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삼성家 대표해 호암상 시상식 참석

홍라희 관장 등 오너 일가는 불참…만찬 대신 축하음악회 열어

홈&모바일입력 :2016/06/01 17:47

정현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와병 중인 부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대신해 '한국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호암상 시상식에 2년 연속 오너 일가를 대표해 참석했다.

호암재단이 1일 오후 3시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이재용 부회장과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해 삼성 수뇌부와 각계 인사 5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6년도 제26회 호암상 시상식을 열었다.

이 부회장은 이날 행사를 20여분 앞두고 2시39분경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 처음으로 참석한 지난해 행사에는 포토라인을 거치지 않고 조용히 행사장에 입장했지만 올해는 행사장 앞에 마련된 포토라인을 통해 대기 중인 취재진들에게 얼굴을 비췄다. 다만 시상식이 끝난 후 이어진 취재진들의 질문에는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고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이 부회장 외에 홍라희 리움미술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사장 등 다른 총수 일가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시상식에는 불참했다. 단 이날 저녁 열리는 축하 음악회에는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상식에는 황교안 국무총리, 오세정 국회의원, 성낙인 서울대 총장, 김용학 연세대 총장, 염재호 고려대 총장, 유기풍 서강대 총장, 정규상 성균관대 총장, 김도연 포스텍 총장, 이장무 KAIST 이사장, 김승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금종해 고등과학원장,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 이영훈 국립중앙박물관장, 박정자 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 정명화 첼리스트, 주일우 문학과지성 대표, 류시문 한국사회복지사협회장, 랄스 틸란덜 스웨덴 우메아대 교수, 스벤 리딘 스웨덴 룬드대 교수, 윌리엄 밀른 케임브리지대 교수, 아론 치에하노베르 2004년 노벨상 수상자, 폴 폭스 클리브랜드클리닉 교수, 마이클 루크 칼텍 교수 등 각계 인사 총 550명이 참석했다.

2016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지디넷코리아)

이밖에 최지성 삼성미래전략실장 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 사장을 비롯해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장 사장, 전동수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 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윤주화 삼성사회공헌위원회 사장,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 사장, 박동건 삼성전자 사장 등 삼성 사장단도 대거 참석했다.

호암상은 삼성 창업주인 호암(湖巖) 이병철 선생의 인재제일주의와 사회공익정신을 기려 학술예술 및 사회발전과 인류복지 증진에 탁월한 업적을 이룬 인사를 현창하기 위해 1990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제정한 상이다.

올해 부문별 수상자로는 ▲과학상 김명식 박사(英 임피리얼 칼리지런던 교수) ▲공학상 오준호 박사(KAIST 교수) ▲의학상 래리 곽 박사(美 시티오브호프병원 교수) ▲예술상 황동규 시인(서울대 명예교수) ▲사회봉사상 김현수, 조순실 부부(들꽃청소년세상 공동대표)가 선정됐으며, 수상자에게는 각 3억원의 상금과 순금 메달이 수여된다.

이날 시상식은 손병두 호암재단 이사장의 인사말과 신희섭 심사위원장의 심사보고, 부문별 시상과 수상소감, 황교안 국무총리와 스벤 리딘 스웨덴 룬드대 교수(스웨덴 왕립과학학술원 회원)의 축사, 비올리스트 이화윤의 축하연주 순으로 진행됐다.

시상식 이후에는 해마다 관례적으로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수상자와 그 가족, 각계 인사 등을 초청해 열었던 기념 만찬 대신, 경기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에서 수상자와 가족, 삼성 임직원들을 위한 축하 음악회를 여는 것으로 바뀌었다. 기념 행사에는 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씨를 비롯해 실내악 그룹 '앙상블 오푸스', 안숙선 명창 등이 무대에 선다.

이같은 변화는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후 2년째 이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는 거의 매년 직접 호암상 시상식과 만찬 등 행사를 챙겨왔다. 이 회장이 쓰러진 직후 총수 일가가 참석하지 않은채 조촐히 치뤄졌던 2014년 행사를 제외하고 지난해부터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을 대표해 시상식을 주관하고 있다.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은 참석하지 못했지만 이날 시상식 축사와 수상소감을 통해서도 호암상을 제정한 이 회장에 대한 언급이 종종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손병두 호암재단 이사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수상자들의 업적은 개인적 성취를 넘어 인류의 미래를 위한 길잡이가 되고 있는 만큼 오늘의 수상은 부차적인 것"이라고 수상자들을 격려하면서 "오늘의 호암상이 있게 한 이건희 회장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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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공학상을 수상한 오준호 KAIST 교수는 "노벨상에는 공학상이 없지만 호암상은 제정할 때부터 공학상을 시상해 공학자들을 우대해왔다"면서 "이건희 회장의 선견지명에 감사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축사를 한 황교안 국무총리는 "호암상은 인재제일, 사업보국을 강조했던 고 이병철 회장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상으로 수상자 한 분 한 분이 우리 사회에 훌륭한 본보기가 될 것"이라면서 "정부는 창의적인 인재 양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정책적인 노력과 함께 기업을 비롯한 민간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