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경쟁사가 제공하는 정보를 웹크롤링을 활용해 허락없이 수집, 자사 영업에 활용하면 불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1민사부(부장판사 김기영)는 지난 17일 온라인 채용정보제공 사업자 잡코리아(원고)가 경쟁업체인 사람인HR(피고)을 상대로 제기한 '웹사이트 HTML 소스코드 무단 복제 등 금지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람인HR이 잡코리아 동의없이 무단으로 채용정보(웹사이트 HTML 소스코드)를 수집(크롤링, crawling)했고, 그 과정에서 IP차단을 피하기 위해 가상사설망(VPN)을 사용해 IP를 분산시킨 것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잡코리아는 HTML 소스코드 노출·무단수집 등에 대응하기 위해 접근 불가능 처리(robots.txt)를 했으나, 사람인HR은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며 사람인HR의 웹크롤링 행위가 부정경쟁행위라고 판시했다.
웹크롤링은 네이버, 다음, 구글 등 검색회사들이 수많은 웹사이트에 대한 정보를 검색봇을 활용해 자동으로 수집하는 기술이다. 검색봇은 해당 웹사이트가 웹크롤링을 허용할지 말지를 설정한 규약인 'robots.txt'를 참고한다.
문제는 사람인HR이 잡코리아가 설정한 robots.txt를 확인하지 않은 채 채용정보를 지속적으로 무단수집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사람인HR은 IP주소를 숨기기 위해 VPN을 사용했다. VPN은 암호화 통신에 사용되는 기술로 사용자의 IP주소를 모르게 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경쟁사 웹사이트와 콘텐츠를 무단으로 복제, 사용하는 행위가 불법이란 점이 인정됐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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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송을 담당한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 변호사는 "경쟁사 웹페이지와 콘텐츠를 무단으로 크롤링한 다음 이를 사업기회로 유용한 행위에 대해 불법성을 인정한 판시로 크롤링에 대한 법적 기준을 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민후에 따르면 채용공고 무단복제를 둘러싼 두 회사의 갈등은 2008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사람인HR은 잡코리아에 무단사용을 하지 않겠다고 확약서를 써주기도 했으며, 이에 대한 법원의 조정 이후에도 크롤링 행위가 계속돼 소송까지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