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디스크와 플래시 중 어떤 저장매체를 쓰는 것이 저렴할까. PC 사용자라면 주저없이 전자를 답으로 선택하겠지만, 기업용 전산시스템 구매 담당자에겐 까다로운 물음이다. 가격을 어떤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판단 기준이 용량당 가격뿐이라면 PC 사용자의 판단이 당연히 옳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는 같은 용량의 플래시로 만들어진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보다 싸다. 같은 값이면 SSD보다 HDD가 제공하는 저장용량이 훨씬 많다.
같은 논리를 기업 환경에 그대로 적용하면 HDD 기반의 스토리지 제품과 SSD로 만들어진 올플래시스토리지 제품의 가격을 비교하는 건 시간 낭비다. 디스크 기반 스토리지와 같은 용량의 올플래시스토리지는 항상 더 비쌀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신 올플래시스토리지의 일반적인 특성은 디스크 기반 스토리지보다 나은 최대 성능을 내고, 그보다 적은 전력을 소비하며 상면 공간도 적다는 점으로 요약된다. 최근 올플래시스토리지에 업계 관심이 높아진 이유다.
퓨어스토리지같은 기업용 올플래시스토리지 공급업체가 이런 상식에 반하는 주장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자사의 제품의 용량당 가격은 디스크 기반 스토리지와 같거나 더 낮다는 내용이다. 디스크보다 우월한 성능과 더 효율적인 소비전력 및 공간 점유 수준 등, 올플래시스토리지의 일반적인 장점도 물론 보장한다고 공언한다. 시스템 성능을 높이기 위해 디스크 스토리지같은 넉넉한 용량이나 저렴한 가격을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로 들린다. 기업 입장에선 귀가 확 뜨일 메시지다.
다만 이를 곧이곧대로 들어선 안 된다. 저장매체로서 플래시의 용량당 가격은 여전히 하드디스크보다 비싸다. 퓨어스토리지의 올플래시스토리지 장비에 탑재되는 플래시도 디스크보다 비싸긴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퓨어스토리지가 디스크 기반 스토리지 대비 저렴한 용량당 가격을 제공한다고 강조하는 근거는 따로 있다. 조나단 마틴 퓨어스토리지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지난달 26일 방한 중 진행한 인터뷰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퓨어스토리지가 설립된) 2009년에는 소비자용 하드디스크 대비 플래시 저장장치의 가격이 4배에 달할 정도로 비쌌습니다. 우린 그래서 강력한 데이터 절감 기술(알고리즘)을 개발했죠. 저장장치에 데이터가 기록되는 물리적인 점유공간을 5분의 1로 감축할 수 있어요. 그리고 삼성전자같은 제조사의 공격적인 가격정책 덕분에, 플래시의 단가는 이전보다 많이 낮아졌죠. 플래시 가격은 떨어졌고 데이터 절감 기술은 개선돼, 따져 보면 디스크보다 플래시가 저렴하다는 걸 알 수 있어요."
핵심은 제품에 적용된 인라인 중복제거 및 압축 등 '데이터 절감 알고리즘' 얘기다. 이걸로 플래시의 물리적 용량 대비 5배 수준의 논리적 용량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내용을 일반화하기엔 논리적 헛점이 있다. 퓨어스토리지의 올플래시스토리지 장비에 탑재된 데이터 절감 알고리즘이란 게 모든 업무에 일정한 효율을 보장하진 않는다. 가상데스크톱환경(VDI)같은 중복 데이터가 많은 업무에선 사용자가 같은 가격의 디스크 기반 스토리지보다 많은 용량을 쓸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도 많다. 여전히 플래시보다 디스크 기반의 스토리지를 도입하는 게 경제적인 시나리오일 수 있다는 얘기다.
마틴 CMO는 이런 지적을 부인하지 않았다. 용량당 가격에 관한 본사의 메시지가 제품 도입시 100% 실현 가능하지는 않은, 일종의 마케팅 기법이라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그렇습니다. (퓨어스토리지의 데이터 절감 알고리즘을 통해 올플래시스토리지 장비에 확보되는) 절감 용량은 기업들의 워크로드에 따라 다른게 사실입니다. 우리는 다양한 워크로드 시나리오에서 얻을 수 있는 효과의 평균을 제시하는 거죠. 다만 데이터 절감 알고리즘의 혜택 자체는 모든 워크로드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마틴 CMO는 그럼에도 퓨어스토리지가 다른 올플래시스토리지 업체 대비 용량당 가격면에서 경쟁력이 높다고 첨언했다. 디스크 기반의 스토리지를 제공하는 타사와 비교하더라도, 전체 전산시스템 운영 비용면에선 자사 제품을 쓰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다른 올플래시스토리지 제조업체들도 제공하는 용량이 얼마 정도 된다고 설명할 때 퓨어스토리지처럼 데이터 절감 알고리즘을 적용한 결과를 기준으로 써요. 퓨어스토리지의 데이터 절감 효율은 그런 타사와 비교해도 평균 2배 정도 높은 수준입니다."
그는 또 용량당 가격 위주의 기준이 올플래시스토리지 장비의 구매 '비용'을 판단하기에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디스크 기반 스토리지와 차별화된 장점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들 역시 비용 계산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논리다.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스토리지 인프라에 플래시를 사용하면 전력소모와 점유공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초기 장비를 구축하는 데 드는 소요시간과, 실제 운영에 들어간 이후 시스템을 유지 및 관리하는 데 드는 시간도 비용의 일부죠. 한 유통업계 고객사의 경우 전통적인 스토리지 제품을 증설에 7시간 반씩 걸렸던 경험을 갖고 있었는데, 퓨어스토리지 제품 증설 작업이 30분만에 끝난 것을 알고 아주 놀라워 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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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퓨어스토리지는 본사 임원 방한차 마련한 미디어 그룹 인터뷰 자리에서 사업 현황과 전략, 국내 시장 전망 등을 전했다. 요약하면 디스크에서 플래시로 근본적인 변화를 맞고 있는 스토리지 시장에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세계 시장에선 유통, 소비자, 금융, 제조부문 산업에 두루 포진한 포춘 500대 기업 50곳 이상을 포함한 고객사 1천300곳을 확보했고, 이들을 통한 성공적인 도입사례를 한국 시장에 많이 알려 국내 저변을 확대하겠다고 예고했다.
지난해 미국 본사가 기업공개(IPO)를 위해 제출한 자료엔 삼성, LG, SK 등 한국 대기업 브랜드가 주요 고객사 명단에 올라 있었다. 회사측은 국내 고객사들이 장비를 수십대씩 도입해 1~3페타바이트(PB) 용량의 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규모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으며, 국내뿐아니라 국외 사업장에 퓨어스토리지 장비를 배치해 원격지 재해복구(DR) 인프라를 구성하는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