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18일 ‘2015년도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결합상품의 경쟁제한성'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자 업계가 이를 두고 제각각의 해석을 내놓으며 다시 대립하고 있다.
결합상품의 경쟁제한성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과 관련해 정부가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인데 국책 연구기관이 이에 대한 판단을 유보함에 따라 최종 판단은 정부의 몫으로 남겨졌다. 이에 따라 SK 측과 KT-LGU+ 측이 정부 판단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KISDI 자료를 자사 입장에서 해석하며 치열한 논리 대결을 펼치고 있다.
KISDI 보고서 주요 내용은 SK 진영(SK텔레콤 + SK브로드밴드)의 이동전화 포함 결합상품 점유율이 51.1%(2014년 회선수 기준)라는 것이다. 또 KT는 31.5%, LG유플러스는 13.7%였다. 전년과 비교하면 SK텔레콤은 3.1% 포인트, LG유플러스는 1.2% 포인트 상승한 결과며, KT는 4.4% 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이에 대해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의 이동 전화 지배력이 결합상품 시장에까지 전이됐다는 증거"라고 해석한다.
이와 달리 SK 측은 "전체 방송통신 결합판매 중 이동전화 포함 결합판매 비중이 낮아 경쟁제한성 등을 논할 수준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논란의 핵심은 KISDI 보고서 내용 중 '51.1%'와 '이동전화 포함'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51.1%에 방점을 두어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해석하고, SK 측은 '이동전화 포함'이라는 표현에 방점을 찍어 전체 방송통신 결합판매 중 이동전화를 포함한 결합판매 비중이 초고속 및 유선전화 포함 결합판매와 비교했을 때 낮기 때문에 이 수치를 시장지배력 전이의 근거로 해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인수합병 불허 당위성 보여주는 중요한 결과"
KT와 LG유플러스는 이 보고서에 대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 불허의 당위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동전화 포함 결합시장에서 SK텔레콤의 점유율이 절반을 넘겼고, 점유율이 지속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지배력 전이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SK텔레콤의 이동시장 점유율 49.9%(가입자 기준)보다 이동전화 포함 결합시장 점유율이 높게 나타난 것은 평가가 도입된 이후 최초의 사례라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지배력 전이가 명확히 입증됐다는 논리다.
■"결합 판매 중 이통포함 비중 낮아 의미 없어"
이 반면 SK텔레콤은 SK텔레콤의 이동전화 가입자 점유율과 매출액 점유율이 계속 감소하는 것을 강조한 뒤, 이동전화 결합판매 점유율 증가에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전체 방송통신 결합판매 중 이동전화를 포함한 결합판매 비중이 초고속 및 유선전화 포함 결합판매와 비교했을 때 낮다는 것이 그 이유다.
회사가 제시한 데이터를 보면 전체 방송통신 결합판매 가입자 1천541만 가구 중 초고속 결합은 96%, 유선전화 결합은 58%인 반면, 이동전화 결합은 43% 수준이다.(2014년 기준)
SK텔레콤은 또 각 결합상품 시장의 점유율은 단품 시장의 경쟁우위가 나타난 결과라고 반박했다. 즉 이동전화 점유율이 높은 SK텔레콤이 이동전화 포함 결합상품에서도 점유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에 초고속인터넷 및 유선전화 결합상품에서는 KT가 점유율이 높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KISDI "정부가 최신 정보 갖고 심사한 뒤에야 명확한 판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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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KISDI 관계자는 “이번 보고서는 2014년까지 나온 각사의 영업보고서를 토대로 작성돼 정보가 부족하다"며 "이에 결합상품 시장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판단이 어렵다"며 경쟁제한성 판단에 대해서는 유보 의견을 내놨다.
또 “미래부와 공정위 등 심사당국은 최신까지의 정보를 갖고 심사를 진행하는 만큼 이동시장 지배력이 타 영역에까지 전이되는지에 대한 보다 명확한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