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삼성 vs 달라질 애플…누가 이길까?

'갤노트7 vs 아이폰7' 맞대결…변화된 위상도 관심

홈&모바일입력 :2016/08/04 11:38    수정: 2016/08/04 13:42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행운의 숫자 7은 누구를 향해 미소를 지을까?

스마트폰 시장 양대 강자인 삼성과 애플이 한판 승부를 앞두고 있다. 둘은 한 달 간격으로 최신 모델을 내놓으면서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정면 승부를 벌일 전망이다.

특히 둘은 엇갈렸던 모델명까지 ‘7’로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이름 붙이기 좋아하는 많은 언론들은 둘 간의 이번 승부를 ‘7의 전쟁’으로 명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승부가 갖는 의미는 또 있다. ‘퍼스트 무버’와 ‘패스트 팔로워’의 달라진 위상이 시장에서도 그대로 통할 지 여부가 또 다른 관심사다.

9년 시차를 둔 두 회사의 제품 발표 장면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삼성은 최신폰 갤럭시 노트7의 S펜에 방수기능까지 넣었다. (사진=씨넷)

[장면1]

때는 2007년 1월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엔 전 세계 IT인의 시선이 집중됐다. 지금은 기억 속에서 사라진 맥월드 행사가 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무대에 올라온 스티브 잡스의 손에는 소문으로만 떠돌던 ‘애플표 스마트폰’이 들려 있었다.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은 역사의 한 장면으로 길이 남아 있다. 그날 잡스는 ‘터치 방식’ 인터페이스를 소개하면서 “손가락이 있는데 누가 스타일러스를 사용하려고 하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이 장면은 두고 두고 회자됐다.

스티브 잡스가 지난 2007년 아이폰을 처음 소개하던 장면. 당시 잡스는 손가락이 있는데 누가 스타일러스를 쓰겠냐며 다른 스마트폰을 조롱했다.

[장면2]

“"다른 기능이 뭐가 있냐구요?”

갤럭시 노트7 언팩 행사가 열린 2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해머스타인볼룸. 무대에 오른 저스틴 데니슨 삼성전자 미국법인 상품전략담당 상무는 청중들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그리곤 곧바로 자기 질문에 답했다. “오디오 잭이죠.” 데니슨 상무는 웃음보 터진 청중들에게 살짝 미소를 보냈다.

애플 전문 매체인 맥루머스는 이 같은 사실을 전해주면서 “무대 위에서 애플은 거론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발언이 애플을 겨냥한 것이란 건 분명하다”고 전했다.

그는 갤럭시노트7에 새롭게 채택된 USB C타입 커넥터를 소개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데니슨 상무는 ”모든 사용자들에게 어댑터를 제공하기 때문에 추가 비용 없이 기존 액세서리와 호환할 수 있다”고 말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어댑터를 포함한 모든 액세서리를 유료로 판매해 입방아에 오른 애플을 겨냥한 발언이다.

■ 미국 IT 매체 "삼성, 갤럭시S6부터 독창적 폰 갖게 됐다"

9년 시차를 둔 두 장면. 언뜻 보기엔 별 것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퍼스트무버(first mover)를 뒤쫓기 급급했던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의 자신감이 담겨 있단 점에서 또 다른 흥미를 복돋우는 장면이기도 하다.

스티브 잡스가 지난 2007년 들고 나온 아이폰은 시장의 파괴자였다. 그 때까지 기기 성능 경쟁에 초점을 맞췄던 휴대폰 시장의 기본 문법을 바꿨다.

노키아, 블랙베리 같은 내로라하는 휴대폰 강자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져나갔다. 애플이 바꿔버린 문법은 그들이 단기간에 익히기엔 너무나 힘들었던 탓이다.

초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은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택했다. 마라톤으로 비유하자면 선두그룹에 붙어서 페이스를 맞춰가는 전략이었다.

삼성과 애플 간 스마트폰 전쟁이 얼마나 치열하게 전개돼 왔는지 보여주는 장면이 바로 두 회사간 특허 소송이다.

그 과정에서 삼성은 애플로부터 무차별 특허 공세를 당하기도 했다. 한 때 미국 법원에서 ‘고의로(willfully)’ 애플 제품을 베꼈다는 평결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좀 많이 달라졌다. ‘패스트 팔로워’ 삼성은 어느 새 또 다른 혁신을 내놓지 못한 ‘퍼스트 무버’ 애플을 추월하는 데 성공했다.

그 단초는 지난 해 춣시된 갤럭시S6였다. 미국 IT 매체인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갤럭시 노트7 출시 소식을 전해주는 기사에서“삼성이 갤럭시S6 때 처음으로 진짜로 독창적인 휴대폰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갤럭시 노트7은 갤럭시S6 때 개척한 새로운 디자인 언어의 정점(pinnacle)이라고 후한 점수를 줬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삼성에겐 불가능해보였던 위업이라고도 했다.

실제로 삼성은 2년 전 최악의 슬럼프를 겪었다. 갤럭시S5는 최악의 실패를 경험했다. 반면 그 무렵 애플이 내놓은 아이폰6는 2014년 4분기 7천500만대가 팔리면서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삼성은 위기의 순간 ‘리셋 버튼’을 눌렀다. ‘프로젝트 제로(Project Zero)’를 가동하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갤럭시S6였다.

■ 정점에 이른 갤노트7, 애플의 반격은?

갤럭시S6는 화려만 곡면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이번에 선보인 갤럭시 노트7은 곡면 디스플레이를 완벽한 대칭을 이룬 멋진 휴대폰에 잘 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바탕 위에 방수, 메모리 확장을 비롯한 최신 성능을 입히면서 최강 스마트폰으로 만들어냈다는 게 비즈니스인사이더의 평가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애플의 아이디어를 훔친다(cribbing)는 비판을 받던 삼성이 1년 반만에 라이벌의 디자인을 뛰어넘는(leapfroogged)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조만간 출시될 아이폰7이 전작인 아이폰6S와 큰 차이가 없을 가능성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삼성은 최소한 앞으로 1년 동안은 더 정상의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상적으로 9월에 신제품을 내놓는 애플도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폰7으로 명명될 새 제품은 기존 모델인 6S에 비해 크게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아이폰7 컨셉 디자인 (사진 = 씨넷)

아이폰 신제품은 전작인 아이폰6S의 기본 섀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듀얼 카메라 등 일부 새 기능을 추가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대신 안테나선을 기기 상하단으로 숨겨 좀 더 깔끔한 디자인을 구현하는 동시에 3.5mm 이어폰잭을 제거해 두께를 좀 더 얇게 만들고 방수 기능을 추가하는 정도에서 그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일부에선 애플이 ‘7’ 대신 6’SE’ 같은 다른 모델명을 붙일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 삼성-애플 7의 전쟁,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외신들의 호평을 받으면서 화려한 신무기를 내놓은 삼성. 그에 맞서 또 다른 무기를 준비 중인 애플. 두 회사가 펼칠 ‘7의 전쟁’은 어느 쪽에 행운을 안겨줄까?

정확한 상황은 애플이 새 모델을 공개해야만 알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돌아가는 상황만 놓고 보면 삼성이 오히려 ‘패스트 무버’ 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관련기사

본궤도에 오른 곡면 디스플레이에다 홍채인식이란 신무기까지 장착하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반면 애플은 지난 해까지 성공을 안겨줬던 무기들을 살짝 가다듬고 들고 나올 전망이다.

‘7의 전쟁’이 더 관심을 끄는 건, 살짝 달라진 두 회사의 위상 때문인지도 모른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