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노리는 지란지교시큐리티의 지속 성장 키워드

APT-문서중앙화-모바일보안 트리오 전진배치

인터넷입력 :2016/02/29 15:59

손경호 기자

올해 22살을 맞은 지란지교소프트 패밀리의 주력 회사인 지란지교시큐리티가 코스닥 입성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에게 안정적으로 자금을 수혈하며,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상장은 기회다. 그러나 수많은 주주나 투자자들이 사업 운영 방향에 대해 훈수를 두고, 이 때문에 갈피를 못잡고 헤매는 상장사들이 눈에 띄는 것을 보면 꼭 상장이 답은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미 연평균 50% 이상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이 회사가 투자자들의 아우성에 단기수익에만 쫓기다 창업 때 품었던 DNA까지 훼손될 수도 있지 않을까. 올해 안에 기업공개(IPO)를 통해 코스닥에 상장, 2020년까지 지난해 매출 대비 거의 10배에 달하는 1천억원 매출을 내는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힌 지란지교시큐리티는 상장에서 어떤 구체적인 비전을 본 것일까.

윤두식 지란지교시큐리티 대표.

■상장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

25일 서울 삼성동 소재 사옥에서 만난 윤두식 지란지교시큐리티 대표는 상장 자체를 목표로 두기보다는 더 큰 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조건의 하나로 상장을 꼽았다. 그는 올해 안에 IPO를 하는 이유를 두고 "이제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한 조건으로 상장이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는 뜻이다.

2014년 1월1일 지란지교소프트 보안사업본부가 분사해서 만들어진 지란지교시큐리티는 스팸스나이퍼로 대표되는 안티스팸 장비에 외부 기술력을 결합한 지능형위협(APT) 대응솔루션과 함께 모바일기기관리(MDM) 솔루션으로 대표되는 엔터프라이즈모빌리티매니지먼트(EMM), 문서중앙화 솔루션을 주력 사업으로 내세운다.

윤 대표는 "분사하기 전까지는 시장 환경이 워낙 급변하는 탓에 상장에 성공할 수 있을지 자신하기 힘들었지만 분사 뒤 집중력을 발휘해 보니 성과가 나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상장으로 회사를 키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그는 상장을 통해 수혈한 자금을 연구개발(R&D)과 좋은 인재 영입에 투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두 가지 이유를 들지만 내실 없이 겉만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와 달리 윤 대표는 "지란지교시큐리티 입장에서 R&D에 대한 투자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회사 개발진들이 지금 보다 조금만 더 지원을 해주면 훨씬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상장을 통해 성장정체기에 안정적인 자금을 확보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잘 달리고 있는 열차에 더 많은 연료를 투입해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모든 회사들은 좋은 인재를 영입하고 싶어한다. 윤 대표는 "좋은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것 이상으로 좋은 인재를 영입하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 기술이 경쟁력이 떨어질지라도 그 회사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이 뛰어나다면 이들을 보고 회사를 인수할 생각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부분 스타트업 구성원들은 사업가적인 성향을 가졌기 때문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14년째 스팸스나이퍼 쓰는 고객도 있어

윤 대표에 따르면 지란지교시큐리티는 보안제품개발 기준에 대해 두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기업 입장에서 꼭 필요한 것, 우리가 아니면 뛰어들기 힘든 것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특정 분야 시장 규모가 크다고 관련 분야에 대한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것 중에 우리만 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지란지교소프트 시절인 2000년 초 스팸스나이퍼라는 보안장비를 개발했다. 당시만 해도 스팸은 기업 내 웹메일 시스템 관리자들이 음란성 혹은 광고성 문구들을 직접 키워드를 입력하는 방법으로 차단하던 시절이었다. 이후 이메일 사용자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이런 방법만으로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스팸메일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윤 대표는 "(스팸메일이 가진) 문구, 이미지, URL, 송수신자 정보, 첨부파일 등에 방대한 정보를 수집해 장비에 적용하면서 고객사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14년 전부터 스팸스나이퍼를 사용 중인 고객이 아직까지도 그 장비를 그대로 쓰고 있다"고 말한다. 한번도 시스템을 안 죽이고 매년 유지보수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도 3년~5년이 지나면 다른 회사 제품을 고려할 법 하지만 고객사가 봤을 때 스팸도 잘 잡고 해서 오히려 그 장비 때문에 전산실을 옮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실제로 스팸스나이퍼 전체 고객사 중 7년 이상 장비를 바꾸지 않고 사용하고 있는 곳이 80%에 달한다.

이 회사는 그동안 쌓아온 스팸메일 데이터베이스 및 관리 노하우에 외부 보안회사와 협업을 통해 악성첨부파일, 악성URL 차단 등 기능을 결합시키는 방법으로 APT 공격 대응에 나선다.

새로 출시하게 되는 문서중앙화 솔루션(ECM)은 이 회사가 일종의 기업용 보안 웹하드인 오피스하드를 고객사 필요에 따라 성능을 업그레이드 시킨 것이다. 이전까지 중요한 문서를 올리기 위해 오피스하드라는 솔루션을 활용해왔던 고객들이 개인정보보호 이슈와 함께 내부 기밀문서 유출 등 사건이 자주 발생하면서 기업 내에서 사용하는 모든 문서를 중앙서버에서만 관리하도록 하는 기능을 요구해왔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해 각 개별 PC에 가상데스크톱(VDI)을 설치하는 방식보다 낮은 가격으로 편리하게 쓸 수 있는 보안솔루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기업용 모바일 보안 분야 중 특히 해당 기업에 출퇴근시 개인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에 보안정책을 내려 관리하는 MDM에 주력해 왔다. 최근에는 이러한 입출입통제뿐만 아니라 임직원들이 소유한 기기 혹은 회사가 지급한 태블릿을 업무용으로 활용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모바일앱관리(MAM), 모바일이메일관리(MEM) 등 기능을 추가로 개발, 도입해 업무 효율성과 보안성을 동시에 높이기 위한 EMM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진출, 일본 먼저...미국에는 핵심기술만 공급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해서는 앞으로 3년~5년 간은 기존에 터를 닦아 놓은 일본 시장에 대한 대응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현지 파트너사들이 오랫동안 비즈니스를 하면서 신뢰를 쌓아온 만큼 현지에 맞게 기술을 지원해주기를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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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10년 뒤에는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윤 대표에 따르면 무턱대고 지란지교시큐리티 미국 법인을 세우기 보다는 현지인들로 구성된 별도 스타트업을 차려 핵심기술만 공급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란지교시큐리티가 상장을 통해 꿈꾸는 비전이 그럴듯하게 다가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