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를 운행하고 있는 모 대학교수 K씨. 그는 충전하러 대형마트 주차장을 찾았다가 낭패를 본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휴무일인 걸 깜빡 잊고 갔다가 허탕을 친 때문이다.
국내 주요 대형 마트는 영세업체나 전통시장과의 상생과 직원 복지 등을 위해 지점별로 휴무일을 갖는다. 상생이란 사회적 합의로 생긴 제도. 하지만 전기차 운전자들에겐 마트 휴무일이 두렵기만 하다.
K씨는 “주로 홈플러스나 롯데마트에서 영업시간 이외에는 충전기가 위치한 주차장 문을 아예 닫아버려 충전하러 갔다가 헛걸음만 한 적이 많다.”며 “한 때는 해당 마트의 휴무일을 제대로 챙겨보지 않아 낭패를 본 적도 있다”고 밝혔다.
제주에서 1년 넘게 전기차를 주행하고 있는 S씨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다. 공공충전소와 대형 마트 등의 사설충전소의 위치 및 충전 상태가 제대로 고지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그의 불만이다. 이에 대비해 제조사가 차량 방전 또는 긴급 사태에 대한 매뉴얼을 제시하지 않아 속상하다고 한다.
■ 완성차 업체 내비게이션과 연동 안되는 대형마트 휴무일 정보
환경부 기준으로 대형 마트에 설치된 전국 전기차 충전소(급속, 완속 포함) 수는 11일 현재 190개(이마트 148개, 롯데마트 16개, 홈플러스 24개)다. 이 충전소들은 주로 지하주차장 공간 일부에 설치되거나, 공간 활용도 개선을 위해 옥상주차장에 배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 충전소 위치는 현재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ev.or.kr'에서 한 눈에 볼 수 있다. 월별 마트 휴무일 등의 정보도 웹이나 모바일 등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안내는 운전자들에게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ev.or.kr' 사이트의 지도 검색의 경우 해당 위치를 나타내는 장소 클릭이 상당히 불편하고, 글씨가 상대적으로 작게 나와 시력이 좋지 않은 운전자들에게는 별 도움이 안된다.
또 다른 문제점은 환경공단 또는 사설 충전정보인프라시스템 ‘EVWHERE' 등에서 제공하는 충전가능 시간대 정보가 현대기아차 등의 완성차 업체 내비게이션과 연동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에 탑재된 8인치 내비게이션 화면에는 잔여 주행거리 뿐만 아니라 근처 충전소 위치까지만 검색이 가능하다. 해당 충전소의 참고사항과 이용 가능한 시간대 표기는 없다. 단순한 정보 제공에 불과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 장거리 주행 시 충전소 위치 사전 파악은 필수
전기차 이용자들의 이같은 고충과 관련 한 대형 마트 관계자는 “고객에게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한 마음”이라며 “일부 지점들은 휴무일 때 주차장까지 문을 닫지만, 외부상가 등과 연결된 건물에 위치한 지점의 경우 휴무에 들어가도 주차장은 항상 개방된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향후 전기차 이용자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자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완성차 또는 배터리 업체들은 최소 300km 주행 가능한 전기차 출시 준비에 전념하고 있다. 1회 충전 당 주행 거리가 늘어나면 충전과 방전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져 보다 여유로운 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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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재 국내 출시된 전기차 중 가장 긴 주행거리는 가솔린의 약 4분의 1 수준인 191km에 불과하다. 사전에 내가 가고 싶은 곳에 위치한 충전소 위치와 운영 가능시간 여부를 미리 파악해야 할 수 밖에 없다. 정부가 전기차 충전 불편을 해소시킬 수 있는 방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전기차 운전자들이 느끼는 불편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디넷코리아는 앞으로 전기차 오너들이 겪는 각종 불편과 개선 사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할 예정이다. 전기차를 운전하면서 낭패를 겪거나 충전 인프라 개선 등을 제안하고 싶으면 이메일(jaehwan.cho@zdnet.co.kr)로 보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