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평택=정기수기자)20일 오전 11시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비 예보로 다소 서늘한 바깥 날씨와는 달리 평택공장 안은 현장 직원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공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 벽과 기둥에는 직원들이 과거의 아픔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비장함으로 혼과 열정을 담은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 있었다. '티볼리와 함께 하는 성공 위한 우리의 길, 고객 신뢰 향해 가자, 거침없는 성공 질주'라는 문구 너머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조립1라인의 생산 현장을 가장 먼저 찾았다.
쌍용차의 재도약을 이끈 티볼리가 완성된 모습으로 태어나기 위해 컨베이어 벨트 위로 서서히 움직이며 숙련공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평택공장 조립1라인은 쌍용차의 재도약을 이끈 티볼리와 롱바디 모델인 티볼리 에어, 코란도 C를 혼류 생산한다.
이들 차량은 의장·샤시·완성 라인을 거쳐 최종 출고된다. 의장 라인에서는 차량의 내·외장 및 각종 전장 부품등이 조립된다. 샤시 라인에서는 엔진을 비롯해 브레이크, 조향장치, 냉각장치 등 각종 주요 부품이 장착된다. 마지막 완성 라인에서는 최종적으로 타이어를 탑재하고, 엔진오일·냉각수 등 차량운행에 필요한 각종 액을 주입한다. 또 시동 및 검차를 비롯한 각종 작업을 최종적으로 진행하고 시운전을 거쳐 고객에게 인도된다.
조립1라인은 말 그대로 활기가 넘쳤다. 지난해 국내외 시장에서 6만4천여대가 팔려나가며 단숨에 효자 차종으로 부상한 티볼리의 물량이 밀려드는 데다, 지난달 비장한 각오로 선보인 티볼리 에어의 가세로 만들어야 할 차량이 날로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쉴새 없는 잔업과 특근으로 몸은 힘들어도 현장 직원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조립1팀 심종보 기술주임은 "티볼리의 반응이 좋아 주문이 밀려 들어오면서 현장 분위기가 정말 많이 좋아졌다"며 "잔업과 특근이 많다는 것은 차량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고객에게 최고의 품질로 보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티볼리의 성공은 단순히 판매량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 2009년 5월 평택공장 정문 앞에서 펼쳐졌던 파업 사태로 인한 부정적 시각에서 벗어나 쌍용차의 대외신인도 회복 및 기업 이미지 제고는 물론, 경영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해고복직자의 현장 복귀도 현실화됐다. 쌍용차는 올해 희망퇴직자 12명, 해고자 12명, 신규 채용 16명 등 총 40명을 채용했다. 현재 이들은 조립, 물류 등 다양한 직무에 편성돼 근무 중이다.
심 주임은 "차가 많이 팔려 아직 돌아오지 못한 직원들도 하루빨리 돌아오길 바란다"며 "그럴 수 있도록 직원 한 명 한 명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립2라인에도 티볼리 투입..."혼류생산 기술력 자신"
평택공장은 모노코크 자동차를 만드는 조립 1·2라인과 프레임을 생산하는 3라인으로 구성된다. 1라인에서는 티볼리와 티볼리 에어, 코란도C를 생산한다. 2라인은 티볼리와 체어맨 W, 코란도 투리스모를 만들고 3라인에서는 코란도 스포츠와 렉스턴 W, 액티언을 만든다. 1개의 라인에서 다양한 차량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것은 평택공장이 채택한 '혼류 생산 방식' 덕분이다.
차제1공장에서는 3개 차종의 뼈대를 쉴 새 없이 만들어낸다. 150여대의 로봇이 프레스로 강판을 찍어 작업한다. 이곳에서는 시간당 21.5대, 하루 415대의 차체를 생산한다.
조립공장은 로봇이 거의 모든 업무를 수행하는 차체공장과는 달리 현장 직원의 품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쌍용차는 숙련도 향상과 피로도 저하를 위해 물량에 맞춰 생산 스케줄을 조정하고 작업자의 편의성을 고려한 인체공학적 설비를 갖췄다.
