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대표적인 IT 매체로 각광 받았던 매셔블의 깜짝 변신 선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매셔블은 최근 동영상과 멀티 플랫폼 전략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편집장을 비롯한 핵심 간부를 대폭 교체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존 인력을 30명 가량 해고한 것으로 알려져 잔잔한 파문이 일고 있다.
피터 캐시모어 매셔블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일(현지 시각)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텔레비전 등을 겨냥한 동영상 콘텐츠를 대폭 확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또 정치, 국제 뉴스 등을 과감하게 그만두고 테크놀로, 웹 문화, 과학, 소셜 미디어 등 핵심 영역에 집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 한때 정치-국제 뉴스 등 외연 확대 꾀하기도
매셔블은 지난 2005년 피터 캐시모어가 창업한 매체다. 당시 19세였던 캐시모어는 웹 2.0 바람과 함께 관심이 집중됐던 소셜 미디어 관련 뉴스를 주로 다뤘다. 매셔블이란 매체명 역시 웹 2.0의 핵심 조류 중 하나였던 ‘매시업(mash-up)’에서 따온 것이다.
하지만 이후 매셔블은 정치, 국제 뉴스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IT 전문 매체 이미지가 약해졌다. 당시 영역 확대를 책임질 수장으로 뉴욕타임스, 로이터 등에서 잔뼈가 굵은 전통 저널리스트 출신 짐 로버츠를 영입했다.
매셔블이 이번에 공개한 조직 개편 계획은 ‘핵심분야 집중’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정치, 국제 같은 핵심 역량 이외 부분 서비스는 과감하게 접겠다는 것이다. 대신 테크놀로지를 비롯한 핵심 영역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매셔블은 조직 개편과 함께 대량 감원을 단행했다. 캐시모어는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짐 로버츠 편집장과 세스 로긴 최고매출책임자(CRO)가 회사를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로버츠는 뉴욕타임스와 로이터를 거쳐 지난 2013년 매셔블 편집장으로 합류했다.
하지만 충격은 그 정도 수준이 아니었다. 정치 팀 전원과 국제뉴스 담당 데스크도 해고됐다. 동영상 제작팀 절반도 감원 대상에 포함됐다. 정치 전문 사이트 폴리티코에 따르면 매셔블은 이번에 30명 가량을 해고했다.
이들을 대신해 그렉 깃트리치를 최고콘텐츠책임자(CCO)로, 에드 와이즈를 CRO로 새롭게 영입했다. 깃트리치는 소셜 뉴스 사이트 보카티브 출신이다. 또 브랜드 콘텐츠 전문가인 와이즈는 퍼니 오어 다이, 터너 브로드캐스팅 등을 거쳤다. 와이즈는 한 때 핀터레스트에도 몸 담은 적 있다.
■ 지난 해 동영상 담당할 매셔블 스튜디오 신설
이 대목에서 매셔블의 중요한 정책 변화가 엿보인다. 매셔블이 3년 전 전통 매체 출신인 로버츠를 영입하면서 영역 확대를 꾀했다. 정치를 비롯한 IT 이외 분야로 취재 범위를 넓힌 건 그 때문이었다. 그 정책 자체가 실효성이 없었다는 걸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더 눈에 띄는 건 브랜드 콘텐츠 전문가를 CRO로 영입한 대목이다. 여기에다 동영상 사업을 확대한다면서 그 쪽 부서 담당자를 대거 해고한 부분까지 함께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매셔블이 해고한 것은 동영상 뉴스 제작자들이기 때문이다.
결국 매셔블의 동영상 사업 강화의 초점은 ‘네이티브 광고’ 쪽에 맞춰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부분은 매셔블의 지난 주 타임워너 계열인 터너 브로드캐스팅으로부터 1천500만 달러를 유치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던 대목이다.
매셔블은 이미 지난 해부터 동영상 사업 쪽에 힘을 실었다. 지난 해 6월 매셔블 스튜디오를 만들면서 동영상 콘텐츠 생산을 가속화했다.
그 효과는 수치로 곧바로 나타났다. 매셔블에 따르면 최근 12개월 동안 동영상 생산량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크로스 플랫폼 동영상 시청량도 400% 이상 증가했으며 브렌드 콘텐츠 매출도 69% 늘어났다.
그렇게 확충한 동영상 사업을 앞으론 브랜드 콘텐츠 쪽에 좀 더 무게를 싣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캐시모어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이 부분을 분명히 했다. 그는 “광고주들이 매셔블에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독자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면서 “그것은 바로 콘텐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브랜드 콘텐츠 매출은 최근 몇 년 동안 매셔블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했다”면서 “우리가 제공하는 광고의 핵심은 콘텐츠다”고 덧붙였다.
■ 지난 해 미국 내 명품 미디어 사이트 상당수 몰락
매셔블의 변신 선언은 최근 미디어 시장을 강타한 위기의 실체를 한 눈에 보여준다. 지난 해 초 ‘깊이 있는 콘텐츠’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기가옴이 파산한 것을 신호탄으로 상당한 격랑이 몰아쳤다. 대표적인 큐레이션 앱인 서카도 사업을 접었다.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본 기업 니케이에 매각됐다. 또 다른 경제 전문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독일 미디어그룹 악셀 슈프링어에 팔렸다.
그 뿐 아니다. 콘텐츠 경쟁력 면에선 누구에게도 지지않는다고 자부했던 리코드 역시 복스 품에 안겼다. 리코드는 또 다른 IT 매체인 더버지와 '한 지붕 두 가족'이 왰다.
매셔블 역시 이런 격랑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한 때 CNN의 국애를 거절할 정도로 잘 나갔지만 최근 미디어 시장에 닥친 차가운 바람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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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매셔블의 실적이 아주 부진했던 건 아니다. 매셔블은 지난 해 매출이 28% 성장했다. 하지만 폴리티코가 전해주는 매셔블 내부 분위기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진 않다.
마이크 크리액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목표였던 45%엔 미치지 못했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또 이런 상황에서 좀 더 성장하기 위해선 동영상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 콘텐츠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 해 만든 매셔블 스튜디오가 ‘보도 동영상’ 보다는 ‘브랜드 콘텐츠’ 쪽에 좀 더 힘을 쏟아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