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시장을 향한 삼성의 야심이 커지고 있다. 독일뿐 아니라 중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주요 시장으로 계속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6를 계기로 여러 완성차업체, 전장 부품업체와 함께 수차례 ‘합종연횡’ 시도를 하고 있다.
자동차 관련 사업을 향한 삼성전자의 움직임은 지난해 12월 9일 전장사업팀을 신설하면서 본격화됐다. 이중 대표적인 사례는 세계 1위 규모 전기차 업체 중국 비야디(比亞迪BYD) 지분 투자 결정과, FCA 그룹 계열 전장부품사 이탈리아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 움직임이다.
삼성전자의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 움직임은 지난 3일 블룸버그이 최초 보도했다. 이에 대해 양사는 5일 현재까지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큰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고무적인 삼성전자 분위기
삼성전자의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 움직임이 보도된 후 FCA 그룹 주가는 상승했다.
FCA 그룹 주가는 지난 4일 뉴욕 증시에서 전 거래일보다 10% 상승한 6.63달러로 마감됐다. 이탈리아 밀란 주가도 8.3% 올랐다. 삼성전자의 인수 움직임이 FCA 그룹의 인지도 상승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이 여러차례 나오기도 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 보도 후 고무적인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블룸버그 보도에 대해 “구체적인 것은 이야기 할 수 없지만, (전장 사업과 관련된) 큰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의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 사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FCA 그룹 계열사 중 한 곳인 엑소르 사외이사이기 때문에 FCA 그룹 내 부품 계열사 인수 시도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전장부품 사업에서 LG전자 이기나
삼성전자는 그동안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큰 장점을 나타내왔다. 지난해 말 국내 출시된 신형 BMW 7시리즈 뒷좌석 중앙 암레스트에는 삼성전자 태블릿 PC가 탑재됐다. 지난해 3월에는 수출 주도형 스페인 완성차 업체 세아트에 ‘미러링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공급을 시작했다.
BMW와 세아트 등을 통해 인포테인먼트 분야 영향력을 넓힌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6에서 ‘커넥트 오토’ 플랫폼 설립을 공식 발표했다. AXA, 에릭슨, IBM, 히어(HERE), AT&T 등 보험, IT, 통신사들과 협력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해킹 및 커넥티드 카 사고 방지를 위해 프랑스 보험회사 AXA와 협력한 것도 눈에 띈다.
하지만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인포테인먼트 관련 사업에 집중하다간 LG전자와의 경쟁에서 뒤질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말께 출시 예정인 GM 쉐보레 볼트(Bolt) EV 전기차의 대다수 전장부품이 LG전자에서 제작됐으며, LG전자가 최근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등과 스마트카 구동에 필요한 첨단 부품 공급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전장사업 확장을 위해 BYD 지분투자와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에서는 삼성전자가 직접 자동차 자체를 개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자동차 직접 제조 대신 전장부품 개발에만 전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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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삼성전자가 올해부터 전장사업 관련 기본 밑바탕을 그려나간 다음 내년부터 관련 산업을 키워나갈 것으로 전망된다”며 “BYD, 마그네티 마렐리 뿐만 아니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큰 규모의 자동차 업체에 대해 삼성전자가 공격적인 투자 의사를 나타낼 것”으로 바라봤다.
정 교수는 “삼성전자가 LG전자보다 뒤늦게 전장사업의 중요성을 인지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삼성전자가 이에 굴하지 않고 전장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한다면 제조업 중심의 자동차 산업이 서비스 분야까지 확대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동시에 IT 산업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