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힘든 승부를 벌이던 삼성이 9회초 역전 홈런을 때힌 형국이다.
미국 연방항소법원이 26일(현지 시각) 데이터 태핑(특허번호 647)을 비롯한 애플 특허권을 전부 무력화시키는 판결을 한 덕분이다. 굳이 ‘9회초’라고 묘사한 것은 애플의 대법원 상고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삼성으로선 애플 안방인 미국에서 벌어진 5년 가까운 특허 소송에서 처음으로 짜릿한 홈런을 날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 승부는 2년 전부터 어느 정도 조짐이 보였다. 그 때부터 애플의 핵심 무기인 647 특허권이 흔들리기 시작한 때문이다.
■ 모토로라, 2014년 소송서 애플 '퀵링크' 무력화
647 특허는 특정 데이터를 누르면 바로 연결 동작을 지원해주는 기술이다. 이를테면 웹 페이지를 누르면 바로 관련 창이 뜨고, 전화번호를 누르게 되면 곧바로 통화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기술이다. 이 특허 기술이 ‘퀵링크’로도 불리는 건 그 때문이다.
애플은 그 동안 647 특허를 앞세워 안드로이드 진영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하지만 2년 전부터 애플의 위세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계기가 된 것은 2014년 4월 열린 애플과 모토로라 간 특허 소송 항소심이었다.
모토로라의 항소로 진행된 이 소송 역시 1심에선 647 특허가 승리했다. 2년 전인 2012년 시카고 지역법원이 애플 승소 판결을 한 것.
하지만 연방항소법원은 이 판결을 뒤집어버렸다. 그 때까지 안드로이드 진영을 상대로 불패 신화를 써오던 ‘퀵링크 특허 위세’가 처음으로 균열을 맞는 순간이었다.
당시 소송에서 항소법원은 시카고 지역법원 소수 의견이었던 리처드 포스너 판사의 해석을 채택했다. 포스너 판사가 시카고 법원에서 냈던 소수 의견은 삼성과 애플의 이번 항소심에서 그대로 적용됐다.
■ 시카고 법원 포스너 판사 해석이 중요한 자료
포스너 판사는 애플 특허 기술에서 규정한 ‘분석 서버’를 “데이터를 받는 클라이어트와 분리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감지된 구조를 링크하는 행위’에 대해선 “감지된 구조를 최소한 한 개 이상의 컴퓨터 서브루틴과 특정하게 연결하는 것”이라고 봤다.
이 때 컴퓨터 서브루틴은 중앙처리장치(CPU)로 하여금 감지된 구조에 연속적인 작동을 수행하도록 해 준다. 서브루틴이란 특정 프로그램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명령군을 의미한다.
2014년 당시 항소법원은 구글과 애플 간 소송을 파기 환송하면서 647 특허권에 대한 포스너 판사의 해석을 받아들였다. 즉 애플 647 특허권은 별도 서버에서 구현되는 기술이라고 좁게 해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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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역시 애플과의 2차 특허 소송에서 바로 이 논리를 적극 활용했다. 하지만 1심 재판을 이끌었던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의 루시 고 판사는 삼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항소법원까지 넘어온 끝에 삼성은 멋진 역전승을 거뒀다. 2014년부터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 애플의 빈틈을 정확하게 공략하는 데 성공한 덕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