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플라스틱 신용카드를 대체할 수 있을까? 가능성은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2018년 7월부터 마그네틱 카드 대신 IC카드 도입이 의무화됨에 따라 스마트폰에 카드정보를 넣어 마치 버스나 지하철에서 교통카드를 찍듯이 결제하는 시대를 대비하려는 카드 업계의 행보가 분주해졌다.
카드 가맹점에 IC카드결제용 단말기가 보급되는 교체 시기에 맞춰 스마트폰을 단말기에 찍기만 하면 결제가 이뤄지는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반 모바일 결제도 함께 뜨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관련 업계는 이미 2011년 말부터 스마트폰에 카드정보를 넣어 오프라인에서도 모바일결제(NFC결제)를 보급하려는 시도를 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당시 방송통신위원회는 NFC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이통사 3곳, 카드사 11곳, 밴사 3곳, 6개 가맹점과 함께 '명동NFC존' 시범사업을 벌였다.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과는 달리 사업자들 간 이해관계에 따른 주도권 싸움에 더해 가맹점에 NFC결제를 지원하는 단말기들이 제대로 보급되지 못하면서 좌절됐다.
비씨카드 핀테크 사업실 이무연 팀장은 "유럽, 호주, 싱가포르, 대만 등은 업계 자율적으로 NFC결제 플랫폼을 구축하기 시작해 5년 뒤인 2020년에는 NFC결제가 대세가 된다는 전망이 나왔다"며 "국내도 IC카드 의무화 되면서 NFC결제 시대를 대비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 스마트폰=금융플랫폼 시대 왔다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당장 IC카드 도입이 의무화되면서 새로 문을 연 가맹점들은 IC카드 결제를 지원하는 단말기를 도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NFC결제 기능까지 갖춘 단말기가 보급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간편결제서비스를 제공 중인 페이코는 최근 1천600여 가맹점에 전용 NFC결제 동글을 배포했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금융서비스 사용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도 오프라인 NFC결제에 대한 수요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이 이제는 계좌개설에서부터 이체, 온라인 결제, 할인혜택까지 제공하는 금융서비스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명동NFC존 때와 달리 삼성페이, 애플페이와 함께 국내서 등장한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시럽페이, 페이코, SSG페이 등 각종 '**페이' 서비스를 경험해 본 사용자들이 늘고 있다는 점도 오프라인 스마트폰 결제 시장을 이끄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카드 미래사업부문 스마트사업팀 김병준 팀장은 "(업계에서) 2000년대 중반부터 NFC결제시장을 만들려고 했으나 잘 되지 않았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환경이 변하면서 "줄을 많이 서고, 소액이 거래되는 가맹점을 중심으로 NFC결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 NFC결제 시대 남은 과제는?
NFC결제가 활성화될 수 있는 여건은 좋아졌지만 아직까지 해결해야할 과제들은 남아있다. 먼저 NFC결제를 지원하기 위한 단말기 인프라에 대해 누가 비용부담을 지게될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카드사, 페이코를 포함한 밴사, 가맹점 등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합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또 다른 과제는 NFC결제에 필요한 업계 표준을 마련하는 일이다. 비자, 마스터카드, 유로페이 등 글로벌 카드사 연합은 최근 국내 카드사에게 NFC결제를 사용할 때 이들이 마련한 IC카드 국제표준규격인 'EMV'를 따르도록 요청했다. 해당 규격을 따라야만 비자, 마스터카드 로고를 찍을 수 있게 한다는 설명이다. 국내 카드사들은 EMV진영이 이후 라이선스 비용이나 수수료를 인상할 것을 우려하는 중이다. 때문에 KB국민카드, 롯데카드, 신한카드 등이 공동으로 마련한 앱카드 협의체와 비씨카드 진영 관계자들은 국내서 독자적인 NFC결제 표준을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결론적으로 사용자들이 과연 가맹점에 플라스틱 카드를 주고 결제하는 대신 전용 단말기에 스마트폰을 터치하는 방법을 쓸 것인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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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도입된 NFC결제는 스마트폰에 카드정보를 등록한 뒤에 결제할 때 앱을 실행해 숫자 비밀번호를 입력하거나 고유 패턴을 입력한 뒤 다시 결제 단말기에 터치하는 방식이다. 플라스틱 카드를 점원에게 제시하는 것에 비해 여러 단계를 거쳐야만 한다는 점이 여전히 불편함으로 작용한다. 더구나 어떤 가맹점이 NFC결제를 지원하더라도 다른 곳은 그렇지 않다면 굳이 플라스틱 카드를 갖고 다니는 대신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새로운 결제를 써야할 이유가 희박해진다.
사용자 편의성을 개선하면서도 대부분 카드 가맹점에서 쓸 수 있어야 하고, 앱을 실행하고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과정을 교통카드를 버스 단말기에 찍는 수준으로 개선해야한다는 과제가 남아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