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분기 영업이익 잠정집계를 기존 7조8천억원에서 5조2천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분기에 판매된 갤럭시노트7 영업이익을 제로베이스로 다시 계산한 것이다.
12일 삼성전자가 정정 공시한 3분기 영업실적에 따르면 기존 잠정집계치보다 매출은 2조원, 영업이익은 2조6천억원 감소했다.
이전 잠정실적 발표 이후 회사 경영사정이 급변한 내용은 갤럭시노트7 단종과 환불 방침 결정 뿐이다. 매출은 크게 줄지 않았지만 영업익이 대폭 감소했다. 갤럭시노트7 환불 결정에 따라 지난 분기에 판매된 수익을 회계처리상 ‘0’으로 고쳤다고 보면 된다.
생산과 부품 수급 비용, 리콜 프로그램 진행 비용까지 더하면 마이너스 수치가 된다. 이에 단순하게 2조원 가량의 매출이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이보다 더 줄었다는 설명이다.
■ 갤노트7 비용손실, 3분기에 털었다
당초 생산중단까지 결정됐을 때 증권가는 기회손실비용을 4분기 7천억원 정도로 가늠했다. 지난달 1차 리콜 당시 1조2천억원의 리콜비용을 썼을 것으로 분석했던 증권가는 생산중단의 경우 리콜보다 손실이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환불 방침에 따라 실적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소비자 안전 문제이기 때문에 제품을 수거하고 값을 치르거나 새제품을 내줘야 하는 계산을 새롭게 해야 한다.
단순 계산으로 소비자가 약 100만원에 가까운 갤럭시노트7을 250만대 수거할 당시 2조5천억원을 들인 결정으로 분석했다. 물론 인건비를 포함한 생산원가는 소비자 판매가보다 훨씬 낮다. 그러나 환불 결정으로 생산원가 수준의 리콜 비용이 예상된다.
이를테면 100만원에 한 대 팔았던 갤럭시노트7을 갤럭시S7엣지로 교환해줄 경우, 기계 한 대 값에 두 대의 생산비용이 든다. 아예 환불을 할 경우 생산비용만큼 빠진다.
총 생산량은 430만대 정도로 추정된다. 이 비용이 영업이익 2조6천억원이 감소한 집계로 이어졌다는 뜻이다.
당초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 부문의 3분기 영업익은 2조8천억원 선이었다. 당시 1조2천억원의 1차 리콜 비용을 반영한 계산으로 이날 잡정집계 수정공시를 보면 IM부문은 적자를 겨우 면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같은 비용을 3분기에 모두 털어냈다는 점이 긍정적인 요소다. 다음 분기에는 예상됐던 전략제품의 물량이 없지만 대체 품목이 있기 때문이다.
■ 갤노트7 빈자리, 잔여 모델로 매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의 빈자리를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 노릇을 톡톡히 한 갤럭시S7 시리즈로 밀고나간다는 방침이다.
사실상 에스펜과 홍채인식 기능을 제외하면 갤럭시S7엣지와 갤럭시노트7은 큰 차이가 없다. 노트 시리즈가 대화면 스마트폰을 뜻하는 패블릿이란 시장을 개척해온 이미지가 있지만, 실제 두 모델의 체감 화면 크기 차이를 느끼기 어려운 정도다.
4분기 스마트폰 시장은 북미를 포함한 서구권의 홀리데이 시즌 극성수기로 요약된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만을 두고 보면, 출시 반년 이상이 지난 갤럭시S7 시리즈가 갓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7 시리즈와 견줘 가격경쟁 우위를 지닐 수 있다. 홀리데이 시즌은 할인판매가 성행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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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라인업 단일화를 진행하면서도 프리미엄 아래 사양의 A시리즈와 저가형 J시리즈 제품군에 힘을 줬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대비 마진은 적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으로 풀이되는 시장점유율 사수를 위한 무기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단기 수익 상실보다 갤럭시 브랜드 이미지의 하락이 더 큰 비용이 들 수 있다”면서 “특정 모델의 문제를 다른 모델로 끌어들이지 않게 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