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7 '첫 주말 판매량' 왜 안 밝힐까

애플 "수요 반영 힘들어"…실망 부담 때문?

홈&모바일입력 :2016/09/09 10:59    수정: 2016/09/09 19:33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애플에게 아이폰 새 모델 공개 행사만큼 중요한 게 있었다. 바로 출시 첫 주말 판매량이다.

출시 행사가 고객들에게 첫 인사를 하는 무대라면 첫 주말 판매는 고객들이 실제로 얼마나 지갑을 여는 지 볼 수 있는 지표였다.

애플은 그 동안 출시 첫 주말 판매량을 마케팅에 잘 활용해 왔다. 지난 2014년 출시된 아이폰6 때는 ‘사상 첫 1천만대 돌파’ 여부가 관심사였다. 애플은 기대대로 그 해 사상 처음으로 1천만대 판매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해 출시된 아이폰6S 때는 “더 이상 판매량을 늘릴 수 있을까?”란 궁금증이 극대화됐다. 애플은 또 “1천300만대 판매”라고 발표하면서 기대감을 부추겼다.

애플 매장. (사진=씨넷)

첫 주말 판매량은 사실상 아이폰을 시장에 내놓는 애플의 첫 마케팅 지점이라고 봐도 크게 그르지 않다.

그런데 애플은 올해 그 마케팅 기회를 더 이상 활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아이폰7은 첫 주말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애플은 오는 9일부터 아이폰7 예약 판매를 받은 뒤 16일부터 1차 판매국에서 공식 발매할 계획이다. 아이폰7 1차 판매국은 미국 등 28개국이다.

■ 아이폰 출시 이후 줄곧 첫 주말 판매량 공개

당연히 ‘왜?’란 질문이 뒤따르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애플이 공식 발표를 그대로 옮겨보자. 외신들에 따르면 애플은 “첫 주말 판매량은 수요보다는 공급 상황과 더 관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공급망 확대로 주문을 제대로 소화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애플은 또 “따라서 초기 판매량이 더 이상 우리 투자자나 고객들에게 (도움이 될) 대표적인 수치가 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요약하면 이렇다. 그 동안은 첫 주말 판매량이 아이폰의 인기를 그대로 반영할 수 있었다. 주문받은 만큼 공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첫 주말 판매량이 사전 주문량에도 못 미칠 가능성이 많다. 공급망을 워낙 늘려놔서 제대로 소화를 못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여기까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발표하는 게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관점을 한번 바꿔보자. 팀 쿡이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어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된 건 2011년 8월24일이었다. 그 해 아이폰4S가 출시됐다. 하지만 아이폰4S는 ‘잡스의 유작’이라고 불렸다.

따라서 명실상부한 팀 쿡 시대의 첫 작품은 2012년 출시된 아이폰5라고 봐야 한다. 그 해 아이폰5의 첫 주말 판매량은 500만대였다.

아이폰 첫 주말 판매량은 이듬 해인 2013년부터 큰 폭으로 늘어났다. 아이폰5S와 5C 두 모델을 출시한 그 해 첫 주말 판매량은 900만대로 껑충 뛰었다. 전년에 비해 무려 80%가 증가한 수치였다.

많은 사람들은 아이폰 첫 주말 사흘 간의 판매량은 이제 한계점에 달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애플은 이듬해인 2014년 아이폰6 때 보기 좋게 그 기록을 깼다. 사상 첫 1천만대 판매를 기록한 것이다. 아이폰6 출시 당시 애플은 분기 판매량 5천만대를 첫 돌파하기도 했다.

지난 해 아이폰6S 출시 때도 또 다시 첫 주말 판매량에 관심이 쏠렸다. 애플은 또 다시 1천300만대를 판매하면서 전년도 기록을 깼다.

■ 팀 쿡 CEO 취임 이후 판매국 대폭 확대

이 대목에서 당연히 두 번째 질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애플은 어떻게 매년 아이폰 분기 판매량을 늘려올 수 있었을까?

잡스와 달리 팀 쿡은 물류 전문가란 점에 해답의 일부가 놓여 있다.

팀 쿡은 2012년부터 아이폰 첫 출시 국가를 꾸준히 늘려왔다. 2011년 7개였던 아이폰 1차 출시국은 2012년엔 9개국으로 늘어났다.

특히 큰 변화는 아이폰5S와 5C를 출시하던 2013년이었다. 11개국으로 1차 출시국이 늘어난 것. 더 주목할 건 중국이다. 이 때부터 중국이 1차 출시국에 추가됐다.

아이폰5S와 5C 당시 첫 주말 판매량이 900만대로 껑충 뛴 데는 출시국 확대 영향이 컸다. 물론 이 해부터 2개 모델을 동시에 출시한 부분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중국은 아이폰6와 6플러스를 출시하던 2014년엔 1차 출시국에서 빠졌다. 하지만 지난 해 다시 1차 출시국에 포함됐다. 지난 해 아이폰6S 때는 1차 풀시국이 12개국으로 늘어났다.

여기까지 살펴보면 애플이 왜 아이폰7의 첫 주말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는지 짐작할 수 있다.

아이폰7 1차 출시국 명단. (사진=애플 발표화면 캡처)

올해 아이폰 출시 행사 때 많은 국내 언론들은 “또 한국은 1, 2차 모두 빠졌다”고 보도했다. 맞다. 한국은 이번에도 초기 출시국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더 주목할 부분은 따로 있다. 올해 1차 출시국이 무려 28개국으로 늘어난 점이다. 지난 해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아이폰7 2차 출시국 명단. (사진=애플 발표화면 캡처)

이 수치를 보고나면 “아이폰 첫 주말 판매량이 수요보다는 공급과 더 관계가 있다”는 애플 발표가 사실이란 걸 알 수 있다.

1차 판매국이 늘어난만큼 올해 첫 주말 판매량이 지난 해보다 늘어날 가능성은 많다. 28개국이나 되기 때문이다.

■ "기대치 채우지 못할 경우 주가 하락" 걱정했을수도

그런데도 애플은 왜 첫 주말 판매량 공개가 마케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을까?

지난 해 기억을 되살려 준 로이터통신 보도를 살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지난 해 9월28일 아이폿 첫 주말 판매량을 공개한 뒤 애플 주가가 2%나 떨어졌다. 기대에 못 미친 수치 때문이었다.

애플로선 28개국으로 늘어난 1차 판매국 때문에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한껏 높아진 상황이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다. 게다가 애플은 아이폰 출시 후 처음으로 2개 분기 연속 판매량 감소를 경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해 오던 판매량 공개를 하지 않겠다는 게 곱게 보일 리는 없다. 유리할 때는 공급망 얘기는 쏙 빼고 “사상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마케팅 하다가 임계점에 달하니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며 수치 공개를 꺼리는 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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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C 파트너스의 콜린 길리스 애널리스트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데이터를 덜 제공하는 데 대해 투자자들은 기뻐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이폰 출시 이후 줄곧 공개해왔던 첫 주말 판매 수치를 이번엔 공식 발표하지 않겠다는 애플의 이번 조치에 대해 투자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