특히 쌍용차는 고유의 생산시스템인 SPS(Ssangyong Production system)활동을 도입, 조기 정착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생산성 개선과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 직원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도 발굴해 제안하고 이를 실행에 적극 옮긴다.
조립1팀 김성진 기술주임은 "혼류생산을 하면서 특별히 더 힘이 들진 않다"며 "오히려 코란도 C보다 티볼리가 차체도 작고 부품도 더욱 모듈화돼서 작업이 용이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립1팀에서는 세 차종을 시간당 19대, 하루 367대를 생산한다. 가동률은 83%다. 티볼리 생산라인 가동률은 99%에 달한다.
기존 체어맨 W와 코란도 투리스모를 만들던 조립2라인도 올해 1월부터 티볼리 병행 생산에 들어갔다. 2라인 추가 투입으로 연간 약 6천대를 추가 생산할 수 있다.
조립2팀 박용우 기술주임은 "티볼리 생산 이전에는 가동률도 낮고 분위기도 좀 어두웠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2팀에서 티볼리를 생산한 이후 주문 쇄도로 토요일도 특근을 이어가고 있다. 몸은 조금 힘들지만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제조 과정 전라인에서 불량률도 크게 낮췄다. 박 주임은 "조립 중 자기 파트에서 불량이 발견되면 대부분은 본인이 발견 즉시 조치 가능하다"며 "만약 본인이 해결할 수 없을 경우엔,스위치를 누르면 키퍼(Keeper)나 직장이 와서 해결한다"고 설명했다.
박 주임은 2의장과 내 첫 공정이라 할 수 있는 와이어링 정렬을 담당하고 있으며, 만 14년 근무한 베테랑이다. 그는 "와이어링쪽 불량률은 기본적으로 100% 확인 작업하기 때문에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자신했다.
■티볼리 '훈풍'...올해 16만대 이상 판매
쌍용차는 지난해 티볼리 효과로 내수시장에서 9만9천664대를 판매, 2004년 이후 최대 연간실적을 달성했다. 전체 실적 중 티볼리(4만5천21대)의 판매 비중이 50%를 넘는다. 수출 역시 티볼리의 유럽 수출이 크게 증가하며 작년 총 글로벌 판매대수는 14만4천764대를 기록, 전년 대비 2.6% 증가하며 3년 연속 14만대를 돌파했다.
올해 들어서도 티볼리의 훈풍은 계속되고 있다. 티볼리는 지난해 국내 소형 SUV시장에서 54.7%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마켓 리더로 자리매김한 데 이어 지난달 출시된 롱바디 모델인 티볼리 에어의 가세로 올 1분기에는 67.7%로 점유율이 급상승했다. 지난달 티볼리와 롱바디 모델 티볼리에어를 합친 국내 판매대수는 4천797대로 전년동월 대비 69.7% 증가했다. 티볼리 에어 출시 이전인 전월 대비로도 42.2% 늘었다. 지난해 월평균 판매량(3천750대)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티볼리 에어의 계약대수는 지난 8일 기준 출시 한 달 만에 5천100여대를 기록했다. 올해 내수판매 목표의 절반을 이미 넘어섰다. 같은 기간 티볼리도 누적계약 6천200대를 기록, 판매 간섭 우려를 불식하고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하고 있다.
쌍용차는 올해 티볼리 브랜드로만 최대 10만대 이상을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8분기 만에 흑자를 내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쌍용차는 올해 연간 기준으로도 9년 만에 흑자전환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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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기 쌍용차 생산본부장(상무)은 "쌍용차는 올해 흑자전환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새로운 밑그림을 그려 나가고 있다"며 "생산본부 역시 올해 연간 16만대 이상 판매한다는 목표 달성을 위해 2016년을 '변화와 혁신의 실천 해'로 정하고 완벽한 품질의 제품 생산과 실질적 성과 창출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평택공장 현장에서 마주친 쌍용차 임직원들의 모습에서 한결같은 결의가 느껴진 것이 착각 만은 아닌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