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M 밀어낸 혁신"...EQ900가 선택한 '흡음재' 개발한 익성

'멜트블로운' 장비 수출로 880만弗 실적..."국가 R&D 통해 창조경제 실현"

카테크입력 :2016/10/17 11:00    수정: 2016/10/17 11:59

정기수 기자

3M이 독주하던 국내 자동차 인테리어 흡음재 시장에서 초극세사로 만든 흡음재를 개발, 4년 만에 점유율 60%를 달성한 혁신 기업이 있다. 익성은 현재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해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모든 국내 완성차업체에 흡음재를 공급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흡음재 시장 규모는 연간 약 5천억원 정도다. 이 가운데 익성이 주력하고 있는 인테리어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40% 정도다.

이봉직 익성 대표는 지난 14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초극세사 흡음재 '노이즈라이트(NOISELITE)'는 수입제품에 의존하던 국내 자동차용 인테리어 흡음재 시장에서 현재 약 6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전 세계 시장에서 유일하게 3M을 밀어낸 사례"라고 말했다.

노이즈라이트가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독보적인 가성비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폴리프로필렌 멜트블로운(Melt-Blown) 공법의 초극세사와 이형중공 단섬유(Staple Fiber)로 구성돼, 극세사로만 제작된 기존 흡음재의 단점을 극복했다. 경쟁사 대비 섬유 직경(0.3~10μm)의 세밀화와 단섬유 외·내면의 표면적 증가를 통해 흡음 성능이 약 20% 이상 향상됐다. 반면 가격은 30%가량 저렴하다.

이봉직 익성 대표(왼쪽 두 번째)가 임직원들과 함께 제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사진=익성)

현재 생산되고 있는 거의 모든 국내 차종에는 노이즈라이트가 공급된다.

익성 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양기욱 상무는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대형세단 'EQ900'는 물론 르노삼성의 중형 SUV 'QM6' 등 핫(Hot)한 신차는 모두 노이즈라이트가 적용된다"면서 "3M과 도레이 등의 기존 제품이 장착됐던 차종이 단종되면 점유율은 더 확대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익성의 지난해 기준 매출은 880억원이다. 회사 측은 올해 매출은 약 1천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과가 가시화 되고 있다. 익성은 영국 오틴스(Autins) 그룹에 멜트블로운 방식을 이용한 초극세사 자동차용 흡음재 및 전자파흡수소재 제조를 위한 설비인 멜트블로운 장비를 단독으로 수출했다. 지난해 말 오틴스에 기술이전 및 설비 도입 계약을 완료하면서 매출의 5%를 로얄티로 받기로 했다. 오틴스는 벤틀리, 재규어 랜드로버, 혼다, 폭스바겐 등 글로벌 유수의 완성차업체에 납품하고 있는 영국 제1의 자동차 부품 소재 기업이다.

오틴스의 그룹사인 미국 IPC에도 멜트블로운 장비 1기의 수출을 마쳤다. 이를 통해 올해 현재까지 총 880만달러의 수출 실적을 거뒀다. 내년에도 슬로바키아에 멜트블로운 장비 2기의 수출이 예정돼 있다.

이봉직 대표는 "오틴스 그룹이 영국 내 자동차 3사와 독점 계약을 체결하고 납품을 진행하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5년간 기대 매출액은 약 1조원 이상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 아반떼에 적용된 익성의 초극세사 흡음재 '노이즈라이트'의 적용 부위(사진=익성)

특히 이번 기술 개발은 산업자원통상부,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공동 출자한 나노융합2020사업단과 산업자원통상부 및 중소기업청에서 주관기관으로 수탁, 국가 R&D 자금을 통한 참여기관인 인하대학교 박수진교수 연구팀, 다인스와의 연구개발 협업을 통해 이뤄졌다. 지난달에는 신기술(NET) 인증도 획득했다. 국가기술표준원이 선정하는 신기술(NET)은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고 국가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최신기술을 조기 발굴, 그 우수성을 인증함으로써 상용화와 거래를 촉진하는 제도다.

이 대표는 "익성의 기술력은 국가 R&D 자금을 통한 연구개발 협업으로 거둔 성과라는 데 더 의미가 크다"면서 "산학 협력으로 원천기술을 확보한 것은 물론, 나아가 전 세계 자동차용 흡음재 기술 이전 및 고객사 확보를 통한 소재 지배력 확대로 창조경제 실행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협업으로 개발한 전기차 전용 전자파 차폐기술 흡수 소재의 전망도 밝다. 익성이 수출한 멜트블로운 장비는 초극세사 흡음재 노이즈라이트에 자체 개발한 은나노 기술을 적용, 전자파 차폐 성능을 더한 신소재도 함께 생산한다.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기존 가솔린·디젤 등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시장 개편을 서두르고 있는 추세다.

익성은 앞으로 자동차뿐만 아니라 가전, 건설 분야 등 전 산업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국내 삼성, LG, 쌍용, 코오롱, 국방부, 휴비스, 효성, 현대건설, 두산건설, 벽산건설, 한화건설, 포스코, LG하우시스 등은 물론 해외 메르세데스-벤츠, 혼다, 아우디, 쉐보레, 스즈키, BMW, 푸조, 폭스바겐, 토요타 등에 납품 및 공급 계약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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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한층 박차를 가한다.

중국시장에서는 현지 법인을 통한 생산공장을 가동 중이다. 미국에서도 현지 법인을 통해 마케팅을 진행 중이며 유럽시장은 폭스바겐, 벤츠, 아우디 등 공략을 위해 독일 프랑크프루트에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인도에서도 자용차용, 가전제품 흡음재 등 공략을 위해 대리점 체제를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