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라인을 키워라'
7월 미국과 일본에 자회사 라인을 동시 상장시키기로 해 국내외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네이버가 라인 뒤를 이을 차세대 서비스의 탄생을 위해 조직 구조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쟁력 있는 조직 문화는 매년 조단위 연구 개발 비용을 쏟아부는 것과 함께 네이버가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강조하는 대표적인 키워드 중 하나다.
방향은 변화에 빨리 대응할 수 있는 조직 문화 확산이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단위 조직들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필요한 일에 적절한 인재들을 투입할 수 있는 프로세스 구축에도 적극적이다.
■속도로 승부하겠다...조직 개편 가속
네이버는 시가총액으로 국내 10위안에 들고, 연매출도 조(兆) 단위 기업이지만 조직 운영 만큼은 벤처기업같은 속도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해진 의장도 공개적으로 "시장이 바뀌면 회사도 바뀌어야 한다. 네이버는 매년 위기를 맞이하고 매년 다시 태어나고 있다"면서 변화에 대한 대응 역량을 적극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다.
변화에 유연한 조직 문화는 데스크톱에서 모바일로 IT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에서 데스크톱에 주력하던 네이버가 모바일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지분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 중 하나가 됐다. 모바일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변방의 서비스로 전락한 야후, 플리커 등과는 다른 행보였다.
모바일 환경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면서 속도 중심의 네이버 조직 체계는 점점 고도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네이버는 2010년대 들어 모바일 시대에 맞게 조직 구조를 원점에서 재검토했다. 먼저 2014년 2월 본부, 팀, 센터로 대표되는 수직적 조직 구조를 없앴다. 대신 서비스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가 하나의 조직으로 뭉쳐 빠르게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셀(cell)’ 조직을 신설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본부, 팀, 센터로 구성된 수직적인 조직은 데스크톱 환경에 어울리는 구조였다.
품질을 챙기는 데는 좋을지 몰라도 사용자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스타트업들이 어느날 갑자기 등장하는 모바일 환경에 대응하기에는 효과적이지 않았다. 셀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한 것은 조직 운영에서 속도를 강조하겠다는 경영진의 의지를 상징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셀 조직에선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가 협의해 신속하게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조직 차원에서 의사 결정 속도가 대단히 빨라졌다"고 전했다.
예전에는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들이 흩어져 있어 필요할 경우 업무 협의를 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는데, 셀 조직 중심으로 전환 이후 이런 문제가 많이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네이버는 셀 조직을 선보인 이듬해인 2015년 2월 사내 벤처 제도인 CIC(Company-In-Company’(가칭, 이하 CIC)도 도입했다.
CIC는 셀’(Cell)의 진화된 형태로 가능성 있는 서비스가 독립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기업가 정신을 갖춘 경영자를 육성하기 위한 제도다. 시장 가능성이 검증된 서비스를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인큐베이팅 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급변하는 글로벌, 모바일 시대에 제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보다 작고 주체적인 형태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판단 아래 도입했다고 네이버는 강조했다.
셀과 비교하면 CIC에는 책임과 권한이 보다 많이 부여된다. 네이버는 CIC 리더에게는 대표라는 호칭과 이에 걸맞은 권한을 부여해 조직 전체에 대한 자율성과 책임감을 함께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의사 결정권은 CIC 리더의 고유 권한으로 리더는 서비스·예산·재무 등 경영 전반을 독립적으로 결정한다.
■라인과도 조직 문화 공유
조직 운영에서 속도를 강조하는 네이버의 행보는 올해들어 가속도가 붙었다.
네이버는 올해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하거나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과제를 담당하는 조직을 ‘프로젝트(project)’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다. 각 프로젝트들은 추후 독립성을 가진 ‘셀’ 조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네이버는 멤버들이 최신 기술 흐름을 빠르게 읽어내고 서비스에 반영할 수 있도록 인사 제도도 바꿨다. ‘프로젝트’를 이끄는 리더의 직급에 제한을 없앤 것이 대표적이다. 조직 규모도 4명에서 58명까지 다양하게 운영하는 것도 눈에 띈다.
회사 관계자는 "이런 조직의 변화를 통해 웹툰, 브이(V) 라이브 등 새로운 서비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제 2, 제3의 라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전했다.
변화에 유연한 조직 문화를 강조하는 네이버의 행보는 자회사 라인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서비스로 성장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라인의 성장은 시행착오의 역사였다.
라인의 상장은 네이버에 일본에 법인을 세우고 해외 시장을 노크한지 16년이라는 시간간만에 이뤄낸 성과다. 어느날 갑자기 대박을 터뜨린 것이 아니었다.
네이버는 2000년 일찌감치 일본에 진출했지만 야후재팬과 구글이라는 거대한 벽에 막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데스크톱은 이미 야후와 구글의 천하였다. 네이버가 가져갈 몫은 많지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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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 IT시장을 움직이는 판 자체가 모바일 중심으로 바뀌자 네이버에게도 나름 기회가 찾아왔다. 일본 데스크톱 시장에서 가진게 별로 없기에, 잃을 것도 많지 않았던 네이버는 모바일에 올인했다.
가까운 사람들 간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메신저에 집중한 끝에 한달반만에 라인을 출시했다. 신중호 라인 주식회사 CGO(Chief Global Officer)는 사내 강연에서 “PC 시장에서는 기존의 강자들을 이기기 어려웠지만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순간에 빠르게 새로운 시장에 들어가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