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에 수익 날린 현대·기아차 ...4Q 반등 총공세

현대차 '그랜저' 등 신차 기대...기아차 RV 판매 확대

카테크입력 :2016/10/27 14:47    수정: 2016/10/27 15:51

정기수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형제 계열사인 현대·기아차가 3분기 노조 파업에 나란히 발목이 잡혔다. 여기에 원화 강세가 지속된 점도 수출 비중이 높은 사업구조에 부담이 됐다. 외형과 수익성 모두 크게 뒷걸음질 쳤다.

기아차는 27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열고 올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22.5% 감소한 5천248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매분기 전년 대비 플러스 성장을 이어오던 신장세가 다섯 개 분기 만에 한풀 꺽였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3.1% 줄어든 12조6천988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1~3분기 누적 매출 및 영업이익은 각각 39조7천982억원, 1조9천29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8.4%, 4.9% 늘었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맏형 현대차의 경우는 '어닝쇼크' 수준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9.0% 급감한 1조681억원에 그쳤다.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이 의무화된 2010년 이후 전 분기를 통틀어 가장 저조한 수준이다. 지난 2분기 현대차는 2년 3개월 만인 9개 분기 만에 분기 영업이익이 증가세로 전환됐으나, 한 분기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게 됐다. 매출액도 5.7% 줄어든 22조837억원을 기록했다. 1~3분기 누계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8% 감소한 4조1천723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2.9% 늘어난 69조1천110억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사진=지디넷코리아)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3분기 기준으로 외형과 수익이 함께 쪼그라들었다. 기아차의 3분기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증가했지만, 상반기 거둔 호실적이 3분기 수익 악화를 상쇄한 영향이 크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노조의 장기 파업이다.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파업이지만 특히 올해는 손실이 컸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5월 17일부터 시작된 임협 과정에서 석 달여간 총 24차례에 걸친 파업과 12차례 특근을 거부했다. 지난달 26일에는 12년 만에 처음으로 전면파업까지 강행했다. 5개월여 간의 파업은 14만2천여대의 생산 차질을 빚어 3조1천여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손실을 남겼다.

실제 현대차의 올 3분기 해외 판매는 전년동기 대비 76만6천978대로 7.8% 늘었지만, 내수(13만1천242대)와 국내생산 수출(18만6천454대)은 각각 19.2%, 24.7% 급감했다. 현대차는 올 3분기 전 세계 시장에서 108만4천674대를 판매, 전년동기 대비 3.3% 감소했다.

기아차 역시 지난 8월 12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총 21차례에 걸쳐 부분파업을 벌였다. 이로 인해 8만5천여대의 차량을 생산하지 못해 약 1조7천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사측은 추산하고 있다. 기아차도 올 3분기 해외판매는 35만4천88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3% 늘었지만, 내수(11만9천26대)와 국내생산 수출(21만392대)은 각각 11.5%, 16.3% 줄었다. 기아차는 3분기 전 세계 시장에서 68만4천32대를 판매, 전년동기 대비 3.9% 증가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3분기 실적 악화는 파업으로 인한 국내공장 생산 차질 영향이 매우 컸다"고 설명했다.

이달 중순 타결에 이른 현대차와 달리 기아차 노조는 실적 발표가 진행된 이날 또 한 차례 파업에 돌입해 상황이 더 여의치 않은 상태다. 여기에 3분기 들어서면서 거세진 원화강세 현상은 수출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현대·기아차에게 악재로 작용했다.

올 3분기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 평균치는 1120.25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평균치(1169.26원)에 비해 약 50원 하락했다. 현대·기아차는 수출 비중이 75~80%에 달할 정도로 높아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매출액이 약 2천억원(현대차 1천200억원, 기아차 800억원) 낮아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

■현대·기아차, '신형 그랜저·RV'로 4분기 반등 기대

4분기 반등도 장담하긴 힘들다. 내수시장에서는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판매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선진국 성장세 둔화와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국 경기부진 지속으로 인해 자동차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의 실적이 3분기를 바닥으로 4분기 국내에서는 신차 효과로, 해외시장에서는 재고 소진과 신차 판매가 본격화 되면서 변곡점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으로 4분기에는 3분기 대비 원화 약세가 예상되는 점도 호재다.

