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트론, 상장폐지 위기 정면돌파하나

하락세 뒤집고 3년전 매출 경신 예고

컴퓨팅입력 :2016/01/28 09:51    수정: 2016/01/28 09:52

서버 제조업체 이트론이 연간 실적 하락세를 뒤집어 올해는 3년전 매출 규모를 뛰어넘겠다고 예고했다. 한국거래소에서 상장폐지 여부를 검토하는 위기 국면을 '정면돌파'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트론은 1주일 전 공시를 통해 지난해 매출 추정치 258억원과 올해 매출 전망치 325억원을 제시했다. 2016년 매출을 전년대비 26% 가량 끌어올린다는 얘기다. 또한 2013년 이래 저조했던 실적을 개선한다는 계획이기도 하다.

공시된 정보를 종합하면 이트론은 2013년 이래로 매출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285억원(2013년)을 정점으로 235억원(2014년), 258억원(2015년 추정) 등 몇년째 그 밑에 머물러 있다.

[☞참조링크(2016.1.20): 이트론/영업실적등에대한전망(공정공시)]

[☞참조링크(2015.5.20): 이트론/사업보고서(정정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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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트론의 매출 공시는 단순한 성장 목표 이상이다. 2가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하나는 시장에 과거 부진에서 확실히 탈출할 수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 다른 하나는 상반기 중 결정될 상장폐지 가능성을 불식시킨다는 것.

■네오엠텔-디지털헨지 합병 후 이어진 침체 벗어날까

이트론은 2012년 이전까지 '네오엠텔'이라는 이름을 썼다. 네오엠텔은 임베디드 그래픽 솔루션업체로 지난 1999년 설립됐다. 2007, 2009, 2010년에 1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2013년 이트론의 실적을 압도한 적은 없었다.

2012년 당시 네오엠텔의 실적은 처참했다. 매출 34억원, 영업손실 10억원, 당기순손실 42억원 등으로 영 좋지 않았다. 2013년엔 '디지털헨지' 실적 덕분에 매출 285억원, 영업이익 15억원, 당기순이익 16억원을 기록했다.

[☞참조링크(2014.3.14): 이트론/사업보고서]

디지털헨지는 현재 이트론의 주력 분야가 된 서버 및 스토리지 제조와 인텔 SSD 및 메인보드 대리점 사업을 운영하던 회사다. 2013년에 디지털헨지가 당시 네오엠텔에 인수됐다. 네오엠텔은 그해 상반기까지 적자를 기록했지만, 연간 실적을 흑자전환하고 매출 규모도 확 키웠다.

인수합병을 통한 실적개선 효과는 오래 가지 못했다. 2014년 이트론의 실적은 매출 235억원으로 전년대비 18% 하락, 영업이익은 1억원대로 거의 '10분의 1토막'났다. 21억원 가량의 당기순손실도 기록했다.

다만 이트론이 제시한 2015년 매출 추정치 258억원은 전년대비 10%가량 성장으로 기존 흐름에 비해 긍정적인 신호를 포함한다. 추정치에 포함되지 않는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 면에서도 2013년 수준 이상의 흑자를 기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 이트론이 공시한 올해 매출 규모는 지난 2013년 매출을 웃돈다. 올해 매출 목표를 달성시 처음으로 그 수준을 넘게 된다. 이는 인수합병으로 매출 단위수를 한자리 높인 이래 최초의 실질적 성장으로 기록될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김영준 회장 구속 기소'

한국거래소 상장사인 이트론은 사실 매출 계획 달성보다 더 큰 압박을 마주한 상태다.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를 당할 가능성이다. 이트론은 작년 10월 하순 주식거래 정지를 당하고 11월 중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됐다.

이트론의 주식의 거래 정지 상태는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되는 시점까지 유지된다. 심사를 통해 상장폐지를 하지 않는 걸로 결정돼야 주식 거래 정지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애초 이화전기공업 그룹 회장으로 알려진 김영준 씨가 검찰 측에 배임 등 범죄 혐의로 구속 기소된 결과다. 이화전기는 '이아이디'의 최대주주였고, 이아이디가 이트론의 최대주주였다. 검찰 공소장에선 김 씨가 이들 회사의 실질적 경영진으로 지목됐지만 이트론 측은 김 씨가 회사 주식을 소유했거나 임원으로 등재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관련기사: 국산 서버 공공 우대, 시작부터 명분 흔들리나]

[☞참조링크(2015.10.27): 이트론 횡령ㆍ배임 혐의발생]

[☞참조링크(2015.10.29): 한국거래소 공시 관련 당사 의견(이트론 공식사이트)]

이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해 구속기소된 후 12월 중순께 법원에 보석을 청구했다. 김 씨의 변호인은 김 씨가 이화전기 등 계열사의 사실상 최고 경영자로 회사를 정상화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보석 신청을 정당화했다. 검찰은 반대했지만, 법원은 지난 4일 김 씨의 보석을 허가했다.

[☞참조링크(2015.12.28): 김영준 이화전기 회장, 법원에 보석 청구…검찰 "도주 전력 있어 불가"(이투데이)]

[☞참조링크(2016.1.4): 법원, '주가조작 의혹' 김영준 이화전기 회장 보석 허가(이투데이)]

■주식거래 정지 3개월…상장폐지 압박 털어낼까

이트론의 상장폐지 여부는 어떻게 결정될까. 관련 일정은 늦어도 오는 5월 안에 마무리된다. 우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된 이트론은 한국거래소에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해야 했다. 이트론은 작년 12월 하순에 계획서를 이미 제출했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지난 6일 기업심사위원회 심의결과를 내놨다. 또 이트론에 오는 5월 6일까지 4개월간의 개선기간을 부여했다. 이트론은 이 기간동안 앞서 제출한 계획서 내용을 이행해야 한다. 또 5월 6일 개선기간 종료 후 1주일 이내에 한국거래소에 개선계획 이행 내역서, 이행결과에 대한 전문가 확인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한국거래소는 이트론이 서류를 제출한 날로부터 15일 안에 기업심사위원회를 열고, 3일 이내에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앞으로 몇달간 이트론은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검토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러가지 경영개선 조치를 해야 한다. 손실을 우려하는 주주들에게도 안심할 수 있는 신호를 줘야 한다. 연초 이트론이 작년 및 올해 실적 잠정치를 일찍부터 내놓은 배경은 이런 활동의 연장이다.

지난해말 이트론은 경영개선계획서에 향후 2년 즉 올해와 내년 영업계획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2개년 영업계획과 관련하여 당사의 2015년 매출구조는 유통부문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으며, 서버제조 부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이에 당사는 유통중심의 사업구조를 탈피하고, 개발?제조사인 Vendor사를 지향하기 위해 2015년 6월부터 산업용 Tablet 및 Smart POS 사업을 개시하였습니다. 이후 2015년 11월에는 카지노 Chip (IoT) 솔루션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등 본격적인 영업체질 개선을 통해 2016년에는 흑자구조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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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링크(2015.12.24): 이트론 주주님께 드리는 글 #3(이트론 공식사이트)]