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그린카'로 만나본 쉐보레 볼트(Volt)

40.6kg.m 순간 가속력 탁월...국내 일반 판매는 아직 미정

카테크입력 :2016/09/29 15:05    수정: 2016/10/04 09:54

GM 쉐보레 브랜드는 애지중지 키우는 ‘볼트(Volt) 형제’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볼트 형제’는 주행거리 연장 전기차(EREV) 볼트(Volt)와 순수 전기차 볼트(Bolt) EV'를 뜻한다. 영문 철자는 서로 다르지만 우리말 표기는 똑같아 가끔 일부 자동차 팬이나 독자들이 혼란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우리말 표기가 같은 이 차는 서로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이 있다.

우선 ‘Volt'의 경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불리지만, 1.5리터 가솔린 엔진을 기반으로 한 볼텍 추진 시스템이 갖춰졌다. 엔진 구동으로 배터리 자체를 충전시켜 최대 676km를 주행거리를 갖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Bolt EV'는 테슬라 모델 3와 경쟁할 보급형 순수 전기차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6에서 양산 버전이 최초 공개돼 기대감을 모으고 있는 차다. 이 모델은 또 미국 환경보호청(EPA)으로부터 383km 주행거리를 인증받았다.

GM은 앞으로 ‘볼트 형제’를 기반으로 전 세계 친환경차 시장에 우뚝서겠다는 각오를 세웠다. 과연 ‘볼트 형제’가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어필을 할 수 있을까. 이달 27일부터 카셰어링 ‘그린카’를 통해 국내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Volt(이하 볼트)'부터 직접 살펴보기로 했다.

쉐보레 주행거리 연장 전기차 볼트(Volt) (사진=지디넷코리아)
볼트는 현재 2세대 모델까지 진화돼 대중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서울지역에 총 4대 운영되는 볼트

볼트를 시승하기로 한 28일 당일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김영란법)’ 시행 첫 날이었다. 모든 자동차 업체들이 이날부터 마음대로 시승차를 공짜로 내주기가 애매한 상황이었다.

기자는 김영란법을 지키기 위해 직접 ‘그린카’ 앱을 활용해 볼트 시승 예약을 하기로 했다. 직접 ‘그린카’ 고객센터 측에 문의한 결과 볼트 차량이 서울역 2대,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옆 주차장 2대가 운영중임을 확인했다.

시승 예약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총 9시간. 이에 따른 정상 대여요금은 15만4천800원이지만, 그린카의 볼트 상륙 기념 할인 행사를 진행한 덕분에 69% 할인된 가격인 5만7천320원에 결재할 수 있었다. 이후 볼트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 2시간 연장 금액인 6천370원을 추가로 지불했다. 이 과정에서 그린카와 한국GM의 어떤 도움이 전혀 없었다는 것을 미리 밝힌다.

이번 볼트 시승을 위해 그린카에 일정 금액을 지불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영등포 타임스퀘어 옆 주차장에서 만나본 볼트는 주행거리가 약 600km 미만인 상태였다. 말 그대로 따끈따끈한 신차와 다름없었다. 자동차 업체가 별도로 관리하는 시승차같은 느낌이었다.

다만 이 차는 시승차가 아닌 카셰어링용 차량이다 보니 몇몇 옵션들이 빠져 있다. 차선유지 보조시스템, 지능형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저속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 등의 첨단 사양이 카셰어링용 차량에는 없다. 이 때문에 부분 자율주행 테스트는 진행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편의사양이 갖춰졌다. 아이폰을 소지하고 있다면 USB 연결만으로 애플 카플레이를 즐길 수 있고, 고음질의 오디오를 즐길 수 있는 보스(BOSE) 스피커가 탑재됐다. 사각지대 경보 시스템, 후측방 경고시스템 등의 안전 사양도 있어 초보운전자들이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총 10개에 해당하는 에어백도 마련됐다.