신한금융투자 정용진 연구원은 "4분기에는 파업 종료에 따른 조업 정상화와 재고 감소(7월말 국내 재고 5.4만대→9월말 3.3만대)로 탄력적인 영업이 기대된다"면서 "11월 출시할 신형 그랜저는 내수 점유율 방어의 핵심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NH투자증권 조수홍 연구원은 "4분기는 전년도 기저효과 및 국내공장 가동률 회복 등에 따라 영업이익의 성장세 전환이 예상된다"면서도 "9월말 글로벌 재고수준(미국 3.4개월, 유럽 2.6개월)과 이머징마켓 수요부진, 내수부진 전망 등을 고려하면 예전처럼 파업 이후에 국내공장 가동률이 극대화되는 상황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형 그랜저 전측면(사진=현대차)

현대차는 우선 내달 신형 그랜저(IG) 출시를 통해 내수시장 확대에 적극 나선다. 그랜저는 1986년 1세대 모델 출시 이후 올해 9월까지 30년간 전 세계에서 총 185만여대가 판매된 현대차의 볼륨 모델이다. 직전 모델인 5세대 그랜저(HG)의 경우 2011년 출시 이후 지난달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57만여대가 판매됐다. 특히 이중 국내 시장 판매량이 47여대로 내수 비중이 80%를 상회한다. 지난달 내수 점유율이 32.3%로 사상 최저치까지 하락한 현대차에게는 그랜저의 선전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글로벌 판매 본격화와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공급을 확대하며 공략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최병철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전날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임금협상이 마무리돼 국내 공장 가동률이 상승하고 신형 그랜저를 바탕으로 한 국내 판매가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며 "국내공장 생산 재개에 따른 제네시스 브랜드 차종 등 수출 확대도 4분기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미국 시장과 관련해서는 "올 4분기와 내년에도 미국 시장 수요둔화와 경쟁심화는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제네시스 G80, G90의 성공적 출시로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 판매 믹스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신흥시장에도 판매 확대에 적극 나선다. 현대차 구자용 IR담당 상무는 "신흥시장 판매를 만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며 "러시아 시장에서는 8월 출시한 크레타 판매 증가를 통한 SUV 비중 확대 등의 실적개선 호재가 예상되고 브라질에서는 HB20 사양개선 모델 등 현지시장 니즈에 부합하는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중동 시장의 경우 SUV 판촉을 강화하고, 친환경차 및 제네시스 브랜드를 론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쏘렌토(사진=기아차)

기아차는 대당 판매단가가 높은 고수익 RV 차종의 생산·판매 비중을 확대해 판매 및 수익성을 동시에 향상시킨다는 전략이다. 현재 스포티지·쏘렌토·카니발이 견조한 판매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 유럽을 시작으로 해외판매에 돌입한 니로가 향후 글로벌 시장에 본격 판매되면 RV 판매 비중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아차 한천수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내수의 경우 3분기 손익감소의 원인이었던 수익차종의 대기수요를 해소하기 위해 K7, 모하비, 니로 등의 생산에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마국에서는 하반기 판촉 경쟁 심화가 예상되지만 연말 출시 예정인 신형 K7과 내년 니로 출시, 마케팅 강화 등을 통해 극복하겠다"면서 "유럽에서는 스포티지의 판매 모멘텀을 유지하는 한편 K5 왜건과 니로의 성공적 런칭에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 5월부터 가동되기 시작한 멕시코 공장의 가동률 확대를 통해 중남미를 비롯한 신흥시장 판매 확대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현대·기아차에게 단일 규모로는 가장 큰 시장인 중국에서 판매량이 점차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도 실적 개선에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현대·기아차는 올 초 중국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3분기부터 판매량이 크게 반등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16만1천275대를 판매, 전년동기 대비 17.5% 증가했다.

현대·기아차를 합친 판매량이 16만대를 넘은 것은 작년 12월(17만9천198대) 이후 처음이다. 올 1~9월 중국 누적 판매량은 121만6천56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 늘었다. 특히 3분기 판매량은 42만7천959대로 전년동기 대비 27.9% 급증했다. 현대·기아차는 이달부터 가동에 들어간 창저우 공장과 내년 충칭 공장 설립을 계기로 전략 신차를 대거 투입하고 우수 딜러를 영입할 계획이다.

현대차 구자용 상무는 "중국에서 이달 출시한 베르나 신차효과의 극대화와 구매세 인하 종료 전 판매 증가세를 적극 활용하는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아차 한천수 부사장은 "중국에서는 KX3, KX5 등 SUV 비중 확대에 힘쓰는 한편, 향후 2년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3종과 승용 1종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올해 판매목표로 잡은 813만대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초 현대·기아차의 연간 판매목표치를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년보다 낮춰 잡았지만 사실상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판매목표를 못 채울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는 올 1~3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347만7천911대의 누적 판매량을 기록했다. 현대차의 올해 판매목표(501만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남은 기간 153만여대를 더 팔아야 한다. 현대차 2010년 이후 분기 판매량 150만대를 넘긴 적은 없다.

현대차 최병철 부사장은 "신흥시장과 아시아, 중동의 경기둔화 지속에다 3분기 국내 공장의 파업 장기화 영향까지 겹쳐 올해 계획한 판매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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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의 3분기 누적 판매량도 214만893대로 연간 목표치(312만대)에 98만여대 모자르다. 기아차는 단 한 번도 분기판매량이 90만대를 기록한 적이 없다.

기아차 한천수 부사장 역시 “3분기 노조 파업이 K7, 모하비, 쏘렌토, 카니발 등 주요 수익차종의 내수 판매 감소를 초래해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