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이나 해안가에 정박한 배 위에서 배달 음식을 주문한다. 그러자 곧바로 드론 한 대가 날아와 주문한 음식을 놓고 간다.
영화 속에서나 등장함직한 장면이다. 하지만 최근 드론 배송 실험이 조금씩 속도를 내면서 조만간 우리 주변에서도 실현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달 배달음식 앱을 서비스업체인 요기요가 드론 배송 테스트에 성공했다. 요기요는 한화테크윈과 공동으로 인천 송도동에 위치한 분식점에서 주문한 떡볶이와 튀김 등을 인근 새아침공원까지 드론으로 무사히 배달했다.
■ 일본선 '골프장에 음식배달' 상용 서비스 중
드론 배송은 미국, 일본 등에선 이미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다. 미국 네바다 주에서는 세븐일레븐을 통해 주문한 치킨 샌드위치, 도넛, 커피, 캔디, 아이스크림 등을 1마일 가량 떨어진 가정집으로 배달하는데 성공했다. 아마존, 월마트에 더해 도미노피자도 뉴질랜드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목표지점에 피자배달 임무를 완수했다.
일본은 아예 상용서비스를 내놨다. 대상은 골프장이다. 현지 전자상거래 기업인 라쿠텐은 지난 5월 자사에서 투자한 드론 전문회사 '자율제어시스템연구소(ACSL)'와 공동으로 '소라 라쿠(Sora Raku)'라는 배달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일본 치바 현 카멜 골프 리조트에 도입된 이 서비스는 필드에서 경기 중인 골퍼들이 스마트폰으로 주문하면 골프공이나 골프관련 장비, 각종 스낵이나 음료를 배달해 준다. 라쿠텐에 따르면 최대 이동거리는 바람 상태에 따라 2km다. 담을 수 있는 무게는 최대 2kg이며, 최소 구매가격이 100엔을 넘어야한다. 운영시간도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3시까지로 제한됐다. 이 회사는 NTT도코모와도 협업해 도심에서도 LTE통신망을 활용한 드론 배달 시스템 테스트를 완료했다.
일본에선 드론은 항공촬영이나 농가 방역/방재용으론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생활 밀착형 서비스인 음식배달이나 배송영역에 도입돼 상용화된 경우는 라쿠텐 외에는 찾기 힘들다.
웬만한 배달음식은 오토바이를 통해 배달되는데 굳이 드론이 필요한 이유가 있을까.
요기요 박지혜 팀장은 "예를들어 겨울에 폭설로 고립된 강원도 지역이나 배가 선착장 인근에서 운항 중일 때, 골프장처럼 한번 홀에 나가면 게임이 끝나기 전에 돌아오기 힘들 때 이러한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골프장과 같이 사업자들과 계약을 맺고 B2B 형태로 서비스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사람이나 밀집한 건물 등으로 인해 방해를 받지 않는 시야가 확보된 넓은 공간에서는 드론을 활용할 서비스가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 '눈으로 확인 필수' 항공법 규칙 준수 쉽지 않을듯
하지만 드론 배달이 상용화 되려면 풀어야 할 몇 가지 과제들이 남아있다.
먼저 법적인 이슈다. 항공법 시행규칙 제69조에 따르면 드론과 같은 초경량비행장치는 반드시 조종자가 해당 비행장치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조종해야한다. 사람이 직접 배달 과정을 지켜보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요기요에 사용됐던 드론은 GPS를 통해 지정된 위치로 자동비행하는 방법으로 음식을 배달했다. 문제는 드론이 조종자의 눈에 보이지 않는 위치에서 날아갈 경우 항공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었다는 점이다. 때문에 요기요와 한화테크윈은 인천 송도동 분식점에서 새천년공원까지 드론이 자동비행하는 동안 눈에 안 보이는 지점에 두 명의 조종자를 배치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들이 직접 드론을 수동으로 조종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음식을 먼 거리까지 배달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성능 문제도 해결 해야할 과제다. 요기요, 한화테크윈이 테스트 했던 드론의 경우 20분 비행을 기준으로 반경 2.5km까지 이동할 수 있다.
드론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배터리 성능이 좋다고 하더라도 3kg 중량 물건을 싣고 반경 5km 이내에서만 배송할 수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음식 배달 분야에서는 반경 5km 밖까지 배송할 일이 많지는 않지만 다른 분야로까지 드론의 배달(혹은 배송)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현재 기술수준으로는 힘들다는 평가다.
더구나 장거리 배송을 위해서는 실시간으로 드론의 위치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와이파이나 다른 RF신호 대신 LTE망을 써야한다. 해당 회선이 국내 스마트폰이 사용하는 망 등과 충돌해 혼선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TE망을 활용해 도심에서 드론을 활용한 배송서비스 테스트를 마쳤다.
■ 도난 방지도 생각보다 어려운 과제
또한 목표지점에 착륙한 드론을 누군가 훔쳐가거나 드론으로 인해 다치는 사람들이 생길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해야한다. 요기요와 한화테크윈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중에서 배달 음식을 줄에 매달아 지상까지 내리는 방법을 썼다.
드론 착륙 도중 주위 사람들이 부상당하는 일을 막는 동시에 누군가 연결된 줄을 끌어당겨 드론을 훔쳐가려할 경우 센서에서 이러한 움직임을 인식해 해당 줄을 끊어버리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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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드론이 음식배달이나 배송 등에 쓰이기까지는 여러가지 법적, 기술적 문제를 해결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서는 요기요에 더해 CJ대한통운 등에서도 드론으로 배송하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드론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드론이 자동차처럼 안전규정이 명확하게 정해진 것이 아니고 위치를 파악하거나 해당 드론이 누구 소유인지 등을 확인할 만한 체계가 만들어져 있지 않다"며 "국토교통부가 2020년까지 '항공교통관리시스템(UTM)'을 도입하겠다고 나선 만큼 (실제 상용화까지는) 적어도 4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