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고'가 한국 게임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까? 대동소이한 모바일 게임이 주류를 이뤘던 게임 시장에 긴장을 불어넣는 '메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AR 게임 '포켓몬 고’가 상상을 뛰어넘는 열기를 뿜어내면서 시장에 미칠 후폭풍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미에서 시작된 포켓몬 고 열풍은 이젠 전 세계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13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포켓몬 고 등장으로 게임사들은 충격에 빠졌다. AR 기술이 게임과 융합 했을 때의 시너지가 기대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포켓몬 고는 지난 7일 미국 출시되자마자 하루 만에 앱스토어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이용자가 몰리면서 다운로드 일시 중단 사태를 빚을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는 포켓몬 고 하루 사용자 수가 트위터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까지 내놨다.
게임이 출시되지도 않은 한국에서도 포켓몬 고 열기가 만만치 않다. 페이스북, 트위터를 비롯한 주요 SNS엔 포켓몬 고를 즐기고 있다는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이 같은 반응은 포켓몬 고의 신선함 때문이다. 가상 공간에 있던 캐릭터가 현실도 튀어나온 것이 컸다. 포켓몬스터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열광했던 게임 이용자들에겐 환상의 세계가 열린 것이나 다름 없다.
그렇다고 포켓몬 고의 AR 기술이 특별했던 것도 아니다. AR 기술은 이미 술집을 찾는 애플리케이션과 가상 디지털 쿠폰, 홍보물 등에 이미 적용됐다.
기술만으론 설명하기 힘들단 얘기다. 포켓몬 고가 출시 초반 흥행한 것은 닌텐도의 포켓몬스터란 유명 지적재산권(IP)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여기에 AR 기술이 융합되면서 색다른 게임을 찾는 이용자들의 욕구를 잘 건드린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봐야 한다.
■포켓몬 고 열풍, “게임사와 정부 각성해야”
포켓몬 고의 흥행은 게임사들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져준 계기가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각 지역의 문화와 새로운 트렌드를 찾는 게임 이용자의 마음을 이해해 이를 게임 콘텐츠로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 지금처럼 시장 트렌드만 쫓는 게임은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진단도 한몫했다.
국내외 시장에서 인기를 얻은 국산 모바일 게임을 보면 간단한 퍼즐과 전략, 액션 RPG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신작 역시 세계관에 따른 그래픽 분위기만 다르고 게임 장르와 방식은 대동소이하다. 하나의 게임 장르가 뜨면 이를 쫒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개발사도 상당수였다. 이용자의 생활 문화를 이해하고, 트렌드를 이끌기보다 돈이 되는 게임 장르로 수익성을 강화하는데 집중했다.
이에 대해 한 게임개발사 대표는 “국내외에 출시된 모바일 게임을 보면 비슷한 장르에 같은 게임성을 담은 작품이 홍수다”면서 “게임성이 비슷하다보니 신작이 나오더라도 이용자들도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러나보니 게임성보다 IP 인지도로 포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국내 게임사들은 이용자들의 놀이 문화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즐거움을 제공해야한다는 화두를 계속 던졌다. 그러나 산업 규제로 생존에 위협을 받으면서 실적 중심의 개발 환경으로 변질됐고, 이후 혁신과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 같다. 게임사와 정부가 각성해야할 때”라고 덧붙였다.
■AR게임 개발만 답일까...생태계 변화에 투자 필요
포켓몬 고의 흥행은 AR게임의 가능성만 보여준 것에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AR 뿐 아니라 VR 등 게임과 융합될만한 색다른 기술이 많아서다. 지켜봐야 할 것은 포켓몬 고 같은 게임을 누가 먼저 만들어 내놓느냐다.
또한 AR 기술 도입 등에 대한 문제점들도 하나 둘 노출되고 있는 만큼 이를 해결해야한다는 숙제도 남아있다. 포켓몬 고를 즐기는 이용자가 실족 같은 안전사고 등의 위험에 노출됐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바통은 각 게임사에게 넘어갔다. 변화된 시장에 끌려 다닐지 시장의 변화를 이끌지는 게임사의 선택과 노력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한 유명 게임사의 고위 관계자는 “AR 뿐 아니라 VR 시장에 대한 명확한 분석과 전망, 대응법 등이 필요한 시점이다. 접근성 부분에서 보면 VR보다 AR 게임이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이미 AR 게임 시장은 포켓몬 고가 열었다고 봐야한다. 포켓몬 고의 흥행 분위기를 보면 AR 게임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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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게임 시장의 변화를 예측해 미리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급한 불을 끄기보다, 생태계의 변화를 주도할만한 새로운 게임 트렌드를 찾는 것을 목표로 움직여야한다”고 조언했다.
포켓몬 고 같은 게임이 한때 게임 종주국으로 불렸던 우리나라에서 탄생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 포켓몬 고의 충격파가 게임사와 정부의 산업 진흥 정책에 큰 변화를 이끌어 낼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