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애플 '甲질 AS' 불공정약관 손봤다

수리 위·수탁 계약서 20개 불공정 조항 시정

홈&모바일입력 :2016/04/21 13:19    수정: 2016/04/21 13:20

정현정 기자

#.한 애플 공인서비스 센터는 소비자 A씨로부터 애플 제품 수리를 요청받고 수리를 위한 부품을 애플코리아에 전산을 통해 주문해 수락을 받은 후 소비자로부터 수리 접수를 받았다. 그러나 얼마 후 애플코리아는 이유도 설명해주지 않은채 수락했던 공인서비스센터 주문을 취소하고 부품을 배송하지 않았다. 이에 서비스 센터는 A씨에게 수리가 불가능하다고 통지했지만 소비자는 수리 접수를 받은 이후에 이뤄진 수리 불가 통지를 이해할 수 없었으며 구체적인 사유조차 설명받지 못해 애플 제품 수리 절차에 불만을 가지게 됐다.

#.또 다른 애플 공인서비스 센터 역시 소비자로부터 수리 요청을 받고 애플코리아 수락을 받아 수리 접수를 받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애플코리아로부터 부품을 배송받지 못했고 소비자로부터 수리독촉에 시달리게 됐다. 하지만 애플코리아는 부품의 배송이 지연되는 이유조차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애플 공인 서비스 제공업체 계약서상 약관조항에 따라 지연에 대한 일체의 책임도 부담하지 않았다.

앞으로 위 사례처럼 애플코리아가 애플 공식인증 수리업체에 불공정 약관을 근거로 일삼았던 'AS 갑(甲)질' 행태가 사라질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애플코리아와 애플 공인서비스 제공업체 간의 애플 제품 수리 위·수탁 계약서인 '애플 공인 서비스 제공업체 계약서' 상 20개 불공정 약관조항을 시정했다고 21일 밝혔다.

공정위는 소비자가 겪는 수리절차상 불편의 상당 부분이 수리업체와 애플코리아 간 애플 제품 수리 위·수탁 계약서상 불공정약관 조항에 기인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왔다.

이번 조치에 따라 애플코리아가 사전 통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수리 위·수탁 계약을 해지하거나 위탁 업무의 범위를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이 시정됐다. 공정위는 약관법 제9조 제2호 및 제10조 제1호에 의거해 해당 약관 조항이 애플에게 법률에 근거가 없는 해지권을 부여해 수리업체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이유 없이 계약 내용을 애플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조항으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애플 '아이폰6s' (사진=씨넷)

이와 함께 애플이 자의적으로 주문을 거절하거나 수락한 주문을 배송 전에는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했던 조항도 시정했다. 수리업체가 수리를 위한 부품 등 공급을 애플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만큼 애플이 자의적 판단에 따라 이러한 공급을 제한하면 수리업체의 사업 수행에 차질이 발생한다는 판단에서다.

또 언제든지 수리업체의 주문을 거부하고 수리업체가 주문한 제품과 유사한 제품을 대신 공급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수리업체에게 어떠한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애플은 책임을 지지 않도록 규정됐던 조항도 수리업체가 이의를 제기해 유사품의 공급을 거절할 수 있도록 시정했다.

아울러 애플이 언제든지 수리업체의 주문량을 일부 이행하지 않거나 지연해 이행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조항도 생산 중단, 부품 확보 불가는 등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도 한정하고 배송 지연에 대해서는 일반 원칙에 따라 책임을 부담하도록 했다.

그동안 수리업체는 약관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이 금지됐지만 시정에 따라 한국어 번역본이 제공될 수 있도록 하고, 영문본과 국문본 간에 불일치가 발생하는 경우에만 영문본이 우선하도록 수정했다.

이밖에 ▲애플의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면책을 규정한 조항 ▲수리업체의 기한의 이익을 부당하게 상실시키는 조항 ▲애플의 대금지급의무의 이행기한을 부당하게 연장하는 조항 ▲수리업체의 소제기 기한을 제한하는 조항 등이 시정됐다.

공정위는 "이번 불공정 약관 시정을 계기로 애플 제품 수리 서비스 분야에서 소비자 및 애플 공인 서비스 제공업체의 권익을 보호하고 공정한 거래질서가 확립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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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공인 서비스 제공업체 계약서(Apple Authorized Service Provider Agreement)는 전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애플 미국 본사에서 계약서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법무 담당자가 공정위를 방문하는 등 적극적으로 시정 절차에 협조하면서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불공정 약관 조항이 시정됐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에도 아이폰 유상수리 관련 애플 공인 서비스 제공업체의 약관상 수리접수 시 예상되는 최대 수리비용을 선결제하도록 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소비자는 수리 취소 및 환불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한 조항을 시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