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논란을 압축하는 두 개의 키워드는 ‘메기’와 ‘황소개구리’다. 이 M&A가 소비자 혜택을 증진하고 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 쪽은 ‘메기論’을 설파하고, 그 반대쪽은 ‘황소개구리論’을 제기한다. 메기는 미꾸라지 속에 들어가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반대로 황소개구리는 다른 것들이 공생할 수 없게 생태계를 파괴하는 존재다.
어느 쪽이 더 올바르게 현실을 직시한 것일까. 온갖 자료를 동원해 치열한 논리 싸움이 전개되고 있지만, 내 생각에, 비전문가는 이 논란에 끼어들 여지가 없다. 직감적으로 판단할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고도의 전문성과 사심 없는 양식 그리고 미래를 내다보는 탁월한 안목까지 겸비해야 비로소 그 실체의 끝자락이라도 가늠할 수 있는 복잡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아무나 함부로 떠들 게 아니다.
나 또한 이를 판단할 안목이 없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그래도 변명을 하자면 공부를 덜 했기 때문이라기보다 판단할 처지에 있지 않은 탓이라고 하는 편이 더 낫겠다. 양쪽 주장을 귀 기울여 들으려 했고, 둘 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으며, 둘 다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그런 이유로 보도할 때 팩트를 엄중히 가리려 했고, 주장엔 균형을 맞추어 편집하려 애썼다.
한편으로는 파편화되고, 한편으로는 한 쪽 논리를 위해 조직화된 많은 팩트를 접하면서, 누군가 나한테 이 사안의 가장 굵직한 팩트를 말해보라고 한다면, 두 가지를 들겠다. 첫째, 이번 M&A가 법리적으로 큰 하자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정부가 아예 불허할 근거가 약하다는 뜻이다. SK에게는 유리한 팩트다. 둘째, 이 M&A가 SK의 경쟁 우위를 강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SK에게는 불리한 팩트다.
논란의 초점은 그래서 ‘경쟁 우위’ 이 네 글자가 담고 있는 내용이다. KT와 LGU+는 이 M&A가 성사되면 SK 진영이 황소개구리가 돼 시장을 초토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거나 사업을 접어야 할 수도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경쟁제한성’이 극심해진다는 뜻이다. SK는 초고속인터넷과 방송 분야 선두는 여전히 KT고 그래서 이 M&A가 오히려 경쟁을 더 촉진할 거라고 말한다.
이를 제대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방송통신 융합 환경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융합이 대세라는 걸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 융합 환경에서 결합상품의 비중이 커질 것이라는 점도 아무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관건은 결합 상품 시장에서 이번 M&A로 인한 유불리가 과연 시장생태계를 파괴하느냐 아니면 촉진하느냐의 문제다. 어쩌면 그 중간 어느 지점에 있을 가능성도 크다.
거듭 말하지만, 비전문가가 이 논란에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건 모두 다 미래에 대한 가설(假說)이기 때문이다. 한 쪽에 유리하게 파편화된 데이터의 일부나 우리와는 환경이 다를 수밖에 없는 외국 사례 몇 개를 예로 들어 대충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 개별 회사의 이익 아니라 우리 산업의 미래를 염두에 둬야 하는 조직에서 최대한 많은 자료를 동원해 총체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사안인 것이다.
중요한 건 결국 인허가권을 쥔 정부와 관료에게 객관적이면서 풍부한 자료를 제공해야 할 공공기관이다. 이들이 세 가지 원칙을 가졌으면 한다. 첫째, 양쪽에서 충분히 듣되 자료를 보강해 강한 소신으로 무장할 것. 과단성이 중요하다. 어떤 외압으로부터도 독립돼야 한다. 그게 정부가 신뢰를 얻는 길이다. 둘째, 미래지향적 안목이다. 정부 선택이 나라의 방송통신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다.
엄중한 책임감이 요구된다는 뜻이다. 셋째, 글로벌 안목이다. 지금까지 우리 통신 방송 산업은 내수용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통신이나 방송이나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적지 않음에도 국민들의 인식이 좋지 않은 것은 그동안 서민의 호주머니 털어 배불린 기업이라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의 말씀처럼 창조적 발상으로 나라의 부(富)를 확대하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고민하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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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중 핵심은 전문가 집단과 행정 관료로서의 소신을 버리지 않는 과단성이다. 지금 엄청난 로비와 우회로를 통한 치열한 압박 작전이 난무하다. 언론과 학자도 여기서 예외는 아닌 듯하다. 정부가 불편부당한 결정을 하는 걸 방해하는 나쁜 행위를 견제하기보다 되레 어느 한 쪽 편이 돼 떠드는 한심한 목소리도 적잖다. 무식하거나 사심에 가득 찼거나 둘 중 하나다. 여기로부터도 자유롭길 진정으로 바란다.
이를 결정하는 공무원은, 형사 심판은 아닐지언정, 부디 판사의 마음으로 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