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주회사 전환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 카드를 공식적으로 꺼내들면서 향후 그룹 전반의 사업구조 재편과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무엇보다 앞으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전자와 금융 부문의 지주회사 전환이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삼성생명은 이달 11일 삼성증권 보유 자사주 10.94%를 추가로 취득해 삼성화재를 제외한 카드, 자산운용 등 금융지주회사의 계열사 지분 요건(상장회사 30% 이상, 비상장회사는 50% 이상 보유)을 충족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29일 이사회를 열고 주주환원 정책을 포함한 전반적인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기업 구조와 관련 "그동안 사업구조를 간결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으며,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과 해외증시 상장의 기대효과 등 주주가치를 최적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의 최적 구조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전략, 운영, 재무, 법률, 세제 및 회계 측면에서 다양하고 중요한 사안들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 여러 단계에 걸친 장기간 검토 과정이 요구될 수 있다"면서 "이에 대해 외부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의뢰해 함께 협업하고 있으며, 검토하는 데 최소 6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그러나 회사의 사업구조 검토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장기적인 가치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을 중점적으로 고려해 진행될 예정이라고 언급해 향후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준비 작업에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
이는 지금 당장 지주회사 전환에 필요한 인적분할 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면밀한 검토를 통해 큰 방향에서 지주회사 전환을 목표로 지배구조를 개편하겠다는 경영진들의 의지로 보인다. 그동안 수십조원에 달하는 지주회사 전환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공식적으로 대응하지 않던 삼성으로서는 큰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공식화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와도 맞닿아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0.59%에 불과하다. 이 부회장과 계열사 지분만으로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안정된 경영권 확보가 어렵다는 의미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통해 사업 회사와 지주회사로 나눠지고 장기적으로 지주회사를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수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이날 "현 시점에서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삼성물산 합병을 검토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언급했다.
또한 장기적으로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전자 계열사를 모으고,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 계열사를 거느리게 해 정치권으로부터 견제 받아 온 금산분리 압박에 대한 돌파구를 찾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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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중에서는 이미 LG나 SK 등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곳이 많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대내외적으로 처음 꺼내 든 만큼 이제부터는 앞으로 얼마나 추진 작업에 속도를 낼 지가 예의주시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