그린카가 직접 운영하는 쉐보레 볼트 실내. 별도로 지니맵이 탑재됐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아이폰 소지자라면 그린카 볼트 내부에서 손쉽게 애플 카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에너지 흐름도를 보여주는 볼트 8인치 디스플레이. 그래픽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편이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아직 시범운영중인 그린카 볼트

볼트는 가솔린 엔진이 탑재됐지만, 전기차 충전도 가능한 차량이다. 순수 전기차(EV) 모드 주행시 최대 89km까지 갈 수 있기 때문에 시내 전기차 전용으로 쓰기에 충분한 차량이다.

하지만 그린카는 차량 내부에 전기 충전을 위한 매뉴얼이나 충전 전용 카드를 별도로 마련하지 않았다. 시승 전에 볼트의 배터리 충전량을 살펴본 결과, ‘주행가능거리 제로(0)'으로 표기됐다. 배터리가 다 소진됐다는 의미다.

황태선 그린카 마케팅부문장은 이에 대해 “현재 국내(내륙)에 도입된 볼트는 전기 완속 충전이 어렵고 환경부 결재 인프라 도입 구축이 아직 진행중이다. 이 때문에 내연기관 자동차와 같은 방식으로 할인을 전제로 볼트를 시범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볼트 충전 매뉴얼 추가 여부에 대해 황 부문장은 “전기차 완속 충전을 위한 그린카만의 충전 시설은 현재 구축 중이며 곧 충전카드 비치와 충전기 설치 작업을 완료해 볼트를 정상 런칭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어쩔수 없이 볼트의 전기 완속 충전 과정을 진행할 수 없지만, 이를 감안하고 본격적인 시승에 나섰다.

쉐보레 볼트 내부에 탑재된 디스플레이형 계기반 (사진=지디넷코리아)

■볼텍 시스템의 매력에 빠지다

차량의 시동 버튼을 누르자, 마치 우주로 빨려들어갈 것 같은 효과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비슷한 개념의 차량이기 때문에 시동이 아닌 전원이 들어왔음을 뜻하는 효과음이다.

처음 차에 시동 걸었을 때의 주행 가능거리를 확인해보니 391km로 표기됐다. 충분히 서울과 경기도 등을 오고 갈 수 있는 거리다. 이날 기자는 그린카에서 빌린 볼트로 서울 영등포, 경기도 파주 및 일산, 서울 반포 세빛섬을 오고가며 약 88km를 주행했다. 이를 위해 주행요금 9천630원을 그린카에 지불했다.

볼트 내부에는 LG화학의 기술력이 들어간 18.4kWh의 대용량 배터리, 2개 전기 모터, 1.5리터 주행거리 연장형 엔진이 탑재됐다. 이로 인해 최대출력 149마력, 최대토크 40.6kg.m에 달하는 힘을 낼 수 있다.

볼텍 시스템이 강조된 볼트 엔진룸 (사진=지디넷코리아)
18.4kWh에 달하는 대용량 배터리 떄문에 볼트 뒷좌석은 2명만 탈 수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볼트는 자체적으로 ‘볼텍 추진 시스템(Voltec Propulsion system)'을 갖춰 전기모터, 배터리, 엔진 구동 능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 시승 당시 상황처럼 배터리 자체가 소진되면 엔진의 구동능력으로 배터리를 조금씩 충전시킬 수 있다. 단순한 회생제동으로 배터리를 충전시킬 수 있는 일반 하이브리드와는 다른 개념이다.

이 때문에 영등포 타임스퀘어를 지나는 시내도로에서 충분히 배터리 구동만으로 주행할 수 있었다. 주행마다 엔진이 자동적으로 구동돼 배터리 자체 충전을 돕는 모습을 스크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때 엔진 구동음은 상대적으로 큰 편이지만, 볼트 차체 특성을 감안했을 때 어느 정도 용인되는 수준이다.

배터리 구동 시 볼트 주행 감각은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편이다. 하이브리드 차량이나 일반 순수 전기차에서 느낄 수 있는 모터음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정숙하다. 엔진과 배터리간 전환 속도도 빨라 주행시에 울컥거리는 느낌도 없다. 순수 EV모드로만 주행했다면 이 느낌이 더 오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여건이 허락된다면 볼트의 순수 EV 모드 시승기를 작성해볼 예정이다.

