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하기 싫은 얘기지만 승인이 안 되면 투자계획이 상당히 지연되거나 축소될 것이다. 투자 규모나 활동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인찬 SK브로드밴드 대표는 8일 SK텔레콤 본사 사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향후 정부의 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의 합병인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콘텐츠 펀드 조성, 운용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SK브로드밴드는 이날 콘텐츠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향후 1년간 콘텐츠 제작에 2200억원, 스타트업 지원에 1천억원 등 총 3200억원의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인찬 대표는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일반 영상 콘텐츠 제작에 1200억원, MCN과 VR 등 융복합 콘텐츠 제작에 600억원,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글로벌 콘텐츠 펀드 400억원 등 콘텐츠 투자에 총 2200억원이 투입된다”며 “이는 합병법인의 출범과 함께 조성되고 집행되는 일정을 가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 합병 시 각각 500억원씩 출연해 조성키로 한 콘텐츠 펀드 역시 인가가 지연될 경우 함께 늦춰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SK브로드밴드는 4월 제작사와 PP 대상 간담회, 5월 창업투자사 대상 펀드 설명회, 7월 펀드 결성과 운영 등의 일정을 계획해 놓고 정부 인가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그는 “가입자 기반이 100일 때와 300, 700일 때 투자 효율성은 크게 다르다”면서 “케이블 VOD를 포함한 시장형성이나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에게 공동 유통을 제안하고 있는 것도 가입자 기반을 확대하자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 사이즈가 크면 차별적 콘텐츠 제공이 가능하고 투자의 규모나 대상, 속도 역시 달라질 수 있다”며 “넷플릭스가 과감한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덧붙였다.
윤석암 SK브로드밴드 미디어사업부 부문장은 “선진사례에서도 이는 입증된 사례”라며 “일례로 미국의 HBO도 케이블과 동시에 발전할 수 있었는데 이는 전체 1억1천만 가구 중 약 27~28%에 달하는 2천500~2천600만 가구를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이 합병할 경우, 유료방송 시장에서 약 760만 가구를 확보하게 되는 데 이는 27~28%에 이르는 숫자가 되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이 대표는 3천200억원의 펀드 규모가 국가적으로도, 콘텐츠 업계에서도 최대 규모 수준이라며 이를 통해서 콘텐츠와 플랫폼 간 선순환 생태계 구축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 KT-LGU+ "SKB 콘텐츠 투자 계획 공허해"2016.03.08
- SKB-헬로비전, 3200억원 콘텐츠 펀드 투자2016.03.08
- SKT-헬로비전 M&A 막바지...미래부, 합병심사 속도낼까?2016.03.08
- 지상파가 SKT-헬로비전 합병 반대하는 속내는?2016.03.08
그는 “1년에 3천200억원을 조달한다는 것은 정부의 모태펀드나 콘텐츠 업계 대표 플레이어의 투자 수준을 봐도 굉장한 규모”라며 “통상 콘텐츠 펀드 규모가 200~500억원 수준이고 드라마의 편당 제작 비용이 4~5억원 수준이란 점을 감안하면 40~50편을 제작할 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이승호 KTB 상무는 “문화부와 미래부 등 정부가 조성하는 연간 모태펀드 규모가 총 4천억원 규모인데, 그런 점에서 3200억원은 굉장히 큰 규모”라며 “KTB가 1년에 벤처에 2조원 정도를 투자하고 그 중 20~25% 내외에서 콘텐츠에 투자하고 있는데 (SK브로드밴드의) 5년간 5천억원 규모 투자라는 것은 굉장히 큰 금액이 빠르게 유입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