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3분기 성적표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에 환율 악재까지 겹쳐 2분기 반등했던 실적이 다시 뒷걸음질 칠 전망이다. 현대차는 올 2분기 개소세 인하 효과 등에 힘입어 1조7천62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분기 대비 30% 넘게 반등했지만, 3분기에는 수익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현대차는 오는 26일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실적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3분기 내내 다중고에 직면했다. 지난 6월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로 소비심리가 냉각되면서 내수 판매가 위축된 데다, 노조의 장기 파업으로 3조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다. 여기에 원화 강세가 지속된 점도 전체 매출 가운데 수출 비중이 높은 현대차의 채산성을 끌어내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 실적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는 전년동기 대비 12% 감소한 1조3천억원대다. 1조4천700억원대에 달했던 전망치가 한 달 만에 10%가량 하향 조정됐다. 실적 발표일이 다가오면서 눈높이가 계속 낮아지는 모양새다.
증권가에서는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이 의무화된 2010년 이후 전 분기를 통틀어 가장 저조한 실적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HMC투자증권은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25.3% 줄어든 1조1천23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3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래에셋대우 박영호 연구원은 "현대차의 올해 3분기 조업시간 손실은 작년 연간의 5배에 육박해 평균 가동률이 68%에 그쳤다"며 "친환경 차량 등 차세대 제품 라인업 구축에 따라 고정비는 늘어났으나 초기 판매는 부진했고, 제네시스 등 고급차 브랜드 출시에 따른 비용 부담도 두드러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3분기 영업이익은 34.9% 줄어든 9천794억원으로 실적 부진이 한 단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재천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차의 3분기 실적 부진은 파업과 개소세 종료로 인한 국내 공장 가동률 하락과 환율 문제 등에 기인한다"며 "임단협 관련 파업은 해외 재고를 줄이는데 긍정적인 역할도 있었지만, 이익 기여도가 높은 한국 공장의 가동률을 크게 하락시켜 부진한 실적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3분기 내내 원화 강세 기조가 이어진 환율 상황도 악영향을 미쳤다. 올 3분기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 평균치는 1120.25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평균치(1169.26원)에 비해 약 50원 하락했다. 현대차그룹 산하 한국자동차연구소에 따르면 달러당 원화 가격이 10원 오르면 국내 완성차 5사의 매출은 연간 4천200억원가량 감소한다. 이를 감안하면 올 3분기 자동차업계의 3분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조1천억원 감소한다.
현대차의 분기별 영업이익은 2012년 2분기에 2조5천372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기세가 다소 꺾였지만 2013년 2분기부터 4분기까지 3분기 연속 2조원대를 기록했다. 2014년 1분기 1조9천384억원으로 내려 앉았다가 2분기 2조872억원으로 다시 2조원대를 회복하는 등 등락을 반복했지만 같은해 3분기 이후로 올 2분기까지 여덟개 분기 연속 1조원 중반대에 머물고 있다.
4분기 실적 반등도 불투명하다. YF쏘나타 리콜에 따른 비용 발생 부담은 물론, 태풍 차바에 따른 공장 가동 중단 여파와 노후 경유차 교체 지원책이 정치권에서 표류하고 있는 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고태봉 연구원은 "국내외 소비자간 차별에 불만을 표출해왔던 국내 소비자들에게까지 보상 범위가 확대되면서 현대차의 비용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며 "충당금 및 리콜비용 부담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실적 개선이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3분기 바닥을 찍고 4분기 신차 효과와 중국 시장에서의 실적 회복 등으로 다시 호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대차는 다음달 중 볼륨 모델인 그랜저의 신형 모델과 제네시스 G80 스포츠를 출시할 예정이다. 신흥시장인 브라질에서도 신형 크레타를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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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투자증권 장문수 연구원은 "파업 종료와 함께 내수 시장에서 그랜저 출시로 국내공장 가동률이 회복되고, 전략 차종인 B세그먼트 SUV가 러시아와 브라질에서 순차적으로 론칭하면서 수익성 상승이 기대된다"고 예상했다.
현대차의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에서 판매량이 점차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도 실적 반등을 점치는 대목이다. 현대차는 올 초 중국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5월부터는 본격적으로 판매가 상승세로 반등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중국시장에서 10만6천253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동월 대비 11.7% 증가한 수치로 5개월 연속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현대차의 중국 내 월간 판매량이 10만대를 넘은 것도 지난해 12월 이후 9개월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