풀 플랫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넓어보이는 볼트의 트렁크 공간 (사진=지디넷코리아)

■통쾌한 가속 능력

영등포 타임스퀘어를 지나 자유로에 진입하자마자 볼트의 가속능력을 테스트해보기로 했다.

볼트의 가속능력은 마치 양탄자 같았다. 물 흐르듯이 부드럽게 속력을 높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가솔린 엔진과 2개의 모터가 최적의 가속능력 구현을 위해 최상의 협업을 진행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 가솔린 특유의 엔진음과 모터음이 살짝 들려오긴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그 느낌은 사라진다. “이 차가 정말 나간다”는 통쾌한 생각만 들 뿐이다. 단순히 친환경차로 여겨질 뻔한 볼트의 재발견이나 다름없다. 가속능력만큼은 최고의 점수를 주고 싶다.

경쾌한 가속능력은 쉐보레 볼트가 가진 최대 장점 중 하나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최적 연비 구현 위한 콘텐츠 부족 아쉬워

볼트 스티어링 휠 좌측에는 마치 패들쉬프트로 착각할 수 있는 버튼이 있다. 이 버튼은 바로 ‘리젠 기능’을 실행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해당 버튼을 누르면 배터리의 충전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한국GM 측 설명이다.

하지만 이 기능이 직접적으로 배터리 충전을 돕는지는 체감 상 알 수 없다. 버튼을 누른 후 이 기능이 정상 작동 중인지에 대해 알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볼트 내부에는 계기반과 센터페시아에 컬러 디스플레이가 자리잡았지만, 리젠 기능이 어떻게 구동되는지에 설명해 주는 콘텐츠가 자리잡지 않았다. 전기차나 친환경차에 대해 전혀 모르는 소비자들을 위한 GM의 배려가 필요해보였다.

날렵적인 디자인은 쉐보레 볼트가 가진 특징 중 하나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하지만 에너지 흐름도를 보여주는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의 그래픽은 깔끔하고 훌륭한 편이다. 엔진, 모터, 배터리 흐름을 거의 실사와 가깝게 보여주는 느낌이 인상적이다. 현대기아차 친환경차 에너지 흐름도 그래픽보다 완성도가 높은 수준이다.

연비는 아쉬웠다. 이날 저속에서는 충분히 배터리 구동만으로 달리고, 고속 주행은 자제했지만 최종적으로 확인한 평균 연비는 14.4km/l 였다. 배터리 충전을 위해 엔진 자체가 구동되는 순간 평균 연비가 상대적으로 크게 내려간 것이 주된 요인으로 보인다. 한국GM이 밝힌 볼트의 연비는 전기 모드 시 복합 15.3km/kWh이며, 휘발유 기준으로 복합 17.8km/l다.

■‘PHEV 분류’ 대중화 되기에 한계 많은 볼트

한국GM은 볼트 자체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보다 ‘주행거리 연장 전기차’로 불리기 원한다. 홈페이지에서도 볼트 자체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표기하지 않고 주행거리 연장 전기차의 약어인 'EREV'로 쓴다.

하지만 정부는 볼트 자체를 전기차로 인정하는 대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차로 단순하게 분류했다. 정부가 정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보조금액은 500만원. 약 2천만원대가 넘는 현 순수 전기차 보조금(지자체, 정부 합산)보다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한국GM은 지난 6월 부산에서 볼트를 최초 공개할 때 낮은 보조금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한국GM은 아직까지 볼트에 대한 일반 판매 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상황이다. 10월 중에 친환경차 관련 웹사이트를 만들어 국내 소비자 반응을 살핀 후 일반 판매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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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볼트의 미국 현지 출고가는 3만7천965달러(4천163만원)다. 만일 이 가격이 한국에 그대로 적용된다면 소비자들에게 크게 환영받지 못할 수 있다. 정부가 PHEV에 대한 기준을 세부적으로 분류하지 못한다면 볼트의 성공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영상=그린카로 만나본 쉐보레 볼트(영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